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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가 반드시 쉽고 간단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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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가 반드시 쉽고 간단해야 할까요?
  • 딴지 USA
  • 승인 2020.10.0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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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는 쉬워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는 글을 읽었다. 설교를 잘 하는 이들의 설교는 받아 적을 게 없다는 것이다. 이해가 쉽고 간단하니 가슴에 잘 박혀서 적을 필요가 없단다. 그러면서 설교자의 최대의 범죄는 지루한 설교라고 한다. 나 같은 사람이 들어야 할 말이긴 하다. 이 글을 읽으며 오래 전에 내 딸이 설교를 짧고 쉽게, 재밌게 해달라고 얄밉게 주문한 것이 생각난다. 설교를 아주 쉽고 재밌게 하면서도 내용 있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실제 사람들의 귀에 쉽고 재미있게 들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내용과 진지함은 희생되기 쉽다. 그것이 오늘날 강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설교는 가르침의 성격도 가졌다. 가르침이 항상 기초적이고 쉬울 수만은 없다.

그 글을 쓴 이는 예수님의 설교가 쉬웠다고 한다. 보통 예수님이 예화를 들어 말씀하셨기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수님이 든 비유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드러내는 동시에 감추는 기능을 하기에 꼭 쉽지만은 않다. 주님이 하신 말씀 중에 얼마나 듣기에 거북하고 부담스러운 말씀이 많은가. 그런 말씀이 쉽게 이해되고 우리 마음에 잘 박혔다면 지금 우리는 이렇게 살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목사는 예수님이 목회하면 교인이 12명밖에 안 남을 거라고 설교하는 것을 들었다. 예수님의 가차 없는 요구와 책망을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어 부자 청년처럼 떠날 것이라는 거다.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게 사정없이 깎아내리고 타협하는 메시지를 전할 때가 많다.

또 바울 서신은 얼마나 어려운가. 로마서에서 바울이 전하는 복음을 그리 쉽고 재밌게만 전할 수 있을까. 쓸데없이 현학적으로 어렵게 설교하는 것은 설교자의 범죄이다. 목사는 교인들의 이해의 수준에 맞추어 최대한 쉽고 명쾌하게 설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머리는 텅 비게 하면서 마음에만 찡한 감동을 주려고 너무 애쓰지 말고, 머리와 마음을 모두 진리와 은혜로 채우는 설교를 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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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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