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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를 대라.”가 아닌 '무죄추정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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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를 대라.”가 아닌 '무죄추정의 원칙'
  • 딴지 USA
  • 승인 2020.07.3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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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를 대라.”가 아닌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이전 글에서 “피해자 중심주의”를 위해서 어떠한 형태의 2차 가해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피해자다움”을 요구해도 안 된다고 했다.

“왜 이제 와서?” “피해자답지 않아.”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문화와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젠 이렇게 말해야겠다.

“증거를 대라.”는 말도 하지 말자.

성인지감수성이 없어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주장하며 합리적 의심을 하는 사람들도 이런 말을 하고 있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

성인지감수성이 없는 사람들이 “고소인”을 향해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면 이들은 “변호인”에게 그 말을 던지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고소인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증거를 보여주며 2차 기자회견에서는 더 센 걸 보여주겠다고 말한 변호인에 대해 더 이상 언론플레이나 정치플레이를 하지 말아달라는 외침이다. 첫째는 그것이야말로 고소인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셈이기 때문이며, 둘째로 무죄추정의 원칙이 무너짐으로 이미 목숨을 던진 피고소인에 대한 과도한 인권 침해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제기도 2차 가해인가?”

(이런 문제제기에 나도 심정적으로는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이미 “프레임 싸움”에서 지고 있다고 본다.

아무리 변호인에 대해 말해도 그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프레임에 다 말려들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고소인을 대리하는 변호인과 고소인 당사자를 분리하기도 어렵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어떤 문제제기도 지금은 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보인다.

그리고 많은 일반 시민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또한 정당한 문제제기라도 지금은 고소인에게, 김지은이 말했던 것처럼, “공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만약 (이건 정말 가정이다.) 변호인이 문제라면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증거를 대라”는 공격은 그 변호인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공격을 유발하여 자신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전략 말이다.

이젠 고소인만 아니라 변호인도 "피해자"가 되었다.

지금은 "매우 조심스럽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주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증거를 대라"일 필요는 없다.

다른 전략이 필요한 때다.

나는 “피해자 중심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은 동일한 근원에서 나온 두 가지 원칙이기 때문에 특수한 상황에서 비중은 다르게 적용하더라도 둘 다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권의 대원칙에서 두 원칙이 나왔다.

“성범죄는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예외다.”라고 말하는 것은 “피해자 중심주의”마저 무너뜨리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오직 여성에게만 적용하는 “배제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성범죄라는 특수성을 인정하되 인권의 보편성을 함께 붙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좋을까?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 아래 링크를 거는 이유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최소한 아래의 글들에 반드시 동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균형잡힌 사람들은 동의하고 있다고 믿는다.

* 참고로, 난 아래와 같은 조국의 “원론적 견해”는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1. 먼저 ‘성희롱'은 상대방에 대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주는 행위이며, '성폭력범죄'는 이를 넘어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폭력'으로 침해하는 행위로 구별된다. 전자는 원칙적으로 민사/행정제재 대상이고, 후자는 형사제재 대상이다.

2. 성범죄 피해(고소)여성은 신고 후 자신이 당할 수모 때문에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고, 신고 후에도 의심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 "제 2차 피해자화"가 초래된다. 이를 막기 위한 형사절차 제도와 실무의 개선이 필요하다.

3. 그렇지만 성범죄의 피의자, 피고인이 유죄로 추정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 형사절차는 피의자,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구명할 것을 요구한다. 피해자들이 '꽃뱀'으로 취급되어 고통 받는 경우도 많지만, 억울하게 성폭행범죄인으로 무고를 당하여 고통을 받는 경우 역시 실재한다.

4. 형사절차는 성범죄의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강화함과 동시에, 피의자,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양측은 대등하게 실체적 진실을 두고 다툴 수 있다. 여성주의와 형사법은 '교집합'을 만들어내야 하고, 이 점에서 여성주의는 ‘조절’되어야 한다.

공기처럼 존재하는 ‘위력’이 권력형 성폭력을 낳았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954827.html

내면까지 갉아먹는 ‘위력’…그 힘에 높고 낮음은 없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954827.html

‘위력 성폭력’의 또 다른 족쇄 ‘피해자다움’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553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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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3988287144575307&id=100001821823476

By 이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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