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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 '나 혼자 독야청청' 해서 생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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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 '나 혼자 독야청청' 해서 생존할 수 없습니다
  • 딴지 USA
  • 승인 2020.08.2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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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의료계 쪽 실상은 잘 몰라서 의협이란 곳이 얼마나 대표성을 띤 단체인지 함부로 예단할 수는 없지만(아는 의사 선생님들은 제법 있는데 그쪽의 자세한 내막은 모릅니다), 개신교 쪽 상황은 꽤 정확히 그리고 자세히 알고 있는 편이니, 개신교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개신교에는 교단도 많고, 신학교도 많고, 무슨 무슨 단체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회적인 이슈만 터지면 개신교의 무슨 무슨 단체 회장이란 사람이 나타나서 '우린 그거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우린 그거 반댈세'라며 기자회견을 하거나 성명서를 발표하는 모습은 굉장히 친숙한 장면일 겁니다.

그런데 개신교의 무슨 무슨 단체라는 것이 사실 대표성이나 전문성은 전혀 없는 경우가 100%고, 이름만 거창하지(가령 '한국기독교총연합회'라고 이름을 지으니 이게 개신교 전부를 대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소위 '듣보잡' 목사들이 자기들끼리 친목 혹은 임의단체를 한들어서 '법인' 형식 갖추고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개신교 안에서는 이런 활동에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목사들을 가리켜 '정치 목사'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목회는 안 하고 정치만 하는 목사란 뜻입니다. 더 쉽게 말하면, 종교 정치꾼이란 뜻입니다.

정치 목사들이 자기들끼리 단체를 만들어서 거기 뭐 대단한 것이라도 있는 듯 허풍을 떨려면, 그리고 이걸 바탕으로 자기 이름 석자를 알리려면 자연스럽게 많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임대료도 내야 하고, 사람도 모아야 하고, 집회와 회의도 해야 하고, 기자들 맛사지도 해야 하고 등등 돈이 제법 많이 들어갑니다.

그런 정치 목사들이 어디서 그 많은 돈을 조달하겠습니까.

가령 누구처럼 대놓고 극우 언행을 일삼아서 극우 진영의 교회와 신자, 더 나아가 시민들로부터 '지원'을 받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

아니면 대부분은 자기가 담임하는 '교회'에서 조달하겠지요.

그래서 정치 목사들의 제일 큰 관심사가 돈을 만들고, 그 돈으로 사람들 구워 삶아서 무슨 무슨 단체를 만들고 거기서 회장 노릇해서 유명해지는 것이니까, 쉽게 말해 오로지 인생의 목표가 돈과 명예뿐이니까, 그걸 가능케 할 수 있는 자금을 만들기 위해 교인들을 상대로 지독한 기복주의를 설파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자기 말 듣고 이런저런 식으로 신앙생활하면 성공한다, 대박난다, 부자된다, 병 낫는다...이런 설교만 주구장창 하고 또 교회의 모든 조직이나 문화가 다 그렇게 조직되어 굴러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정치 목사들이 담임하는 교회를 다니는 신도들은 그 거짓말과 사기질에 속아, 열심히 돈을 갖다 바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정치 목사들은 거룩한 예배, 경건한 신앙생활, 덕스러운 시민생활, 뭐 이런 것은 알지도 못하고 또 관심도 없으며, 무엇보다 자기 교인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돌아보고 양육하는 것은 일절 방기한 채 오로지 '삥'을 뜯어내는 데만 전력합니다.

이 따위 짓을 능수능란하게 잘 하는 사람일수록 정치 목사들 세계에서 더욱 각광을 받고, 결국은 무슨 무슨 단체의 회장 자리 하나 꿰차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저간의 사정을 알턱이 없는 순진한 신자들이나,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무슨 무슨 개신교 협회 회장이 불쑥 나타나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하니, 마치 그 사람이 개신교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착각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럼 왜 어떤 목사들은 '목회'는 안 하고 이런 식으로 저질 종교 정치 활동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는 것일까,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개신교 전체의 평판에 먹칠을 하고 시민사회를 혼란에 빠트리는 것일까? 하는 점이 궁금합니다.

그냥 저 혼자 생각해본 건대, 제가 볼 때는 이런 저질 정치 목사들이 거의 대부분(아마 99%쯤?) 중고등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엄청 못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특히 성적에 따라 인간의 자격이 결정되는 교육이 지배하는 한국사회에서) 인성이 형성되는 시기인 청소년 시기에 굉장한 열등감 내지 자격지심을 내면화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은데, 청소년 시기에 공부를 못하다 보니, 한국사회 특성상 그걸 충족하지 못한 트라우마가 무의식 속에 각인된 것이지요.

그래서 나이를 먹고 중년의 나이가 되어 자기 무의식 안에 잠재된 트라우마-인정받고 싶은 욕망-가 이런 식의 저질 종교 정치 활동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닌가, 그냥 저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지하듯 개신교 안에 굉장히 많은 숫자의 목사들이 있고(교단과 신학교가 많다 보니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이들 목사들 상당수는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건전한' 분들인 반면, 일부 한정된 정치 목사들이 위에서 말한 식으로 살아가면서 개신교의 물을 흐려놓는 것입니다.

상당수 건전한 목사들은 사실 '정치'에 일절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분들의 경우, 그냥 자기가 담임하는 교회를 열심히 섬기고 돌아보는 것으로 인생의 행복을 맛보는 사람들이죠. 그리고 자기 교회가 위치한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봉사와 사회복지 사업에도 많은 힘을 기울입니다.

헌데 이런 분들의 건전한 삶의 모습이나 미담 사례는 거의 외부로 알려지지 않지요.

대신 미꾸라지 같은 소수의 정치 목사들이 저지르는 반사회적 행동이나 소시오패스 같은 언행들, 추문들만 크게 기사화되곤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그동안 솔직히 건전하고 건강하게 자기 목회를 열심히 하는 목사들일수록 가급적 정치 목사들 하고 거리를 두려고 애를 많이 쓰거나, 혹은 아예 정치 목사들이 하는 짓에 대해서는 관심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식으로 행동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개신교 안에서 어느 누구도 정치 목사들의 일탈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하거나 '견제'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건전한 목사들이 자신의 신앙을 지키고 교회를 잘 돌보기 위해 타락한 정치 목사들을 멀리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 누구의 통제와 견제도 받지 않는 정치 목사들이 저지르는 무참한 일탈 행위들이 개신교 전체를 곤란하게 만들고 수렁에 빠트리는 일들이 반복되는 상황까지 온 것입니다. 그 피해는 건전한 목사들과 그들이 섬기는 교회에도 당연히 미치는 것이구요.

따라서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그동안 '똥 냄새' 난다고 일체 교계의 정치판을 쳐다보지도 않던 건전한 목사님들이, 앞으로는 두 눈을 부릅뜨고 교계 정치판을 감시하는 가운데 필요할 경우 매섭게 질타하고 교정하는 '십자가'를 기꺼이 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개신교가 안에서부터 '정화'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저질+악질 정치 목사들이 마음껏 활보하게 내버려 둔 채 '나는 모든 관심을 끊고 내 목회나 열심히 하련다'는 '이기적인' 목사의 자세를 못 벗어나면, 결국은 모두가 공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한국 개신교는 '나 혼자 독야청청' 해서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오히려 작금의 한국 개신교 상황은 사방이 독가스로 오염된 것 같은 처지입니다.

이런 때에 자기 혼자(혹은 자신의 교회만) 방독면을 쓰고 겨우 몇 십분 더 생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한국 개신교가 살려면 그동안 썩어문드러진, 그래서 악취가 진동하는 교계의 정치 목사들을 징계하고 퇴출시키는 데, 건전한 모든 목사님들이 힘을 모아서 행동에 돌입해야 합니다.

내부의 자정과 개혁만이 한국 개신교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3286342438126138&id=100002512424962

By 김요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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