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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건의 언론, 기레기라는 멸칭도 너무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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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건의 언론, 기레기라는 멸칭도 너무 아깝습니다
  • 딴지 USA
  • 승인 2022.09.1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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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조국/정경심 공판 직후, "조지워싱턴대 대리시험" 기사들이 수많은 언론사들에 도배되다시피 했습니다.

지난 공판은 검사측의 입시관련 혐의들 서증조사 기일이라 검사측이 주장한 것이 하나둘이 아닌데, 수많은 언론사들이 유독 "조지워싱턴대" 건만 열심히 보도했군요. 대충만 세어봐도 20개는 거뜬히 넘는군요.

정말 깜짝 놀랬습니다. 최근 거의 반년 이상 동안 전혀 보지 못한 "조국 보도" 홍수였습니다. 그런데 이 많은 기자들이 정말 해당 공판에서 재판 취재를 한 것인가요?

7월 15일에 제가 표창장 포렌식 관련 증인 출석을 했던 당시에는, 기자로 보이는 사람은 단 둘 뿐이었고, 그나마도 그중 한 기자, '뉴데일리'에서만 기사를 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양상을 보자면 언론들에게는 조지워싱턴대 문제가 이미 확정판결이 난 표창장 혐의를 완전히 뒤집어놓는 증언보다 최소 20배 이상 중요했던 겁니다. 대한민국 언론 관계자들 전부에게 묻겠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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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장 위조 혐의는 2019년 가을을 휘몰아쳤던 조국 수사의 가장 핵심 줄기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다른 한 큰 줄기였던 검찰의 '조국펀드' 수사는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갔음에도 큰 덩어리는 전혀 실체가 없어 기소조차 못했고, 소소하게 기소한 일부조차 '거짓변경보고'처럼 그나마 코링크 펀드와 관련이 있는 혐의는 아예 무죄가 나왔고, 당초 펀드 수사 취지와 전혀 다른 방향에서 소소한 유죄가 나왔습니다.

결국 검찰이 그나마 정경심 확정판결에서 얻어낸 '유의미한' 소득은 '표창장 위조' 혐의의 유죄입니다. 아, 입시혐의는 표창장 외에도 줄줄이 더 있지 않느냐고요. 그렇긴 합니다. 그런데 2019년 9월 초에 검찰이 수사를 시작할 때 그런 혐의가 있었나요? 최성해가 '내가 안줬다' 장담으로 시작된 표창장 혐의 수사를 하면서 뻗어나간 별건수사들이고, 개별 혐의들의 성격도 '사문서위조'보다는 훨씬 낮은 것들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검찰이 조국수사의 자랑스러운 결과라며 좌판에 늘어놓은 입시혐의들의 가장 큰 뿌리가 표창장 위조 혐의이고, 나머지는 별건수사로 이 가족의 과거를 샅샅이 털어 갯수를 늘려놓은 것입니다.

대한민국 특수부 검찰의 특수수사 역량을 온전히 한 가족에게만, 무려 4개월이나 쏟아부어 영혼을 탈탈 털며 혐의 갯수를 총 수십개로 늘려놓은 것이고, 그중 원래 조국 수사의 핵심 명분이었던 '펀드' 자체의 혐의는 전부 기소 포기, 무죄였고, 유죄 판결의 핵심은 표창장 위조 혐의였습니다.

그런데도 동일 재판에 대한 보도에서, 그 표창장 위조 혐의에서 국가 권력기관인 검찰의 허위 증거, 위법 수사 문제는 나몰라라 하고는, 개인 조국의 온라인 퀴즈 '부정행위'는 대서특필을 한 것입니다. 크게 한 수 물러서 '국가기관'과 '개인'이라는 완장을 떼고 다시 따져봐도 그 잣대가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불법', '위법' 행위보다 '부정' 행위가 최소 20배 이상 심각한 건가요? 언론님들, 무슨 잣대가 그따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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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조지워싱턴대 관련 혐의는 정경심 교수 기소 당시에는 1차, 2차 기소를 통틀어 언급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그랬던 것이 검찰이 2019년 12월 31일에 조국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이전에는 한번 언급조차 없었던 것이 공소장에서야 처음 등장한 겁니다.

즉 이 혐의는 누가 고발한 것도 아닙니다. 조 전 장관 기소 전에는 언론보도나 의혹조차 전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부인의 여지 없이 검찰이 자의적으로 '별건수사', '인지수사'를 해서 '발굴'해낸 혐의인 것입니다. 즉 검찰이 이 가족의 모든 과거를 인정사정 없이 털어댄 결과로 나온, '별건의 별건의 별건'쯤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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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별건수사 행렬의 근원, 즉 '본건'은 어디입니까? 다들 아시다시피 '표창장 위조' 혐의입니다. 7월 15일 제가 증언한 내용은, 검찰이 표창장 위조의 증거라고 내놓았던 포렌식 분석결과들이 조목조목 허위, 과장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검찰의 입시 관련 혐의 관련 증거들 대부분이 나온 강사휴게실 PC들이 위법하게 압수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기술적 증거들도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당일 저에 앞서 증언한 검사측 포렌식 분석관마저도, 법원이 정경심 유죄판결의 사유로 삼았던 자신의 분석결과들 중 상당부분을 스스로 부인하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았고, 더욱이 '중립적 감정'을 표방했던 보고서 내용과 달리 검찰 수사팀이 심각하게 간섭 혹은 개입했던 정황까지 실토했습니다.

나아가서, 이 분석관은 증언에서 자신의 보고서를 '제대로 보지 않고' 유죄 판결을 내린 정경심 1심 재판부를 탓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곤 오후에 증언할 저와의 대질 취지 질문이 나올 것을 피해 오후에 남기를 거부하고 법정을 떠났습니다.

당일 공판을 보도한 유일한 뉴데일리의 기사도 이런 심각한 내용들 대부분을 제대로 전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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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조국 부부의 입시 관련 혐의의 가장 본건인 표창장 혐의에서 검찰이 결정적으로 불리했던 공판은 모든 언론들이 담합하다시피 거의 완벽하게 무시해놓고는, '별건의 별건의 별건' 수사, 검찰의 무한 확장 수사로 찾아낸 조지워싱턴대 수사는 대부분의 언론들이 대서특필을 한 것입니다.

대한민국 언론, 뭐 어떻게 된 거 아닙니까? 이래도 되는 겁니까? 혹시, 조지워싱턴대 관련 혐의가 그만큼 엄청난 것이어서? 혹은 깜짝 놀랄 새로운 소식이어서? 천만에 만만에.

먼저. 조지워싱턴대 관련 보도는, 검찰이 조국 전 장관을 기소한 2019년 12월 31일부터 며칠간 이번과 똑같은 내용으로 언론들이 일제히 떠들어댔던 내용입니다. 검찰은 기소한 당일 저녁에 공소장을 국힘 곽상도, 김도읍 등에게 넘겼고, 이들은 곧바로 언론들에게 넘겨 기소 당일 저녁부터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그 공소장에 "준비되었으니 시험문제를 보내라" 등의 이번 보도 내용 대부분이 충분히 자극적으로 담겨 있었고, 실제로 언론들은 그대로 자극적으로 보도들을 쏟아냈습니다. 2020년 새해 벽두에 쏟아진 조지워싱턴대 보도와 지난 금요일의 조지워싱턴대 보도 사이에 딱히 새로운 내용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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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조지워싱턴대 관련 혐의가 재탕이면서도 초벌 특종인양 포장해 내놔도 될 만큼, 그만큼이나 심각한 혐의였던 걸까요?

먼저 확실히 해둘 것. 조국 전 장관과 변호인측은 입시 관련 혐의들 중 이 사안에 대해서만은 별다른 변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변호인측은 당시 학교폭력의 굴레를 채 벗어나지 못해 부모의 캐어가 필요했던 아들의 상태를 감안해달라는 취지로 선처 요청 성격의 변론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2020년 연초의 보도홍수와 지난 금요일의 보도홍수를 다 돌아봐도, 이 혐의가 왜 심각한 혐의인지 설득력 있게 설명한 기사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해외의 문제인데 국내에서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할 수 있는지부터가 매우 회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업무방해가 '피해자'의 고발 없이도 씌울 수 있는 혐의라고 해도, '해외' 대학입니다.

제가 찾아볼 수 있는 기사들을 전부 읽어보았습니다만, 이런 사례를 제시한 언론보도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검찰 자신조차 기자들에게 비슷한 사례를 제시해주지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겠고, 다시 말해 국내에서 이런 '해외 피해자에 대한 업무방해' 기소 사례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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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서, 조지워싱턴대 운운하는 보도들 상당수에서는 운전면허 시험이나 입시 등의 업무방해 혐의 적용 사례를 거론하는데요, 비교할 대상이 될 수 없는, 너무 턱없이 부적절한 예시입니다. 운전면허나 입시 시험은 그 자체가 하나의 완성되는 자격 과정인데 반해, 이 퀴즈는 대학 졸업장의 요건인 수많은 이수 과목들 중의 일부, 거기서도 또다시 일부이고, 성적 반영 비율조차 매우 미미합니다.

해당 과목의 수업계획서에 따르면, 이 온라인 퀴즈의 성적 반영율은 "출석+토론참여도+퀴즈" 합해서 10%였습니다. 해당 강의는 출석을 필수로 명시하고 있는만큼 10% 안에서도 출석의 반영율이 높을 것이고, 결국 퀴즈의 과목 성적 반영율은 최대치로 잡더라도 4% 이하일 것입니다. 게다가 이 온라인 퀴즈는 총 5회가 치러졌고 그중 2회에서 부정이 있었다니, 부정행위의 해당 과목 성적 영향은 최대치로 잡아도 1~2% 사이입니다.

다시 말해, 이보다 많은 배점이 되었던 소논문, 기말시험, 서평, 출석 등의 점수가 수강 학생들 사이에서 거의 대등한 희한한 경우에나 유의미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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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언론들이 전혀 주목하지 않았던 문제, 이 퀴즈가 '온라인'이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이 과목의 강의시간은 미국시간 기준 화, 목요일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검사측의 공소장에 따르면, 해당 혐의의 부정행위 날짜는 모두 월요일이었습니다. 즉 이 퀴즈는 매번 수업시간이 아닌 수업 날짜 전날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강의실에서 '각잡고' 치는 시험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퀴즈였던 것입니다. 이런 퀴즈 날짜와 강의 날짜의 관계로 보건대, 상식적으로 담당 교수의 퀴즈 의도는 '지난 강의 복습' 혹은 '이번 강의 예습'을 당부하는 의미에 불과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 정말 평가를 위한 것이었다면, 당연히 강의 시간에 시험을 쳤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퀴즈의 형식 자체부터가 (학생의 의사는 별론으로 하고) 외부인이 조력할 가능성을 배제하려 노력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실제로는 이 퀴즈 점수는 과목 성적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요컨대, 졸업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졸업시험이나 졸업논문의 부정행위가 아닙니다. 해당 과목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칠 기말시험 같은 부정행위조차도 아닙니다. 수업 시간과 별개로 수시로 실시하는 '온라인 퀴즈'입니다. 이러니 그 부정행위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매우 경미하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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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중앙일보는 지난 2020년 연초의 기소 직후 보도에서 조지워싱턴대 관계자에게 연락하면서까지 '부정행위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려 애썼는데요. 중앙일보 정효식 기자의 보도에서 이 대학 "학사자문 국장" '팀 도드'씨에게 연락해 '어쨌든 교칙위반'이라는 취지의 답을 받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기사를 다시 뜯어봐도 이는 학교측이 공식 문의에 내놓은 답은 원칙론 수준의 답에 불과해보일 뿐만 아니라, 기자가 정확한 사실관계를 전달했는지도 의문입니다. 도드 국장과의 문답 부분에는, "오픈북"만 있지 "온라인" 언급은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위반 정도에 따라 징계 처분이 달라진다"라는, 지나치게 원론적이기만 한 대답을 곱씹어보면, 도드 국장이 이 사안이 얼마나 경미한 것인지 사실관계를 제대로 전달 받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도드 국장이 강의 시간이 아닌 개인 시간의 온라인 퀴즈, 그것도 "출석+토론+퀴즈" 세 가지를 합해서 겨우 10%가 배점된 상황에서, 5회 퀴즈 중 2회의 부정행위에 대해 "위반 정도에 따라 징계 처분이 달라진다"라고 답했을지 매우 의문스럽습니다. 과연 중앙일보 정효식 기자는 이런 팩트를 제대로 전달하고 의견을 물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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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한번 더 황당하게도, 정작 검찰의 공소장에 적시된 '피해자'는 '조지워싱턴대'가 아닙니다. 공소장에서 해당 혐의 관련의 "결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조ㅇ(아들)과 공모하여 총 2회에 걸쳐 위계로써 미국 조지워싱턴대 담당 교수의 성적사정 업무를 방해하였다."

즉, 해당 강의의 "담당 교수"가 피해자입니다. 그러니 정효식 기자는 전혀 엉뚱한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본 것입니다. 당연히 조지워싱턴대 학교측이 아니라, 해당 교수, "Geoffrey P. Macdonald" 교수에게 의견을 물어봤어야 했던 일입니다.

그런데 중앙일보를 포함한 어떤 언론 보도에도, 정작 이 맥도널드 교수에게 의견을 물어봤다는 언급은 단 한 군데에도 없습니다. 심지어 이 교수는 이미 여러해 전 조지워싱턴대를 떠난 상태입니다.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맥도널드 교수의 블로그에 메일주소, 트위터, 링크드 인 등의 연락처도 줄줄이 명시되어 있던데, 정 기자는 왜 전혀 엉뚱한 사람에게 문의를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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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이라도, 아니 전세계 어느 대학이라도, 대학 내의 이런 경미한 부정행위에 수사기관, 그것도 검찰, 그것도 특수부 검찰이 전격 수사에 나서 형사 기소한 사례, 들어본 적 있습니까? 대학에서 단순 컨닝 하다가 걸려서 기소되어보신 분, 대한민국에 누가 있습니까? 더욱이 기말시험도 아닌, 강의시간 중의 쪽지시험도 아닌, 개인 시간에 하는 퀴즈여서 지나가던 누구라도 훈수를 둘 수 있는 상황에서의 문제입니다.

대학교를 다녀본 전세계의 누구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을, 강의시간 중 쪽지시험보다도 더 경미한 온라인 퀴즈에서 컨닝으로 형사 기소를 당하는, 전무후무 유일한 사람들이 조국 가족입니다. 세계 최초이자, 앞으로도 다시 없을 세계 최후의 사례일 것입니다.

미국이나 다른 어떤 나라라고 다를까요. 혹시 미국에서 수업시간도 아닌 강의 시간외 온라인 퀴즈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검찰에 고발되고 형사 기소된 사례가 있다면, 부탁하건대 누가 제시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실제로 찾아볼 사람조차 전혀 없을 것입니다. 이 건으로 조국 가족을 열심히 밟아댔던 기자들은 더욱 그럴 것입니다. 상식의 한계를 너무 얼토당토 않게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맥도널드 교수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의견을 물어보더라도 '기소는 얼토당토 않다, 그럴 정도의 사안이 전혀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맥도널드 교수는 '정치학' 교수입니다. 조국 수사가 어떤 과정으로 벌어졌는지 전후사정을 알고 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매우 궁금해질 지경입니다.

더 나아가서 이 조지워싱턴대 혐의가 한국의 누구도 고발하지 않은, 검찰의 무제한 먼지털이 수사 끝에 나온 먼지라는 것까지 알고 나면, 맥도널드 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수준에 대해 절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법치라는 미명 아래에서 감히 이런 짓까지 가능하다니,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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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확실히 해둡니다. 저는 조국 부부가 아들의 온라인 퀴즈를 도와준 것을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정당하냐 부정하냐를 따지자면, 당연히 부정한 일이 맞습니다. 제 개인적 사연을 잠깐 말씀드리자면, 저는 같이 경쟁하는 동기들 대부분에게 만연했던 시험 부정행위를 정정당당한 학습만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지 못해 절망을 거듭하다 중퇴한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저만큼 대학 내의 부정행위에 민감한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제 입장에서 수백번을 곱씹어 생각해봐도, 이 사안은 수사기관이나 사법당국이 개입할 정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 그럴 사안이라고 확신한다면, 제 대학시절 동기들부터 다 잡아가세요. 따져볼 것도 없이 제 동기들이 죄질이 훨씬 나쁩니다.)

재판부는 이 사안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외국 대학 강의에서, 아니 '강의 외 개인시간'에 있었던 이토록 경미한 사안에조차 형사적 처분이라는 철퇴가 필요한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사법이 세상만사 모.든. 일의 해결책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재판이 이루어지는 법정에는 피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원고도 있습니다. 재판은 피고의 잘못 여부만을 따지는 절차가 아닙니다. 재판이라는 저울에는 항상 양측이 있고, 그런만큼 원고의 행위도 함께 따질 수 있어야만 공정한 재판입니다.

법원은 형사절차로 따지기에 너무 턱없이 경미한 사안까지도 마구 부풀려 기소하고 언론까지 동원해 망신주는 검찰의 행위 역시도 잘잘못을 따져야 합니다. 이런 얼토당토 않게 경미한, 전세계 어디에도 전례가 없고 누구의 상식에도 반하는 사안조차 꾸역꾸역 법정에 올려놓는 검찰의 행위는 공소권남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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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사측이 이렇게 전례도 없고 상식에도 반하는 사안까지 기소한 것이, 과연 이 혐의로 '유의미한' 형량을 얻어내기 위해서였을까 하면, 전혀 아닐 것입니다. 검사측의 의도는 처음부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처럼 대서특필 보도되는 것을 원했을 뿐일 것입니다. 망신주기가 목적인 것입니다.

그러니 이 혐의 관련으로 재판부의 판단이 무엇이건, 검사측은 이미 조국 망신주기라는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습니다. 그것도 2020년 연초에 한번, 또 이번에 한번, 두번이나 말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결국 이 조국 사건에서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언론은 자청해 검찰 권력의 주구가 되고 말았습니다. 수백, 수천 배는 더 중요한 표창장 혐의에서 검찰의 숱한 허위 증거들과 위법 사례들에는 철저히 눈을 감고, 조국의 경미한 잘못은 마구 부풀려 전하고 있는 언론, 이래도 당신들은 얼마라도 존재가치가 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까. 기레기라는 멸칭도 너무 아깝습니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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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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