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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 조치에 대한 정한욱 선생님의 명료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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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 조치에 대한 정한욱 선생님의 명료한 글
  • 딴지 USA
  • 승인 2020.07.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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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역당국의 교회 정규예배 외 행사 금지조치를 놓고 당분간 꽤나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종교탄압”을 입에 담으시는 분들도 있군요. 몇 가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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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교회만 대상으로 했냐는 질문에 대해 정은경 본부장께서 “5월과 6월 집단 발병 사례가 많았다. 이 사례를 기반으로 위험도를 분석해 요청한 것이며 ..... 5~6월 수도권 교회 집회 관련 교회 47곳에서 다량의 환자가 발생했고, 원어성경연구회나 한국대학생선교회(CCC)도 있었고 ..... 최근에도 왕성교회나 광주사랑교회, 안양 주영광교회 등 교회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식사, 친목 모임을 통해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누군가가 사탄의 사주를 받아 교회를 탄압할 목적으로 이번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의 코로나 감염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교회의 소규모 모임을 통한 감염 빈도와 그 위험성이 다른 경우보다 유의미하게 높아 예배 외의 행사를 금지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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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는 객관식 시험을 봤는데 식당이나 술집이나 나이트클럽보다 교회의 성적이 월등하게 나빴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 “왜 성당이나 사찰은 .... 왜 식당이나 나이트클럽은 ....” 따위의 말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시험을 못 봐서 기준 성적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이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불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방역 책임자들은 기본적으로 과학자들입니다. 일차적으로 역학적 데이터를 분석하고 판단해 결론을 내립니다. 물론 사람이니만큼 그들의 판단이 100% 옳거나 공정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거기에 누군가가 우리를 탄압한다는 피해망상이나 음모론 따위가 차지할 자리는 없습니다. ‘코로나 열등생’인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끝없는 변명이나 이의제기가 아니라, 다음 시험에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든 높은 성적을 받아 그 오명을 벗어나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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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만약 그래도 방역 당국이 제시하는 기준과 방식, 그리고 결론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믿지 못하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결과로 보여주면 됩니다.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든, 대적 기도를 해서 바이러스를 몰아내든, 안수기도를 해서 바이러스 걸린 사람을 낫게 하든,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교회와 관련된 모든 모임에서 감염이 일어나지 않게 하거나 교회 모임에서 감염된 모든 환자들을 기적적으로 낫게 한다면, 방역당국이든 누구든 교회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해도 아무도 문제 삼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목숨처럼 소중하다는 교회의 예배와 모임이 누란의 위기에 처한 이 때, 그 많고 많던 기도의 능력자들과 치유 사역자들은 다 어디에 있습니까? 모임금지가 종교탄압이라고 분개하시는 분들에게 묻습니다. 지금까지 교회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방역과 치료에 당신들의 모임을 금지하는 방역당국만큼의 능력을 보여주었습니까? 만약 그들을 믿지 못하겠다면 투덜거리지 말고 갈멜 산의 엘리야처럼 사람들의 눈앞에서 당신들이 더 낫다는 사실을 보여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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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자신을 대한민국과 하나님 나라의 정식 시민권을 가진 이 나라와 천국의 주류 시민으로 여기며 살아온 그리스도인 여러분. 그런 여러분들이 단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예배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와 일반 시민들로부터 질병이나 전파하는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혀 보시니 기분이 어떠십니까? 평상심은 좀 유지가 되십니까? 밥맛은 좀 도십니까? 잠은 잘 오십니까? 당신들이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셨습니까? 혹시 당신들이 이 땅의 소수자와 약자들에게 지금까지 자행해 왔던 정죄와 혐오를 지금 그대로 돌려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셨습니까? 당신들이 기껏 몇 달 동안 그것도 이웃에게 질병의 전파를 막기 위한 지극히 성경적이고 타당한 사유로 겪고 있는 제한에도 그렇게 억울해하고 분노하는데, 당신들 같은 ‘코로나 전파 고위험군’들에게 평생 정체성을 거부당하면서 살아야 하는 그들의 심정은 어떨지 한번 생각해 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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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으로부터 ‘바이러스 덩어리’로 대접받지 않을 한 가지 길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정체성의 핵심인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우리에게 허락된 최고의 특권인 일체의 오프라인 ‘예배’에 더 이상 참석하지 않으면 됩니다. 아니면 그리스도인이라는 우리의 정체성을 철저히 숨기고 아무도 몰래 예배에 참석하는 비밀 신자로 살아가면 됩니다. 잠 못 드는 밤을 분노와 울분으로 지세지 마시고, 교회가 존립의 위기에 처한 바로 이 순간까지도 결코 버리지 못하는 정죄와 혐오의 끈질긴 습관이, 당신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통째로 버리기를 강요당한 채 평생을 살아야 하는 여러 소수자들에게 그동안 얼마나 심각한 폭력이었을지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한번쯤 깊이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https://www.facebook.com/keunjoo.kim.3/posts/2997692743612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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