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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단체는 대체 왜 이렇게 부도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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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단체는 대체 왜 이렇게 부도덕한가?
  • 딴지 USA
  • 승인 2020.08.1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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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직업 윤리가 나와 있다는데, 한국 의사 단체를 보면 저들 밥그릇 지키기만 최우선으로 보인다. 어째 우리나라 의사들은 죄다 저모냥인가? 딴 나라 의사들도 저따우냐?

답) 음. 질문에 감정이 많이 섞인 것같으다. 그러나 이해한다.

의사협회는 기본적으로 이익단체에 가깝다.

예컨대 택시 운송사업조합이 이익단체이고, 작년에 타다를 도입하려 하니 격렬하게 저항하고 분신까지 하여 사망하는 택시기사도 나온 적 있었는데 사실 어떤 업종이건 그 협회는 1차적으로 회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수밖에 없다.

의사협회도 역시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쟁의권을 행사하는 것이 사실은 다른 직능 조합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문) 그러나 의사들은 무슨 택시기사 그런 경우와는 달리, 국민의 건강을 위해 헌신해야 할 직업적 사명을 갖고 있는 자들이 아닌가? 그런 놈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중의 건강을 침해해도 그게 괜챦다는 말인가? 그게 말인가 당나귄가?

답) 겁나게.... 좋은 질문이다. 설명을 하겠다.

한국 의료 시스템은 의사들이 '의료기관 경영을 할 자유'를 무제한으로 허용했다. 이 '자유'에는 그러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의원 경영에 성공하면 돈을 벌어들일 자유가 있는데 반해 반대로는, 만약 그 사업을 하다 실패하면 파산하고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의료를 자본주의 시장에다 여타 상품 판매업과 똑같이 그냥 내깔겨 놨다는 건데, 그 의미는 자유 경쟁 속에 성공할 수도 있으나 실패하면 누구도 그 사업을 보전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폐업하고 빚에 쪼들리고 야간 당직을 전전하며 신용 불량이 되는 의사들이 갈수록 늘어간다. 이 말은, 거짓이 아니다.

즉 의사들이 개원만 하면 떼돈을 벌던 시절은 70년대 얘기고, 지금의 의사들은 경영과 적자에 대한 압박을 엄청나게 받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문) 잠깐. 그래서 어떻다는 거냐? 그거야 지들이 못난이라서 그런 거 아냐? 아니, 경영에 재주 없어서 망한 의사들 있다고 그렇다고 국민 건강을 막 저렇게 볼모로 잡아서 파업하고, 그래도 된다는 거냐? 예라이 ㅆ.

답) 말 잘 끊었다. 바로 그 점을 얘기하고 싶었던 거다.

의사가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환자에게 잘 해주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도태되면 망한다" 라는 위기의식이 늘 머릿속에 있는데, 과연 인술(仁術)을 베풀기 위해 애를 쓸 수 있을까?

만약 부모에게 물려받은 돈이 아주 많은 의사가 있다면, 환자를 받으면 받을수록 적자라 해도 자기 주머니에서 계속 돈을 털어서 그렇게 계속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쟁, 성공, 도태' 이 코스 속에서 운명이 결정되는 시장 자본주의적 병의원의 상황은 대부분의 의사를 '경영자'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장삿꾼'으로 계속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들이 낭떠러지로 밀려가고 있다는 것은 이 점을 말하는 것이다.

인술을 베풀려면, 환자에게 쓸데 없는 약을 처방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감기에 항생제따위 처방하면 안 된다. 필요 없는 시술을 받으라고 권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환자들로부터 뭘 해주는 게 없다는 불평을 받는다. "감기도 확실하게 치료 못하는 병원"으로 인식돼 외면받는다. 그러니, 의사들은 "살아남기위해" 쓸데 없는 스테로이드나 항생제를 잔뜩 섞어서 엄청나게 약을 처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야 패가망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개원하기 전에 선배 의사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는다. 그 중 대표적인 잠언, 경구가 이런 것이다. "니가 의사라는 생각을 버려. 너는 이제부터 장사꾼이야. 철저히 장사꾼이 되지 못하면, 너는 빚더미에 깔려 폐업할 꺼야."

문) 야, 말이 돼? 그거 핑계 아냐? 치료 잘 하는 의사한테 결국 환자가 가게 돼 있지, 장사꾼한테 환자가 갈 꺼같애?

답) 그게, 말이 된다. 왜 말이 되느냐면, 그렇게 하면 병원은 곧 망하기 때문이다. "환자의 장기적인 건강을 위해서, 약은 드시지 마시고 그냥 잘 먹고 잘 쉬시면 낫습니다." 이렇게 하는 의사, 나는 실제로 본 적 있다. 그렇게 진료하는 게 정답이다. 그 양반은 선비같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선비라 해도, 월세를 못 내는데 병원이 버틸 수가 없다. 결국 폐업했다.

의사들이 도덕적이 되려면, 지금과 같은 자유 방임적 의료 시장주의 속에선 앞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착하냐 못됐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의료 시스템의 문제다.

문) 그럼 뭐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야? 뭘 바꾸면 그 장사꾼 의사들이 그 뭐야 인술같은 걸 베풀고 그렇게 바뀌겠냐?

답) 존라..........좋은 질문이다. 과잉진료 과잉처방이 없어지려면, 국가가 의료를 공공재로서 인식을 해야 한다.

오늘 보건복지부 정책과장인가가 나와서, "의사는 공공재"라고 말해서 의협에서 발끈했다고 하는데 사실 팩트는 뭐냐면, 보건복지부는 여지껏 단 한 순간도 의사를 포함한 모든 의료 자원을 공공재로서 인식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공공재로서 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면, 손실 보전을 전혀 안 해주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예컨대 쌀 농사는 식량 자급을 위해 국가에 가장 기본이 되는 '공공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에서는 쌀 농사에서 만약 태풍이 수확기에 몰아쳐서 벼가 다 물에 잠긴다든가 이런 일이 일어나면 그걸 수매를 해주고 하면서 손실 보전을 해주려 한다. 사실상 전량 수매한다.

또 예를 들자면 버스 사업도 그것이 민간 사업이라 하지만, 역시 시민의 이동권을 책임져주는 공공재라 하겠다. 그런데 이걸 자유경쟁에만 맡겨 놓으면, 돈이 많이 나오는 구간에만 모든 시내버스 회사가 다 몰려서 그 노선에만 빡치기 경쟁할 것이다.

반면 소수의 시민들이 꼭 다녀야만 하는 곳인데 수지타산이 안 맞아 모든 버스 회사가 운행을 외면하면 어찌되겠는가? 어떤 정의로운 품성을 가진 버스 사장이, "아 저기는 우리라도 좀 다녀서 시민들을 위해 봉사를 해야겠어"라고 생각하고 운행을 시작하고 노선을 깐다면 시민들은 행복해질 것이다. 그러나 해당 회사는 곧 망할 것 또한 분명하다. 따라서 지자체 혹은 국가는 교통을 '공공재'로 인식하여, 이런 적자에 대해서 보전을 해주는 것이다.

아주 적극적으로 공공재로 인식한다면 공기업을 설립해서 (예컨대 지하철 공사나 가스공사처럼) 운영을 한다. 좀 더 소극적인 공공재 투자는 민간 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위와 같이 손실 보전을 해주는 것이다.

허나 한국의 의료에 있어서 국가는 공기업 즉 공공병원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고, 민간 병원에 손실 보전에도 소극적이다. 일반 의원이 손실, 적자가 나면 그건 아예 쳐다도 보지 않는다. 오늘 인터뷰한 보건복지부 과장은 지금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폐업하고 있는지 파악을 하고 있을까?

한국 보건의료에 여러 가지 수많은 모순점들이 있지만, 가장 근원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즉 국가가 민영 의료기관에 대해,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책임을 요구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 지원은 안 한다는 것이다. 돈을 죽어라 안 쓴다. 예산 책정 자체를 눈꼽만치밖에 않는다.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 자체는 선진적이다. 공단의 규모도 대단히 크다. 그러나 원가에 미치지 못할 정도의 저수가로 통제하고 있다 보니, 병의원은 박리다매, 즉 짧은 시간동안에 최대한의 n수를 채우려고 발버둥치는 것이다.

이래서 나온 게 30분 대기 3분 진료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3분 진료조차 불가능해졌다. 왜냐하면, 병의원의 수가 (대도시 기준으로)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에.

문) OECD 기준으로 우리나라 의사수가 꼴찌라는데, 병의원 수가 많다는 게 맞는 소리야? 너 엉터리로 알고 있는거 아냐?

답) 미국의 경우 환자 한 명 보는 데 30분을 본다. 100% 예약제로 하고 환자가 무슨 질문이든 다 한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서 벼라별 이학적 진료를 한다. 우리나라처럼 감기환자한테 6~7가지 약 처방하고 주사놓고, 이런 건 생각도 못할 일이다. 단지 의사와 면담만 하고 가는, 순수 진료 자체에 한국돈으로 20만원정도가 든다. (보험과 주에 따라 차이가 있음)

노르웨이같은 경우는 의사들이 주 4일 일하고 오후 3시쯤에 퇴근한다. 영국은 의사들 진료시간중에 티 타임이라는 게 있다. 티타임이 되면 의사를 어디서도 볼 수가 없다. 그 시간엔 수술도 안 한다.

물론 미국과 유럽은 시스템이 많이 다르긴 한데, 생각해 보라. 미국처럼 저렇게 감기 환자 한 명 진료를 30분씩 하면서 환자를 보고 노르웨이처럼 주3~4일 근무하게 하려면, 그러면서 의료가 돌아가려면, 대체 의사 수가 얼마가 필요하겠는가?

한국은 의사들이 거진 다 주 6일 꽉꽉 채워서 일한다. 식사시간 빼고 8시간 채워서. 1인당 보는 환자 수 차이가 엄청난 것이다.

먼저 이런 여러 의료의 제반 사항들을 모두 고려하여 의사 수를 논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수치 비교처럼 간단하고, 명료하지만, 진실을 호도하는 것은 없다. 그래서 나는 늘 통계를 믿지 않는다.

문) 그래서, 너는 의사가 파업을 해야 된다는 거냐? 저게 맞다는 거냐?

답) 파업이란 특히 의사와 같은 직업의 경우,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허나 지금 파업은 오히려 국민 여론을 완전히 이탈시킨다. 그래서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파업의 명분이 너무 부족하다. 의사 수를 늘리겠다고 하니 파업. 이런 스토리에 과연 어떤 국민이 공감하겠는가?

차라리 2014년 박근혜때,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투쟁은 명분이 있었다. 그건 국민적 공감이 있었다.

그러나 어떻든간 나는, 국민들이 현 의료 시스템의 속 모양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모순이 너무나 많다. 변해야만 한다. 공공의료의 하드웨어를 튼튼히 강화시키고 의사의 load를 줄여서 충분한 시간을 한 명의 환자에게 들일 수 있도록 하고 최소한 원가는 보전하는 수가 정책을 써야 한다.

국가가 예산을 쓰고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 노력도 보여주지 않은 채 의사 수만 덮어놓고 늘리겠다. 그렇게 밀어붙이는 것 역시도 박근혜때와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태도라 생각한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https://www.facebook.com/lee.joohyuck.9/posts/2769184919850337

By Joohyuc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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