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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고' 집회 나온다는 분들의 말이 얼마나 가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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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고' 집회 나온다는 분들의 말이 얼마나 가벼운지
  • 딴지 USA
  • 승인 2020.08.2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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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툭하면 '목숨을 걸고 예배를 드리겠다' '목숨을 걸고 정부와 싸우겠다'는 말을 떠드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2. 사실 '목숨을 건다'는 말은 그리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가령 전쟁이 일어나 가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부득이 손에 총을 들고 전선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나 나올 법한 말입니다. 그만큼 절박하고 비감한 언어입니다.

3.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살면서 '최선을 다한다'는 말 정도만 해도 대단한 것입니다. 공부 잘 하는 학생은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겠다고 하지 목숨을 걸고 공부한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하지 목숨을 걸고 승부를 가리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자신의 일에 임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러니 '목숨을 건다'는 진술에 담긴 무게감은 정말 특별한 것입니다.

4.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비록 목숨을 건다는 표현은 쓰지 않지만 실제로는 진짜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열악한 산업환경에서 재해의 가능성에 노출된 채 일하는 노동자들, 비정규직들, 그리고 공공의 복리를 위해 고난이도의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그들입니다.

헌데, 이런 사람들조차도 그런 위태로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자기 목숨을 지키려고 조심하지, 공공연히 '나는 내 목숨을 내놓은 사람'이야라고 떠벌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주변에서 참으로 고통스럽게 일하는 사람들의 진짜 처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함부로 자기 목숨을 운운하는 '만용'을 극히 삼가고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 목숨은 다 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5. 정부의 방역지침에 맞서, 혹은 일부러 거스르고 훼방하면서 '목숨을 걸고 군집하거나 집회를 했던' 사람들 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8월 15일 집회의 여파는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약 25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는 신천지의 경우 감염자가 900명 대 였습니다. 반면 아무리 넉넉잡아 계산을 해도 불과 수천 명 정도를 못 넘을 사랑제일교회의 경우 감염자가 800명 대를 훌쩍 넘었습니다. 작금의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광화문 집회에는 사랑제일교회 외의 다른 군중들도 참가했고, 그들을 통해서도 감염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양자 모두 하나뿐인 자기 목숨을 걸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입니다.

6. 이들이 치명적인 바이러스 감염을 마다하지 않고 목숨을 걸고 예배(집회)를 강행하거나, 반정부 투쟁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따지고 보면 하나입니다.

이들이 보기에, 현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전부를 공산화하려는 불온한 의도를 가진 빨갱이 정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신들은 '목숨을 걸고' 어떻하든지 '적화통일'을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지녔다고 보는 겁니다.

7. 아무튼 이런 신념과 사명감에서 비롯된 행동 때문에 결국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은 '빨갱이 정부'가 지정한 병원에서 '빨갱이 나라'에 사는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양질의 치료를 받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치료를 받는 '목숨을 걸고 정부에 맞서 싸운' 사람들 중에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하고 퇴원하거나 탈출했다는 뉴스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들 모두 빨갱이 정부가 제공하는 치료와 지원에 대단히 만족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참 의아합니다.

아니, 목숨을 걸고 투쟁해야 할 정도의 중차대한 신념이 진짜라면, 차라리 죽을지언정 빨갱이 정부가 제공하는 치료는 못받겠다고 거부해야 그 신념(앙)이란 게 진실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어느 누구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작 아프고,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은 상황이 되니 평소 입버릇처럼 외쳤던 '목숨을 건' 신념이나 신앙은 휴지조각이 되어 버립니다.

참으로 대단한 이중성 내지 위선의 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니, 이들이 말하는 '목숨을 걸었다'는 말이 얼마나 가볍고 추레한 것인지를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7. 분명 지금 이 시간에도 자기 목숨을 담보로 정부의 방역지침에 맞서거나 투쟁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내뱉는 사람들이 적잖을 겁니다. 하지만 진짜로 목숨을 걸 용기가 없다면 그런 말을 함부로, 정치적 구호로 쓰지 마시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때가 되어 당신이 진짜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가증한 존재였는지를 금세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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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3281599251933790&id=100002512424962

By 김요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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