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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라에서 애를 낳으라고? 누구 좋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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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라에서 애를 낳으라고? 누구 좋으라고"
  • 딴지 USA
  • 승인 2023.03.0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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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 좋으라고? >

“난 자식 낳지 않을 거에요.”

얼마 전 아들이 한 말이다. 그 한 마디에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아들이 그렇게 말한 이유를 알기 때문이다. 마음의 한쪽이 무너졌다. 손주를 볼 수 없게 된 것이 슬픈 게 아니라 이 아이가 이렇게 말하기까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왔을까를 생각하니 그게 아팠다.

그런데 요즘 MZ세대 커뮤니티에 이런 담론이 많이 오고가는 것 같다. 소득이 있으면 집 사기 위해 저축을 하거나 재테크하여 재산을 불리기보다 삶을 즐기자는 것이다. 이건 기성세대가 뭐라 할 문제가 아니다. 각각의 세대가 가진 고유한 세계관이고 삶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기성세대의 세계관이 있고 삶의 자세가 있듯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것이 있다.

다만 이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자기 파괴적 계급 인식이라는 게 마음 아프다. 인류사에서 어느 시대든지 계급투쟁이 없었던 적은 없다. 억눌리고 착취당하는 하위계급이 반란을 일으켜 상위계급을 타파하는 혁명적 사건들은 늘 있어왔다. 이런 계급투쟁은 외부의 타자를 향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우리 아들 세대는 자기를 파괴함으로 계급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자식을 상위 카스트에 진입시키기 위해 고생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란 아들이 더 이상 자신은 그런 노예적 삶을 살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또한 성적으로 인간의 모든 것이 평가되고, 그 성적마저 부모의 금권을 통해 결정되는, 폭력적인 계급사회를 경험한 아들이 그런 삶을 자기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눔과 배려, 자기희생과 존중이 없는 폭력적인 승자독식사회에서 부모의 경제적 무능이 자식에게 얼마나 큰 소외를 가져오는지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상위층 아이들을 위해 중하위권 점수대의 아이들은 소위 밑밥을 깔아주기 위해 학교를 다닌다는 자조 섞인 말들을 아들은 학교 다닐 때부터 줄곧 해왔다. 하위 카스트의 아이들이 상위 카스트의 아이들을 위해 노예처럼 떠받쳐 주는 이런 구조에서 자기 자식에게 자기의 삶을 연장시키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다음 소희>는 이런 착취와 폭력적 사회구조를 다룬 영화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었다. 소위 특성화고(실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을 실습이라는 명분으로 학교가 기업에 팔아먹고 기업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미성년자를 착취하는 구조가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이다. 학교에서 교육청, 그리고 교육부로 이어지는 거대한 착취 카르텔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구축된 것이다. 주인공 소희는 이런 착취 카르텔에 의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지만 그의 죽음은 한 인간의 죽음이 아니라 단순한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다. 소희는 죽었지만 또 다른 소희가 다음에 올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이 다음 소희를 계속 공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폭력적 착취 카르텔에 기독교는 왜 침묵했던가. 아니 오히려 그런 구조에 편승하여 어린 노동자들에게 인내를 강요하며, 인내하면 하나님이 복 주실 것이라고 꼬득이지 않았던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 거대한 착취의 카르텔에 기독교가 편승했던 것이다. 기독교사학들 역시 이런 착취 카르텔의 전선에 있었다. 예수의 이름으로 장사를 하며 어린 아이들의 고혈을 짠 것이다.

내가 이 땅을 살아가는 것은 대를 잇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 아들 역시 대를 잇기 위해 살지 않기를 바란다. 가난과 편견, 차별, 경제적 소외 같은 계급사회의 폭력에 시달리지 않기를 바란다. 국가를 위해 대를 잇는 일을 하라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강요할 권리가 없다. 그 국가는 국민의 국가가 아니라 소수 권력자와 자본가를 위한 국가 아닌가.

“이런 나라에서 애를 낳으라고? 누구 좋으라고.”

이게 요즘 젊은 세대의 생각이다. 할 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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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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