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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윤석열 사단 전멸" 보도, 적폐 '사조직' 의 존재 스스로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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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윤석열 사단 전멸" 보도, 적폐 '사조직' 의 존재 스스로 증명한다
  • 딴지 USA
  • 승인 2020.08.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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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단행된 검찰인사를 두고 쏟아낸 언론 기사 중 아마 중앙일보 기사가 가장 쎈 헤드라인을 달지 않았나 싶습니다.

중앙일보의 모 기자는 어제 발 검찰인사를 두고 "윤석열 사단 학살을 넘어 전멸 수준'이란 제목을 뽑았습니다. 이것이 기자 본인이 작성한 제목인지, 데스크에서 작성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이 제목이 가장 강렬한 제목인 것은 맞는 듯합니다.

이 기사 제목은 (기사 내용과는 별개로) 그 자체로서 정치적 메시지를 독자에게 던집니다. 우선 제목만 놓고 보면 지금 검찰은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전쟁' 중입니다. 그리고 전쟁 와중에 윤석열 사단은 학살을 넘어 전멸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더욱이 이 제목은 윤석열 사단이 억울한 희생자 내지 피해자이고, 반면 추미애는 학살자 내지 가해자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던집니다.

현대사에서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에 대한 기억이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사람들의 뇌리에 이런 이미지 연상 작업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지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무튼 중앙일보 기사는 윤석열은 착한 사람이고, 추미애는 나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자기들 생각에) 최적의 제목을 뽑았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중앙일보 기사에서 오히려 '윤석열 사단'이라는 표현에 더 시선이 갔습니다. 여기서 윤석열 사단이란, 윤석열 씨가 검찰총장이 되는 것과 동시에 주요 보직에 임용되었던 그와 가까웠던 후배 검사들을 총칭하는 표현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우선 두 가지 의문점이 듭니다.

첫째는, 1년 여 전 윤석열 씨가 검찰총장이 되면서 특수통 검사들을 대거 요직에 발탁할 때-물론 그 전에도 검찰 주요 보직은 특수통 차지였지만 말입니다-도 언론이 '학살'이나 '전멸' 같은 표현을 쓴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느 조직이나 새로운 권력이 등장해서 기존 질서를 허물거나 교체할 때는 대규모의 인사 이동이 필수입니다.

그렇다면 1년 전 윤석열 씨가 기존의 선배 검사들을 물갈이 하고 자기 사람으로 검찰 요직을 장악했을 때도 (중앙일보의 기준에서 보자면) 분명 학살이고 전멸이어야 하는데 정말 그때도 그런 식의 어휘를 마음껏 사용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아닙니다. 그때는 언론이 대략 다음과 같은 표현을 썼습니다: (특수통) 중용, 발탁, 약진...

하지만 특수통 검사가 아닌 공판부, 형사부 검사들이 요직에 중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왜 '학살' 혹은 '전멸'이란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도 되는지, 아둔한 저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둘째는, 과연 검찰이나 그 밖의 정부 조직 안에 개인의 '사단'이란 게 존재해도 되는지, 그것이 몹시 의문스럽습니다.

중앙일보의 표현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어제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검찰 조직 안에는 분명 윤석열 개인의 사단, 즉 사조직이 존재했습니다. 쉽게 말해 특수통 검사 출신인 윤석열이 자기와 같은 특수통 검사들을 한데 모아 검찰 권력을 독점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부수적 이익들을 편취한 '사단'이 존재했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제 예단이나 편견이 아니라 중앙일보 기자가 자기 손으로 그렇게 쓴 것에 기초하여 제가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공적 조직인 정부 조직 안에 이런 식의 사조직이 존재해도 되는 것인지, 과연 그것이 합당한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지점을 명쾌하게 짚어주는 것이 바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허나 중앙일보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오히려 그런 사조직이 학살 내지 전멸된 것에 대해서만 애통해하는 식의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더 나아가 검찰조직 안에 '사단'이 존재해왔다는 것은 단순히 일부 검사들이 현직에 있을 때 요직을 독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은 다른 수많은 문제들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통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가지 대표적인 예를 꼽자면 '전관예우'의 문제입니다.

기실 검찰 조직 안에서 '사단'을 형성하고 요직을 독점한 것은 윤석열 검찰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것은 한국 검찰의 오랜, 고질적 관습입니다. 일종의 조직 문화입니다.

역대 검찰 총장들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자기 측근과 수하들을 검찰 요직에 앉히고 수사와 기소를 앞세워 검찰의 힘을 한껏 구가했을 뿐 아니라, 퇴임 이후에는 (특수부) 검사들을 중심으로 엮여진 끈끈한 우정과 의리를 바탕으로 돈이 되는 송사를 거의 독점하는 식의 전관예우 혜택을 무제한도로 누려왔습니다.

이것이 그동안 검찰 조직 안에서 특정 '사단'이 보여주었던 행태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검찰 조직 내 사단의 폐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비판적 성찰도 없이, 단지 현존하는 그 사단이 인사조치를 당했다는 것만으로 그것을 가리켜 학살 혹은 전멸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이 아닌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모쪼록 검찰 개혁을 통해 이런 특정 사단의 존재로부터 비롯되는 각종 폐해들이 제거되고 소멸되길 바랍니다. 이 점은 비단 윤석열 사단 뿐 아니라 법무부 장관, 그리고 이후의 검찰 수뇌부 모두가 뼈에 새겨야 할 사항입니다.

덧. 개혁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1년을 오로지 검찰 개혁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입니다. 현 정부 지지자들의 시선과 에너지가 검찰쪽에만 집중되는 동안 국정 전반에 걸쳐 누수 현상이 심각하며, 그로 인한 개혁 피로도가 국민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점을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속히 검찰개혁의 가시적 성과를 내고 생활정치에 진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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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3230357647057951&id=100002512424962

By 김요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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