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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현상 - 개신교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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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현상 - 개신교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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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2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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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우종학 교수님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퍼온 글로, 글 하단에 출처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확산의 주역이 된 전광훈씨 때문에 나라 전체가 혼란과 위험에 빠졌습니다. 교회와 목사라는 이름으로 최근에 벌어지는 일은 사실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라, 오랫동안 건강한 세포들을 파괴해 오던 암이 3기 혹은 4기 증상으로 나타났을 뿐입니다.

신천지와 다르다고 선을 그으려는 대형교회 목사들을 포함한 보수 기독교 목회자들이나, 우리랑 상관없다는 통합당도 암을 키우는 영양분을 제공했거나 같은 암세포였음을 돌아봐야 합니다.

1. 우선 전광훈은 목사가 아닙니다. 소속 교단에서 면직되어 목사직이 박탈되었습니다. 개신교는 교단 아래 교회가 속하고 목사 임명은 교단을 통해 받습니다. 다만 목사직이 박탈되어도 지역교회에서는 여전히 목사로 불립니다.

이런 자들이 보통 따로 이단을 만듭니다. 자신이 메시야라고 주장하는 신천지 비슷한 이단들은 개신교 교단에 속하지 않고 목사로 임명받지 않은 따로 노는 자들입니다. 전광훈은 조금 더 지켜보면 알 것입니다.

2. 전광훈은 지도자가 아닙니다. 개신교에서는 이미 악명 높은 자입니다. 여성도에게 빤스 내리라고 해서 빤스를 내리면 진짜 내 신도다라고 했던 말은 그가 지도자가 될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본회퍼를 존경한다는 허울 좋은 그의 약팔기에 대해서는 제가 예전에 쓴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회퍼의 길을 가겠다는 전광훈 목사께

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2873684659522800

3. 교인들을 현혹시키는 광대로 보입니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라는 말이 대표적입니다. 성경에 대한 바른 이해나 신학적 깊이 없이, 하나님을 요술램프 지니 수준으로 만들어 놓고 이용합니다. '나는 바이러스 안 걸린다'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이 보우하시면 바이러스 따위는 안 걸린다, 광화문 집회 참석해도 코로나 안걸린다는 선동은 그저 광대 수준입니다.

목사 대신 광대의 모습을 가진 전광훈은 사실 개신교 전통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80년대 90년를 거치며 지금도 계속되는 소위 부흥집회와 거기 등장하는 부흥강사들은 광대의 모습을 지녔습니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와 나는 코로나도 안 걸려. 이런 정서는 과연 그런가라고 묻고 생각하는 지성적 태도보다는 무조건 아멘하는 뜨거운 신앙을 강조하는 개신교에 면면히 흘러온 정서입니다.

4. 믿음을 가진 신앙인이 아니라, 맹신과 자기최면으로 우상을 따르는 자입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믿음은 나는 코로나 안 걸린다는 믿음이 아닙니다. 몸이 아프고 어려움을 겪을 때 신자들은 기도합니다. 마음을 다해 때로는 피눈문을 짜내 기도합니다. 이 절망스런 위기에서 구해달라고, 이 문제를 제발 해결해 달라고. 코로나에 걸리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기도한 뒤에 나는 코로나에 안 걸린다고 믿는 것은 믿음이 아닙니다. 그것은 맹신이자 자기최면일 뿐입니다. 기도를 들어주실 지, 혹은 들어주지 않을지는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그렇게 기도했으니 당신은 당연히 내 기도를 들어줘야 하잖아. 이런 태도는 신앙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을 내 몸종 쯤으로 여기는 태도입니다. 그것은 오히려 우상을 섬기는 것입니다.

믿음이란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기시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응답이 오지 않더라도 그것이 나를 위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임을 믿는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지만 해결해 주시지 않아도 그것이 오히려 나를 위한 하나님의 사랑임을 믿는 것입니다. 가장 큰 모범은 바로 예수님입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눈물로 기도하실 때 십자가의 죽음을 피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지만 그러나 하나님의 뜻에 맡기는 믿음을 보였습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믿음은 어떤 일이 꼭 이루어진다는 주술적 맹신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인격적 신뢰입니다.

5. 전광훈 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신천지 사태때 개신교는 신천지는 이단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습니다. 전광훈이 지도자가 될 수 없듯이 많은 목회자들이 지도자가 될 수 없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성도들에게 빤스 내리라는 말을 직접 하지 않았다 해도 여성에 대한 차별, 목회자가 아닌 성도들에 대한 차별, 그리고 종종 신문기사로 뜨는 목사들의 성범죄, 그리고 성소수자들에 대한 폭력은 전광훈과 나머지 개신교 목회자들을 구별할 수 없게 만듭니다.

물론 훌륭하고 존경할 만한 목회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없었다면 저는 벌써 신앙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간 한사람의 범죄로 이스라엘 민족 전체가 아이성 전쟁에서 참패했듯이 교회는 한사람의 범죄를 공동체적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전광훈되었음'을 참회하고 반성하고 돌이켜야 합니다.

신앙을 잘못 가르친 죄도 회개해야 합니다. 나는 코로나 안 걸려. 예배드릴 때는 코로나 안걸려.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왜 코로나에 걸려? 이런 태도는 전광훈과 그의 무리들 만의 태도가 아닙니다. 개신교 교회들도 똑같이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헌금 많이 하면 부자가 되고 교회봉사 많이 하면 교통사고도 안 당하고 병에도 안걸린다는 잘못된 신앙을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기도를 응답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우발적 은혜인데, 내가 기도하면 다 들어주신다는 맹신을 신앙으로 잘못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오히려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신앙이 없어서 믿음이 없어서 그런 자들로 차별하고 얕보지 않았습니까? 잘못된 성경해석과 신앙의 태도는 목회자들의 책임이 아닙니까?

6. 목사가 아니고 지도자가 아니고 그저 광대 정도면 우습게 봐 줄 수도 있겠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반사회적이고 반국가적 선동을 하는 심각한 사회적 악을 범한다는 점입니다.

전광훈은 이미 오랫동안 교회를 비판하는 세력 뒤에 북한이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청와대를 폭파시키자는 선동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그가 만든 정당이나 정치적 행동은 극우 개신교와 일맥상통합니다. 가령, 평양을 폭파시키고 교회를 세워야 한다는 김진홍 목사는 이번에도 전광훈과 광화문 집회를 지지했습니다. 2016년에 박근혜 탄핵 때 극우적 모습을 보였던 김삼환, 소강석, 최성규 목사들이나 최근까지도 전광훈과 함께 했던 대형교회 목사들과 장로들은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뭐 그정도까지 심각하겠냐구요? 정치적 입장이 좌파와 우파로 나뉘니 균형이 필요한 거 아니겠냐구요?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의 지령을 받는 주사파로 보는 견해가 보수 목회자들의 가르침을 통해 개신교회 안에 퍼지는게 균형잡인 일입니까? 심지어 문재인을 적그리스도라고 보는 생각이 교인들 안에 일반적이라면 그거 괜찮은 겁니까? 교회가 반상식적이고 반사회적인 컬트 집단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관련된 글 하나만 링크합니다.

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2966866446871287

7. 전광훈의 선동과 정치행동은 혼자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 지역교회 예산 정도로 할 수 있는 일일까요? 아닙니다. 개신교의 지지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는 보수 교회들의 집단으로 기독교에 해가 되었던 한기총의 대표였습니다. 반사회적 기능 때문에 지금은 해체된 단체입니다만 그 네트워크가 어디 가겠습니까? 막대한 현금력과 인적 자원을 자랑하는 대형교회들이 뒤에서 지지하고 버팀목이 되지 않으면 가능했겠습니까?

8. 보수 개신교 뿐만 아닙니다. 통합당도 마찬가지입니다. 2017년 대선에서 홍준표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한 개신교 목회자들, 그 당 대표였던 황교안은 전도사라서 대선 후보로 지지했던 개신교.

전광훈과 통합당의 관계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김종인, 주호영을 비롯하여 통합당 인사들이 전광훈을 얼마나 정치적으로 사랑했겠습니까? 광화문 집회가 통합당과 관련 없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런다고 과거의 행적이 다 사라집니까.

광대짓을 넘어 반사회적 행동으로 날뛰는 전광훈을 구속에서 풀어주고 광화문 집회를 허가하고 집회가 가능하도록 통합당 인사들이 참여하고 뒤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았더라면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이런 세력들의 도움이 없이 전광훈과 그의 무리들이 마구 날뛸 수 있는 사회라면 우리나라가 무슨 호구입니까. 정말로 정부가 방역을 잘못해서 코로나 재유행이 시작되고 있습니까? 광화문 집회는 통합당 민경욱이 신청했잖아요. 법원이 허락하고 통합당이 버텨주는 광화문 집회를 정부가 어떻게 막습니까?

9. 가장 큰 문제는 전광훈의 무리들이 대부분 희생자라는 점입니다. 정부가 코로나를 이용해서 교회를 탄압한다고 믿는 분들, 수백억의 이권이 걸려있는 건 잘 몰라도 교회당을 지키겠다고 지방에서 올라와 밤새며 건물을 지키는 분들, 전광훈을 도와 청와대를 폭파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분들, 목사만 잘 따르면 코로나는 절대 안걸릴거라고 믿는 분들, 정말로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조정해서 사랑제일교회에 코로나로 테러를 했다고 믿는 분들, 광복절에 광화문에 나와서 일장기를 흔들며 하나님이 우리나라를 구해달라고 기도하는 분들.

이분들은 반사회적 세력 혹은 복음을 파괴하는 세력이 아니라, 전광훈 같은 자들의 잘못된 가르침 때문에 성경이 무엇인지 기독교 신앙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힘든 삶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부흥사들이 지껄이는 이야기에 아멘하고 화답하는 분들이지도 모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교회의 책임입니다.

10. 전광훈을 비롯한 지도자들을 코로나 확산과 관련해서 엄중하게 수사하고 처벌해야 합니다. 음모론을 퍼트리며 반사회적 반국가적 반인륜적 행태를 보이는 자들은 엄벌해야 합니다.

11. 개신교 교회들은 회개해야 합니다. 목회자들은 광대의 길을 벗어나 목자의 길을 가야 합니다. 성경을 제대로 가르쳐야 합니다. 신앙이 무엇인지 신앙인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야 합니다. 십자가에 고통스럽게 희생된 예수의 길을 따르게 해야지 떵떵거리고 누리는 맘몬의 길을 따르게 해서는 안됩니다. 지구6천년설이나 가르치고 기후위기에 관심이 없으면 창조질서를 지키는 게 아닙니다. 반지성적 태도를 넘어야 합니다.

독재시절엔 교회가 앞장서서 외치고 돌을 들어야 합니다. 본회퍼의 가르침처럼 미친 기사가 버스를 몰 때는 그 기사를 제압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정부를 독재라고 하면 너무 우습지 않습니까. 독재시대에 남산과 남영동에서 고문당하고 간첩으로 몰렸던 분들이 허탈하지 않겠습니까. 독재 시절엔 정부에 조아리고 온갖 악 앞에서 입을 닫고 부흥만 외쳤던 보수 교회들이 이제와서 독재랍시고 정부를 비판하면서 보수 기득권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일에만 열심을 내면 복음이 지켜지겠습니까.

12. 길게 썼지만 쉽지는 않겠습니다. 전광훈은 보수 개신교의 평범한 얼굴일 뿐입니다. 그가 망하는 것처럼 개신교는 망하는 길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총제척 난국 앞에 그저 십자가를 생각합니다. 어쩌면 지도자가 잡혀 사형을 당하고 제자들은 뿔뿔히 흩어졌던 그 모습 그대로 개신교가 망하는 길이 가장 복음적인 길일 수도 있다는 그 믿음만 붙잡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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