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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를 없애겠다는 트럼프의 징징거림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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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를 없애겠다는 트럼프의 징징거림을 보며
  • 딴지 USA
  • 승인 2020.05.3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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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bc.com/news/technology-52821304

아마 당분간은 이렇게 '공원에서의 점심'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비가 오지 않는 이상은. 한참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시애틀에서 이런 점심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일단은 카페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지만, 여러가지로 테크놀러지의 힘을 빌린 바 크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아, 이 멍청한. 나름 지금 세상의 문물들에 익숙한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 저를 보면서, 나도 그냥 꼰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래도 나보다 젊은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긴 합니다만.

저는 사실 컴맹에 가깝습니다. 내가 쓸 줄 아는 건 워드프로세서와 몇 개의 게임 정도? 응용되어 있는 프로그램들이야 어떻게 쓰지만, 사실 그게 다입니다. 다행히 트위터나 페북, 그리고 이 블로그 정도 쓰는 방법 등은 알아서 그게 소통의 창구가 되고 있는 셈이지요. 짧고 굵게 자기의 생각을 표현해 내는 것이 사실 어렵고 이렇게 만연체로 글을 늘여쓰다보니 블로그는 나에게 가장 맞는 매체인 셈이고, 사실 트위터는 어카운트만 가지고 있지 쓰지 않습니다. 차라리 인스타그램은 쓰는 게 쉬운데, 트위터의 환경이나 거기서 먹히는 글쓰기는 제겐 어렵습니다. 아마 설명충이 뇌에 꽉 차 있어서 그런가?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되구요.

그런데 이 짧은 글들은 확 와 닿기는 쉬운 모양입니다. 그래서 트위터는 스타를 많이 양산했고, 여기에 부가된 DM 기능은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에 와 닿는 글을 쓴 이에게 바로 내 감상을 전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했지요. 제가 홍세화 선생님과 연결이 되고, 지난번 우리나라 갔을 때 만나뵙게 된 것도 트위터의 힘이었지요.

트위터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짧고 굵고 선동적인 글로 사람들의 마음을 격탕시키는. 그래서 그 위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데, 우리가 종종 선거를 통해 확인하듯 그것이 다수가 지지하고 응원하는 의견들만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트위터 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을 생각해볼까요? 저는 우선 진 모 석사가 생각나던데.

그런데 트위터 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죠. 아마 우리나라 기자 치고 트럼프 트위터 팔로우 안 한 사람들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는 '소통'도 트위터로 하고, 사고도 트위터로 치죠. 참다 참다 못한 트위터에서 트럼프 메시지에 경고를 날렸던 모양입니다. 그러자 트럼프는 바로 소셜미디어에 대한 제제를 가능케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즉, 소셜미디어를 실질적으로 기능정지를 시키겠다고 한 겁니다. 여기엔 당연히 페이스북도 포함되겠지요.

그런데 트럼프가 내세운 이유란 것이 참 가관입니다. 우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이건 트럼프의 여러가지 성향을 한꺼번에 보여줍니다. 제일 중요한 건, 트럼프가 인격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이 바로 드러나고 있다는 겁니다.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소셜 미디어를 없앤다는 것. 이건 떼쓰는 아이들의 태도 아닌가 싶더군요. 이럴 때일수록 소셜미디어의 가치는 오히려 더 중요하게 생각돼야 하거늘, 이걸 없애겠다고 하는 트럼프, 독재자 소리를 듣는 게 맞겠지만 오히려 이건 그가 가진 아동틱함의 발현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세계가 코로나 팬더믹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 과거 세계를 어쨌든 지도적 위치에서 견인해 왔던 미국의 추락은 트럼프가 대통령이라는 사실로서 확인사살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원래대로면 이곳 시간으로 오늘 이런 행정명령에 서명한다고 했는데, 설마 그 주변에서 좀 뜯어말리겠지요? 아마 백악관이든 행정 관료들이든, 모두 트럼프에게 이를 갈고 있을 것 같은데... 아닐까요?

미국의 추락은 사실 달가워만 할 일은 아닙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뜻밖의 기회를 주긴 하겠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이것이 갑작스런 질서의 완전한 변화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고,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기회이기도 하면서 위기이기도 한 셈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국내적으로는 이런 문제들에 시달리고, 국제적인 문제엔 발을 빼면서 이렇게 자국 이기주의로 가고 있습니다만, 지금 이 코로나 판데믹 위기는 인류 전체가 함께 매달려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할 난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하는 짓을 보면, 이제 미국은 '포인트 오브 노 리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향해 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만 듭니다.

이번 11월 대선에서 미국인들이 누구를 뽑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선거는 최선을 뽑지 못한다면 차악을 뽑아야 하는 권리이기도 하고, 이를 통해 조 바이든이라도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길 가는 차에 붙은 범퍼 스티커 문구에 '2020 Election, Any Functioning Adult' 라고 적혀 있는 게 있더군요. 그리고 보니 지금 세계 지도자들 중 멀쩡한 사람은 독일의 메르켈, 캐나다의 트뤼도, 그리고 우리나라의 문재인 대통령 정도일까요? 이 위기의 시기, 정치를 장난으로 봤던 미국의 선택이 지금 미국을 완전히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습니다.

시애틀에서...

[출처] 트위터를 없애겠다는 트럼프의 징징거림을 보며|작성자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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