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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0년 미래의 운명을 결정지을 4가지 숫자 RIP 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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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0년 미래의 운명을 결정지을 4가지 숫자 RIP 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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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20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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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t in Peace, Ruth -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별세했다. 그는 별세하기 전 자신의 손녀 클라라 스페라(Clara Spera)를 통해 "현재 나의 가장 간절한 소원은 차기 대선 이후까지 내 공석이 채워지지 않는 것이다." 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될 때마다 각종 메세지로 후임 대법관의 이름을 거론하며 그를 직간접적으로 위협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공화당의 인내심은 채 한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 한 시간 이후 트위터에 성명서를 공개하며, "2016년과는 달리 현재는 다수당과 정부가 동일하므로, 곧 후임 대법관을 인준할 것이다." 라고 밝혔다.

 

1. "2016" : 모든 것의 파멸이 시작 된 해

맥코넬은 지난 2016년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 직전 스칼리아 대법관이 별세했을 당시 오바마의 후임 대법관 지명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상원 인준 자체를 원천적으로 거부했던 바 있다. 당시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였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는 어쩔 수 없이 후임 대법관 인준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다들 아시다시피 그 자리는 트럼프가 임명했다.

2016년은 미 대법원에서 공화당의 대반격이 이루어진 첫 해였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며, 당시 이 반격의 초석을 놓았던 맥코넬이 이제 긴즈버그의 별세를 틈타 후임 대법관 지명으로 미 대법원의 지형도를 완전한 보수 우위로 돌리려 하는 것이다. 트럼프와 맥코넬은 겨우 4년 만에 이 모든 것을 이뤄 냈다. 그것도 미국민의 손을 통해.

2. "50" : 공화당이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수

차기 대법관을 지명하고 싶어 애가 닳아 있는 공화당과 트럼프는 긴즈버그 대법관의 유언과는 전혀 상관 없이 아마 다음 주 초 신임 대법관 후보를 바로 지명할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공공연하게 테드 크루즈를 후임 대법관으로 지명할 것이라 떠벌이고 다닌 바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공화당이 상원에서 100%의 확률로 후보자를 인준하기에는 쉽지 않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석 : 민주당과 무소속 47석 으로 이뤄져 있는데, 과거 브렛 캐버노 대법관의 지명 당시 51 : 49 상황에서 우여곡절 끝에 50 : 48 로 인준된 것에 비하면 여유로워 보이지만 그렇지가 않다. 과거에 비해 트럼프에게 호락호락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3. "7" : 미국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7인의 공화당원

긴즈버그 대법관은 그 상징성도 상징성이거니와, 2016년과 지금은 다르다는 맥코넬의 파렴치한 정치적 행위, 트럼프에 대한 상대적으로 높은 반대 여론, 2018년 중간선거 결과 등으로 인해 사실 공화당과 트럼프가 막무가내로 인준을 밀어붙일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공화당원이라는 것도 아이러니다.

(1) 리사 머카우스키(AK) : 알래스카 주 상원의원. 브렛 캐버노 인준에 반대한 용감한 1人. 바로 그 티파티의 수장 세라 페일린과 투쟁하며 살아 남은 사람이다.

(2) 코리 가드너(CO) : 콜로라도 주 상원의원, 현재 오는 11월 3일 선거가 예정돼 있으나 도전자인 민주당 존 히켄루퍼에게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투표에 부담이 있다는 뜻

(3) 라마 알렉산더(TN) : 테네시 주 상원의원. 양당간 갈등이 있었을 때에는 항상 이 할아버지가 나서는 판국이었다. 물론 오랜 의정 활동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파렴치한 맥코널과 친밀하긴 하나, 극한 충돌 시 중재를 기대해 볼 수 있다.

(4) 수전 콜린스(ME) : 메인 주 상원의원. 최근 11월 3일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판명된 1인이자 대표적인 공화당 내 낙태 찬성파.

(5) 밋 롬니(UT) : 유타 주 상원의원. 대선에서 패했지만 상원에서 살아 돌아온 역전의 용사이자 대표적인 트럼프 비토파. 일본 자민당 보수 본류와 같이 대안우파 계열이 아닌 정통 공화당 보수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6) 척 그래슬리(IA) : 아이오와 주 상원의원. 2016년 맥코넬과 함께 오바마가 지명한 스칼리아의 후임 갈랜드를 막은 사람 중 한 명. 그러나 이 사람은 그래도 원칙주의자였는지, 여전히 긴즈버그의 후임도 차기 대통령이 지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7) 톰 코튼(AR) : 아칸소 주 상원의원. 이 사람이 위 사람들과 함께 7명에 포함되는 이유는, 거론되는 후보들 중 하나인 테드 크루즈보다는 이 사람이 그나마 훨씬 낫기 때문이다. 참고로 크루즈는 고 앤서니 스칼리아와 마찬가지로 창조설 지지까지 의심받고 있다.

 

4. "87" : 긴즈버그가 견뎌왔던, 그리고 짊어졌던 시간

어느새 성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은 그 어느 선거보다 혼탁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선거에 패할 경우 억지로라도 대통령직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상당히 많으며 이 경우 결국 판단은 또 다시 대법원으로 가게 된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삶은 비단 미국의 시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시민 사회가 깊이 숙고하고 그의 유산을 나눠 짊어져야 함을 보여 주었다. 2016년 이전까지만 해도 공화당 성향 판사가 추천한 로클럭만을 고용하는 대법관이 있을 정도로 심하게 보수적이었던 미국 대법원을 바꾼 것도 그였고 본인 역시 성차별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고인의 죽음 한 시간 만에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하며 후임을 논하는 맥코넬과 트럼프의 예의 없고 파렴치한 모습을 보며 미국 시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향후 50일 내에 자신들의 손으로 누군가 87년 동안 애써 축적해 온 모든 것들이 무너진다고 생각을 하고는 있을까.

미국의 운명은 두 달 내에 결정될 것이다. 물론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우리의 삶도 최소한 백 년을 지배한다는 의미이다. 아무튼 루스, 이제는 편히 잠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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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sung Bria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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