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이태원 파출소 근무 경찰과 현직 경찰의 글
상태바
이태원 파출소 근무 경찰과 현직 경찰의 글
  • 딴지 USA
  • 승인 2022.11.06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이태원 파출소 근무 경찰과 현직 경찰의 글.

<이태원 파출소 직원입니다.>

먼저 이태원 사고 관련하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뉴스를 보며

역시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청장의 현장대응 미흡에 대한 감찰지시와 각종 언론보도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글을 씁니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의 90프로가

20, 30대 젊은 직원이고 그중에 30프로 이상은 시보도 끝나지 않은 새내기 직원과 기동대에서 현장 경험 없이 일선으로 나온 직원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로 인해 항상 인원에 대한 고충이 있었고

늘 더 많은 인원이 필요했습니다.

인원 충원 제대로 해주셨는지 관련부서에

먼저 묻고 글을 쓰겠습니다.

주말마다 있는 금, 토 야간근무

이태원지구촌축제에 연이은 이태원할로윈행사

주간 연장근무와 3일 연속 야간근무에

대기시간도 없이 112신고를 뛰어온 파출소 직원들입니다.

112 신고가 있었는데

현장통제를 왜 안했냐고요?

112신고는 시간당 수십건씩 떨어집니다.

이태원파출소 그날 본 근무직원 11명이었고

탄력근무자 포함 총 30명 남짓 근무했습니다.

(평상시 금토 야간에 15명 정도 근무하면서 80~100건의 신고를 처리합니다.)

112신고 뛰어다니며 처리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압사사고를 예상해서 통제하고 있었다면

112신고는 또 누가 뛰나요?

혹여 강력사건이라도 떨어져서 누군가 죽었다면

왜 가만히 걸어가는 사람들 통제하느라

강력사건 못 막았냐고 비난하시겠죠?

10만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그 대비는

이태원파출소 소속 직원이 했어야 했나요?

경찰청, 서울청은 뭐하셨나요?

경찰청장 뭐했습니까 예상 못하셨나요?

광화문집회에 그렇게 많은 기동대가 필요한가요?

제 체감상으로는 VIP연도 경호에 동원된 인원보다 덜 지원해주신거 같습니다.

일이 터졌으니 112신고가 있었으니

책임은 일선 경찰관이 져야 되는 것입니까?

한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습니다.

살려달라 손내밀던 모든 손을 잡아주지 못해서

그 기억들이 채 가시지 않아 괴로워하는 젊은 경찰관들입니다.

자신들을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현장경찰관들에게

사고에 대한 책임까지 짊어지게 하는 것이 최선입니까?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당신들은 뭐했습니까?

아무 대비책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던

서울시장,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및 윗선 본인들 스스로 먼저 감찰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

.

.

<현직입니다. 이태원 사고 112 대응 못한 이유 설명드립니다.>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경찰은, 경찰청/ 지방경찰청/ 경찰서/ 지구대, 파출소로 조직이 나뉩니다.

112신고를 접수하는 곳은 지방경찰청 상황실입니다.

서울로 예를 들면,

종로에 위치한 서울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서 신고를 접수하고,

접수받은 담당자가, 신고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지구대 또는 파출소로 출동 요청을 합니다.

이태원역에 있는 신고자가 112를 눌러, 압사사고 위험이 있다는 신고를 하면, 상황실에서 이태원역과 가장 가까운 이태원 파출소로 지령을 하는 구조입니다.

자, 여기까지 상황을 볼 때, 종로 청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112상황실 직원들은 이태원의 긴급한 상황을 알지 못합니다.

그냥, 단순히 “할로윈이니 이태원에 인파가 많은가보다”라고 생각을 할 것이고, 서울 권역 내 하루에 신고된 건수가 1만건, 주말의 경우 1만5천건 정도임을 감안하면, 압사사고 우려가 있다는 신고자의 신고는 단지 1만5천건의 신고 중 1건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죠.

그 1만5천건의 신고 중 사활을 다투는 살인, 강도, 강간, 마약, 음주, 상해 등 강력범 신고도 있을 것이고, 지갑을 분실했다, 윗집에서 떠든다, 길가에 쓰레기가 있어 통행이 어렵다. 남산 케이블카가 멈췄다, 앞 테이블 남자가 계속 쳐다본다 이런 류의 신고도 있겠지요.

계속해서, 종로 112상황실에서 지령을 받은 이태원 관할 파출소 소속 경찰관 두 명이 현장 확인을 하러 가겠죠.(기사에서 11번 신고, 4번 출동)

자, 현장 경찰관 두 명이 사고 전 현장에 갔다고 가정했을 때, 그 두 명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일방통행을 유도한다(?) 아니면 일시적 통행을 통제하고 진입을 막는다(?) 말단 경찰공무원 두 명이, 10만명 통제를 한다(?)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사고난 지점에만 못 올라가게 하면 될 거 아니야라고 반문한다면, 출동 경찰관이 신이 아닌 이상, 선무당이 아닌 이상, 그 사고난 곳에서 4시간 뒤에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압사로 사망할지 어떻게 미리 알 것이며, 또한 그곳만 일방통행으로 통제하면 나머지 이태원 골목으로 인파가 쏠려서 사고가 날 가능성은(?) 이 역시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도, 조치가 불가능한 이유가, 출동한 경찰관 두 명, 바쁩니다. 그것도 매우, 킹받게 바쁩니다.

그 신고 뒤에 밀린 신고가 수두룩할테죠. 안 봐도 뻔하죠.

이태원, 토요일, 할로윈. 할로윈이 아니더라도, 이태원은 서울청 내에서 손꼽힐만큼 신고가 많은 곳이니까요. 마약, 성폭행, 주폭, 주취자, 술값 시비 등등...

제가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이 6시부터 사고 직전까지 11번 동안 반복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출동 없이 상담 안내된 4건(?)은 아마 다른 신고들 때문에 신고가 밀려, 상담안내 종결이 되었을테죠. 이것이 11번의 신고(접수요원 역시 다 다름)를 받고도, 참사를 막지 못한, 아니 참사를 막을 수 없는 절대 불변의 구조적 과정이죠.

물론, 이 역시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현장 경찰관이 선견지명을 통해 사망사고가 날 것을 예견하고, 팀장에게 보고하고, 팀장은 파출소장에게 보고하고, 파출소장은(이하 주말이라 아무도 근무 중에 있지 않은) 생활안전과장이나 상황관리관에게 보고하고 생안과장은 경찰서장에게 보고하고, 서장은 지방청 상황실에 협조 요청하고, 상황실은 지방청 경비과에 협조 요청하고, 경비과 실무자, 팀장, 계장, 과장, 서울청장 보고와 결재를 거쳐, 최종 서울청장 오더 떨어지면, 다시 경비과를 거쳐 최종 기동대 협조를 받아, 인원 통제가 가능했을 수 있죠. 14번의 보고와 결재라는 과정을 거치고 말이죠. 물론, 각 단계에서 한 곳이라도, 의견 동의가 되지 않으면 이 역시 불가능하겠죠.

자, 그렇다고 경찰 책임이 없는 거냐?

라고 하면 없다고 할 순 없죠.

종국적으로 시민을 직접 대면해서 보호하는 국가 기관은 경찰과 소방이 유일하니까요.

그러나, 금일 경찰청장이 신고 대응 과정에서 미흡했고, 관련자를 강도 높은 감찰을 하겠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합니다.

청장님, 112순찰자 한번 탑승은 해보셨는지, 권총 한번 차본 적 있는지, 수갑 한번 차본 적 있으신지 모르겠으나, 상황이 위와 같을진대, 어떻게 출동 경찰관이 더 조치를 했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결국, 금일 신고 처리 과정에서 대처가 미흡했다는 청장은 핵심을 잘못 본 겁니다.

왜냐구요? 지구대 경찰서에서 발로 뛰며 사건을 처리해본 경험이 없으니 현장을 모르니까요.

사건 당일 112신고를 받고 대응하기엔 거쳐야 할 단계가 너무 많습니다. 경찰은 첨탑형(->아마 피라미드형의 오타?) 계급구조이며, 말단 공무원은 재량권이 0으로 수축하니까요.

외부 요인은 차치하고, 경찰 내부만을 따져보았을 때, 경찰의 책임을 따지자면 결국 수뇌부의 실책입니다.

2만5천명 모인 대통령 퇴진 집회에 거의 모든 기동대가 차출되고, 10만명이 운집한 이태원에는 단 한 명의 기동경찰이 없었기 때문이죠.

물론 이러한 압사사고가 근세기 들어 최초이고,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고, 수뇌부도 기계가 아닌 사람인지라 일정 부분 이해는 되나, 용산구청, 시청, 경찰수뇌부 어느 하나 문제의 심각성을 할로윈 전, 사전에 인지하고 적극 행정을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가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