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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민영화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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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민영화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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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06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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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호남, 경부선은 서울과 용산에서 출발한다.
SRT는 3개역을 제외한 모든 역을 KTX가 건설한 고속철도 노선을 이용한다.
서울에 갈 때 주로 이용하는 (여주~)판교~경복궁역. 비슷한 거리의 다른 노선(아래 양재~구파발, 45분 소요 1550원)에 비해 1600원이나 더 치러야 한다. 신분당선은 거리에 따라 500원~1900원을 추가부담한다는 안내문이 있지만 시민들은 잘 모르거나 출퇴근 시간 단축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이용당할 수밖에 없다.
위 판교~경복궁 구간과 소요시간이 비슷한 3호선 라인
서울지하철 요금은 기본적으로 거리에 비례한다. 그러나 1시간 35분이 소요되는 구간도 2050원에 지나지 않는다. 신분당선을 단 한 정거장이라도 이용한다면 거리는 짧지만 훨씬 비싼 요금을 치르게 된다.

 

이재명 의원의 계급배반투표, 이른바 저소득층 발언에 같은 진영에서 공격의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틀린 말도 아닌데 이쯤하면 진보기득권은 이재명이 미워죽겠다는 진심을 더 이상 숨기지 않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가끔 그의 행보가 마음에 안 들면서도 대놓고 비판하지 못하곤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그들이 노림수에 말려드는 것이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정치인은 비판받으며 성장해야 하는데 ‘입’만 쳐다보며 비난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적군과 아군에게 포위되어 있다는 건 더 나은 정치인을 가질 자격이 있는 시민들에게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그분들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 선입견이 될 수도 있다.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김대중 정부 이후 당의 근간이자 정체성을 뒤흔드는 논의를 시작한다면 당내 큰 파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윤영찬이나 남탓만 한다는 박용진, “뭘 모르는 시민들이 언론의 선동에 넘어가 표를 던졌다는 식으로 자신의 패배를 언론 탓으로 돌린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정당과 시민을 모욕하고 조롱하고 급기야 적대화하는 방식으로 정치를 이끌 때 우리가 맞닥뜨릴 것은 파국밖에 없다”는 정의당 비대위원장의 언급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중산층과 서민들이여 제발 이재명을 혐오해다오, 하는 애원이 읽혀질 정도다. 각도가 조금 다를 뿐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알면서 모르는 척, 자신들은 저소득층을 대단히 존중하는 사람들인 척 하는 거 솔직히 역겹다.

이재명이라면 이렇게 할 말이 많은 사람들이 어째 윤가 정부에서 은밀하게 추진하는 미친 짓에 대해서는 이토록 관대하거나 외면 일변도일 수 있을까. ‘내부총질’ 문자와 ‘취학연령 5세 하향’ 뒤에 저들은 은밀하고 내밀하게, 그러나 촘촘하게 국가자산을 나눠먹기할 설계에 여념이 없다. 나는 땅 짚고 헤엄치기인 그 일에 김건희가 몰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종사자들도 뉴스에서 접할 정도로 선전포고하듯 취학연령 하향방침을 레드 헤링으로 던지고 언론이 연일 뜨겁게 달구면 국민의 눈과 귀는 온통 5세에 쏠린다. 그 사이에 보도 한줄 없이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비열한 짓거리는 이명박 정부 때 신물나게 보아왔다.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밑 작업이 끝나면 5세 입학을 국민들이 그토록 반대하니 아님 말고! 취소! 할지도 모른다.

이재명 의원은 지난 6월 28일 1호 법안으로 공공기관 지분을 매각할 때 국회 사전동의를 받게 하는 이른바 민영화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하기도 전에 국힘당측으로부터 전기, 수도, 철도, 공항을 포함하여 민영화를 추진한 바 없다며 공직선거법상 낙선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죄로 고발당한 바 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위기일수록 민간·시장 주도로 경제체질을 확실히 바꾸고 정부는 기업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지난 6월 21일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예고한 윤가의 국무회의 발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저소득층’이 얼마나 될까.

그들이 못배우고 가난해서가 아니라 비틀어진 말의 온도를 잡아채기에는 교묘하게 윤색된 기술이 들어갔기 때문 아닌가. 한 발 더 들어가면 민영화를 위한 사전작업들은 고난도 기술이라 어지간한 중산층이나 대졸자들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정책과 실상의 간극을 해소해 주는 것이 언론의 역할인데 그 책임을 방기하니 언론에 놀아난 것이나 진배없는데 뭐가 잘못된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

예를 들어 BTO(수익성 민자사업) 방식으로 건설된 신분당선은 수익자부담원칙을 적용해 이용구간에 따라 500원~19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 재정이 투입되지 않는 것도 아니어서 건설단계에서 개발부담금 포함 절반 정도를 부담했다. 애초 수요예측 실패로 운임손실이 커졌다며 정부를 상대로 1천억 규모의 손실보상금을 청구한 소송에 패해 작년에는 365억을 신분당선에 지급하기도 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시민은 시민들대로 추가운임을 부담한다. 어차피 SOC는 실물이 남으니 이럴 바엔 국채나 지방채를 발행하여 재정사업으로 추진했다면 적어도 시민에게 요금폭탄을 부담지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익성이 낮은 구간이라는 이유로 민자에 넘긴 이런 사정을 알고 이용하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가끔 여주-판교를 잇는 경강선을 이용하는 나는 신분당선 판교~양재 구간의 3개역 11분을 지하철 기본요금 1250원보다 1000원이나 비싼 2250원에 이용한다. 이는 3호선의 출발역과 종착역인 오금역에서 대화역까지 43개 역, 1시간 35분, 2050원보다 비싸다. 게다가 강남~신사구간이 개통되면서 강남을 지나 신논현으로 가면 바로 600원이 추가된다. 나야 어쩌다 이용하니 그러려니 한다지만 출퇴근을 위해 매일 신분당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은 그 동네 사는 게 죄도 아닌데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것일까. 현재 공공으로 운영되는 기간산업들이 민영화되거나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면 어찌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실례가 지하철 신분당선이다.

민자를 유치하면서 손실은 보전해주고 시민들의 손실, 교통 불평등은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민영화 논리가 만들어낸 기형적인 구조다. 이재명이 말하고자 한 저소득층은 상징적인 언사였을 뿐 사는 데 골몰하느라 미처 챙기지 못하는 간극을 메워줄 언론의 책임방기를 지적하고자 함일진대 보라는 메시지는 안보고 메신저를 공격하는 비열함이 정치판을 뒤덮고 있다. 마치 강변에 나무들을 죄 덮어쓰고 고사시키는 생태계 교란종인 가시박덩굴을 보는 것 같다.

정부가 7월 29일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은 민영화는 없다는 그들의 말이 얼마나 새빨간 거짓말인지 알 수 있음에도 관련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전의 전력판매 같은 기능도 독점적 공공서비스에서 민간 전력시장의 활성화로 공공과 민간이 경합하고 있으니 축소대상이 된다”는 말은 한전의 기능축소를 후보시절부터 강조해온 것을 확인시킨 것으로 이미 한전 민영화에 착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저소득층이 아니어도 시민들이 잘 알기 어려운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운영사간 경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철도산업의 고질적인 적자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고속철도를 코레일(KTX)과 수서고속철도(SRT)로 분할했다. 제2공사 형태를 띠었지만 공공기관 외피를 입은 민영화였다. 2014년 사학연금 등 주요 투자자에게 투자후 8년간 수익률 5.6%를 보장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조건으로 손실 위험없는 고수익을 보장했다. 2023년까지 실적을 내지 못하면 대주주인 코레일은 손해지만 나머지 주주들은 이익을 보장받는 구조다. 현재 코레일이 지분의 41%를 소유하고 있고 사학연금이 31.5%,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각각 15%, 12.5%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8년이 지난 2023년에 투자기관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코레일은 SR 지분을 매각해서라도 마련해주어야 한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실적이 낮아도 아쉬울 게 없지만 코레일 입장은 다르다. SR 실적이 낮으면 이익을 보장해주어야 하지만 실적이 좋다는 건 그만큼 고속철도 승객이 SR로 넘어갔다는 뜻이니 운영이익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고속열차를 운행하기에 적합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현재로서는 거리가 긴 부산과 목포 정도가 유일한 황금노선이다. 현재 SR(국민철도)은 경부고속선(수서-부산)과 호남고속선(수서-목포)을 운영하고 있다. 강남에서 출발하는 SRT는 서울-부산, 서울-목포구간 KTX보다 운임은 14%가량 저렴한데 소요시간은 비슷하고 오히려 더 쾌적하다는 평가가 많다. 안될래야 잘 안될 수 없는 노선인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가까운 역을 이용할 뿐 KTX든 SRT든 골라타지 않는다. 더우기 자신이 지불하는 철도요금이 누구 주머니로 들어가는지 관심갖지도 않는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2004년 개통한 KTX 고속철도 이익으로 무궁화, 새마을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16년 12월 개통된 SRT는 출범 5년이 지난 2021년 말 기준으로 연평균 이용객 11% 증가, 누적 이용객은 1억 명을 돌파했다. 철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수서, 동탄, 평택지제 3개역을 제외하면 코레일역을 공동 사용한다. 그러니 당연히 서울 중남부권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고 KTX의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차츰 지역 간선열차를 폐선하거나 단축시키게 되는 것이다.

국민철도 SR 홈페이지에는 “안정적인 흑자경영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선도적인 철도회사가 되겠다”고 공언한다. SR이 아무리 흑자경영을 한다해도 국민에게 돌아올 이익은 극히 일부다.

만약 SRT로 분할하지 않고 코레일이 남부권 이용자들을 위한 수서역을 증설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면 지금쯤 KTX는 막대한 운영이익을 내고 그것으로 사회적 약자 할인, 운임인하, 증편 등의 국민서비스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권성동 의원이 서울~강릉 무정차 KTX를 증편시키느라 무궁화호를 2편이나 단축시켜 논란이 된 것도 효율성 논리와 무관하지 않다. 국민의 이동권, 교통인권이라는 보편가치와 공공성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민영화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초 민영화를 저지한 이래 민영화는 은밀하고도 복잡하게 설계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기간산업 민영화는 수익성이 좋고 나쁜 곳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시작해 전면 민영화하는 꼼수를 쓰는 경우가 많다. ‘독점’ 알러지가 있는 만큼 한전의 판매독점을 깨겠다, 과도한 복리후생을 축소하는 등 인력과 비용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보수기득권의 발상은 시민들의 공기업 노동조건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와 진보기득권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한층 교묘해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의 중대사들이 뒷방에서 편법과 위법, 윽박지르기로 진행되고 있는데 당대표가 되겠다는 자들과 최고위원이 되겠다는 자들은 날선 공격의 검을 이재명에게만 휘두르고 있다. 그들이 진짜 무례한 것은 정작 해야 할 일, 따져 묻고 호통치고 입법으로 막아야 할 일은 외면한 채 '내부총질'에만 골몰해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계륵이자 뜨거운 감자로 전락한지 오래지만 기댈 곳이 없는 국민들만 속터지는 뜨거운 나날들이다. 이번에야말로 헤어질 결심을 하고 나면 뒤도 돌아보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망부석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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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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