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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중심주의는 실체적 진실을 압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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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중심주의는 실체적 진실을 압도하는가?
  • 딴지 USA
  • 승인 2020.09.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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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가해, 피해자 중심주의의 명목아래 지금껏 우리는 많은 진실앞에 침묵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이는 오랫동안 여성운동이 공을 들여 지켜온 ‘가치’이기에 존중하려 최대한 애썼다. 다른분들도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여러 매체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정황은 그간 김재련과 고소인이 주장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내용이다.

문제는 언론의 태도다. 그간 김재련 변호사의 작은 숨결 마저도 체크해 언론은 연일 보도하기 바빴다. 그녀가 한마디라도 하면 조중동뿐 아니라 모든 보수 색채 언론은 이에 더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헤드라인으로 마치 고 박원순 시장과 그의 참모진들은 오로지 여성 한명을 성추행하기 위해 지난 몇년간을 보낸 사람들처럼 그려냈다.

특히 sbs는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고소인외 더 있다는 식으로 방송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도 아닐뿐더러 고소인의 변호인 조차 모른다고 밝힌 사안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소위 진보언론 한겨례, 경향 조차 박원순 시장을 가해자라고 확정하고 논조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더욱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바로 반론 조차 제기할수 없는 환경이었다. 어떤 사회적 사안이 주장되고 이슈가 됐다면 당연히 그것에 반론이 있을수 있고 민주적 사회라면 반론 역시 제기될수 있는 자유로운 사회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2차가해라는 이름으로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장벽앞에 잘려나가야 했다.

그 어떤 언론조차 공식적인 반론 기사를 낼수 없었고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 조차 담는 것을 허용치 않았다. 난 왜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이 언론이 아닌 유튜브 채널을 찾아가야 했을지를 생각해 봤다. 그 어떤 언론에서도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상실감이 전제 되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 TV’에서 그가 이야기한 내용은 김재련과 고소인 측에서 그간 주장했던 내용과는 너무 차이가 있었다. 그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면 그는 정말 억울하고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 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고 박원순 시장을 도왔던 비서실 참모진들 중 상당수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자랑스런 서울시장과 그를 도와 이뤘던 다양한 사회적 모멘텀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영광스러웠던 이력은 순식간에 성추행 방조범으로 떨어져야 하는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중 누구나 공개적으로 반박할수 없었다. 물론 다뤄주는 언론도 없을뿐더러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를 지켜려 하는 그들의 선한 의도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필자 역시 서울시 비서진들중 상당수와 친분이 있지만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은 평소 여성운동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고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분들이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하려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관계는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이번 사안에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 여성운동 방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반론이라도 제기 되면 쏟아지는 ‘2차가해’라는 프레임이다. 나는 많은 파편화된 정황 앞에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음에도 침묵 했던 사람 중 한명이다. 특히 고소인이 4월 사건의 동일인물임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단 한번도 이 사실을 페북에 쓰거나 이번 사안과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이야 말로 고소인의 입장에서 큰 상처가 될수 있는 문제이거니와 진정 심각한 ‘2차가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김재련 변호사가 이 사실을 한겨례21과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았다. 어찌 저런 사실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할수 있는가? 자칭 피해자 변호인이라는 자가 피해자를 ‘2차가해’하고 있는 현장을 목도한다. 이것이 고소인이 동의한 사안이라면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한건 이미 그들이 밝힌 사안이니 더 이상 그 사실을 숨길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묻고싶다? 당신들이 주장하는 ‘2차가해’와 ‘피해자중심주의’는 어디까지가 가이드 라인인가? 당신들 스스로도 지키지 않는데 우리에게는 왜 그것을 지키라 하는가?

말이 나온김에 묻고 싶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실체적 진실보다 앞서는가? 현재 열린공감TV를 통해 고소인이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기의 사진이 공개됐다. 성추행을 당한 사람이라고 하기 에는 많은 의문점이 남는 사진들이다. 이런것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것 조차 ‘2차가해’인가? 그냥 닥치고 당신들 주장을 동의해 주어야만 ‘2차가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또 하나 묻고 싶다. 그렇다면 성비위가 아닌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프레임을 적용할수 있는가? 칸트는 ‘정언명법’이라는 도덕적 판단 기준에 중요한 지점을 설파했다. 즉 내가 하는 행동을 전체가 해도 되는지 묻고 있다. 만약 그렇게 해도 문제가 없다면 그것은 정의와 합리성을 확보한다. 똑같이 묻고 싶다. 이와 같은 기준을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적용해도 되는가?

누가 저 사람 사기꾼이에요. 주장하면 ‘피해자 중심주의’에 의거 그 순간 그는 ‘사기꾼’이 되는가? 누가 저 사람이 살인자에요. 주장하면 ‘피해자 중심주의’에 의거 그 순간 그는 ‘살인자’가 되는가? 그것에 반론을 제기 하면 ‘2차가해’가 되는가? 법치주의 국가의 ‘무죄추정원칙’이나 ‘증거재판주의’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오로지 성문제에 대해서만 특별한 지위가 부여되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 말한다면 당신들의 주장은 틀렸다. 그것은 ‘절대주의’ 즉 ‘파시즘’이기 때문이다. 칼포퍼의 주장대로 ‘반증가능성’이 없는 이론이 ‘과학’이 아니듯 나는 ‘반론가능성’이 없는 주장 역시 ‘사상’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신들의 주장에 문제제기 조차 할수 없다면 그것은 더 이상 00주의나 00이즘이 아닌 그저 믿는자들끼리 뭉쳐 노는 절대주의적 ‘종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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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H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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