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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목사들이여 이제 유튜브로 나아오라, 좌판을 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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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목사들이여 이제 유튜브로 나아오라, 좌판을 깔자.
  • 딴지 USA
  • 승인 2020.09.18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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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목사들이여, 이제 좌판을 깔자 >

한 시대가 급속히 저물면서 새 시대가 오고 있다. 저무는 시대를 보지 못하는 자는 그 시대와 함께 침몰할 것이다. 새 시대를 보지 못하는 자는 새 시대의 무게에 눌려 압사할 것이다. 개별적으로 분화된 개신교회가 그래도 하나로 연합할 수 있었던 것은 교리적 전통과 성서해석의 보편성 때문이었다. 그것을 공교회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동안 교회들은 위선적이나마 그 토대 위에 하나되어 있었다.

몇 해 전부터 오륜교회에서 <다니엘기도회>를 인터넷으로 중계하면서 로컬처치의 기초를 흔들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이 문제를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으로 보고 비판적인 논지를 전개했다. 나는 비판적 교회주의자였다. 교회를 비판하지만 교회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으로 로컬처치의 건강한 유지와 발전을 기대하고 도모했다. 하지만 팬데믹 시대에 그 기대를 지속시킬 수 없게 되었다.

팬데믹은 지역교회의 공동체를 해체하고 있는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비대면 예배가 장기화되면서 교인들은 교회의 공동체성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영상예배는 교인들에게 유튜브에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설교를 선택하는 데 부담을 줄여주었다. 또 그것이 공적 예배의 또 다른 유형이라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게 하였다. 예배의 형태가 탈공간화, 탈시간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영상예배는 경계를 넘어 유목민처럼 어느 곳이든 쉽게 접속하여 예배할 수 있다는, 뉴 패러다임을 가져다주었다.

오륜교회가 <다니엘기도회>를 통해 중소교회와 교인들을 흡입하던 문제가 이제 보편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설교방송을 하는 기독교 방송국들과 차원 높은 방송 시스템과 콘텐츠를 가진 대형교회 들이 공급하는 영상예배는 교인들을 예배 소비자로 전환시키고 있다. 아니, 설교 소비자로 손쉽게 바꾸어놓고 있다. 교인들은 일상에서 좋은 설교, 좋은 콘텐츠를 가진 영상을 찾아 유랑하기 시작했다.

이제 대형교회나 기독교방송국을 중심으로 하는 사이버처치(가상교회)가 도래한 것이다. 그것을 부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는 넘어섰다. 그런데 이것이 매체를 소유하고 사장을 독점한 특정 세력의 예배와 설교가 지배하는 시대를 만들면 안 된다. 나는 이것을 우려한다. 그래서 근래에 부끄러운 내 설교영상을 몇 번 페북에 올려놓았다. 어차피 설교가 소비되는 상황을 막을 수 없다면, 종교 장사꾼들의 싸구려 상품에 맞서는 핸드메이드 설교도 시장에 출품해서 나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설교가 발에 차일 만큼 널린 시대에 세련미도 없고 어눌하기 짝이 없는 설교지만, 왜곡된 이 시장구조에 돌을 던지는 마음으로 올려본 것이다.

나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젊은 목사들이 새롭게 열린 광장으로 나오기를 바란다. 유튜브라는 광장 말이다. 비록 시스템은 초라하고 설교는 세련되지 못하다 할지라도 자기 상품을 가지고 나와 좌판을 깔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제 그것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면 안 된다. 그 좌판에 깔린 설교가 좋으면 서로 퍼나르면서 시장을 확대하면 될 것이다.

이것이 대형교회와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일부 스타 목사들에 맞서서 기독교의 좋은 가치를 다양하게 펼쳐나갈 수 있는 길이다. 성공신화, 기복신앙, 성장제일주의, 목사 우상화, 잘못된 구원관, 세속화된 신앙담론, 교회의 도덕적 타락 들과 맞서 설교로 싸우라.

팬데믹은 오래 갈 것이다. 교회의 이 상태도 오래 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교인들은 탈신체화(탈교회화)될 수밖에 없다. 건물 중심의 고비용 교회 구조는 무너질 것이다. 목사들보다 교인들의 패러다임 전환이 빠르다. 교인들은 지금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목사들만 우왕좌왕하고 있을 뿐이다.

젊은 목사들이여, 이제 시장으로 나아오라. 좌판을 깔자. 그리고 당당하게 외치자. 내 설교를 사라고. 웃프지만 이게 우리 앞에 놓인 길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길을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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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주 목사
By 김선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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