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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이념에 목을 매는 건 바보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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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이념에 목을 매는 건 바보들 뿐이다
  • 딴지 USA
  • 승인 2022.06.1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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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자고 일어나면 외치는 "자유민주주의"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이념적으로 본다면 유럽의 자유주의에 근거한다고 생각된다. 그러한 "자유주의"의 아주 현실적인 원칙은 "사유재산의 보호"일 것이다.

그러나 자유주의의 이념을 "사유 재산"을 무제한도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자꾸 얘기하고 다니면 곤란하다. 지금 유럽 EU 여러 나라들은 사유재산에 대해 정부가 상당한 공공성을 강제하고 극단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1. 작년, 독일 베를린에서는 시내 집 월세가 너무 오르자 부동산 임대업자들로부터 주택 24만채를 몰수해 시민들이 공유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주민투표가 가결된 바 있다. 이를 "도이체보넨 몰수 운동"이라고 부른다. 내용상, 이건 거의 사회주의 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게 EU를 이끌고 있는 핵심국가인 독일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독일은 사회주의 국가인가? 라고 질문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아니오"라 대답할 것이다. 그럼, 주민들이 싼 값에 월세를 내게 만들기 위해 집 소유자들로부터 집을 몰수해서 공유하는, 저 정책은 대체 뭐란 말이냐고 물어본다면, 아무도 대답을 제대로 못할 것이다. 저게 1946년 북한에서, 김일성 주도로 지주로부터 토지를 무상 몰수해 농민들에게 분배했던 북조선 토지개혁 정책과 뭐 크게 다르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2.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지식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과연 미국식의 시장경제 시스템이, 앞으로 폭망하지 않고 잘 작동해 나갈 것인가? 라는 질문에 아무도 속시원한 대답을 내 주지 못했다. 헷지펀드라는 말로 표현되는, 금융 자본들의 탐욕적 행위에 대해 수많은 미국인들이 패가망신상태에 빠지게 된 상황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벼라별 의견들이 다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는 "은행, 즉 금융기관을 공공화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금융을 공공화하라"고? 이 테제는 1917년 러시아 혁명시 블라디미르 레닌이 주창한 것이었다. 이건 뭘까. 혹시, 자본주의가 고도화하면 결국 사회주의로 이행된다는, 칼 마르크스의 경제학 이론이 현실에서 이뤄진다는 건가?

3. 작년말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중국의 신장 자치구 정부 의장을 맡았던 중국 전.현직 공무원 4명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 제재했다. 신장 위구르에 대한 중국의 인권 탄압을 응징한다는 의미에서였다. 물론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보복했다.

자, 그런데 생각해 봅시다. 중국인들은 열심히 일해서 상품을 만들고 미국에 수출해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 달러를 중국 부자들이 미국에 다시 투자해서 미국 국채나 부동산 등 달러화된 자산을 사들여 재산을 취득한 것 아닌가? 이렇게 중국인들이, 미국내 자산을 취득한 과정들은 완전히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사유재산 보호"를 원칙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취득한 개인 자산을 동결, 제재한다? 이런 건, 시리아나 이라크같은 나라에서나 일어날 일이 아니었던가?

4. 근데 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미국 하원이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의 미국 내 자산을 압수해서 매각해, 그 돈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자고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법안을 주도한 민주당의 톰 맬리나우스키 의원은 “우크라이나인들은 폐허에서 주검들을 묻고 있는데 요트, 은행 계좌, 빌라, 비행기 등 이 모든 러시아인의 부를 푸틴과 그 친구들에게 돌려줄 수 있겠냐”며 “그렇게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아니, (이건 좀 너무 기가 막혀서)

사실은 자산 동결마저도 "사유재산 보호"의 원칙을 크게 위배하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에 자산을 형성한 러시아 부자들이 전부 전쟁 범죄자라고 할 근거도 없다. 그들은 어떤 재판도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도 미국 의회는 동결 정도가 아니라, 개인의 사유 재산을 아예 몰수해서 매각하겠다고 한다. 아니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동맹국도 아니다. 이게 자유민주주의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일일까?

물론 미국 내 언론에서는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전에도 이런 법안이 추진됐다가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법률가들 및 시민단체의 지적에 더 진전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중국 러시아는 사회주의 이념이고 미국 EU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이다라는, 그딴 명제는 지금 없다는 것이다. 이미 폐기되어 쓰레기통에 쳐박힌 지 오래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단순히 "자유주의" 혹은 "사유재산 보호"라는 간단명료한 이념으로 살아가거나 설명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는 것이다. 자유주의라는 말 자체는 15세기때 나온 것이다. 지금은 이념의 시대가 아니다. 그 어떤 이념도, 지금의 복잡다난한 현실하고 너무 안 맞는다.

그런데도 한국 정치를 보면 위험할 정도로 이념적 용어들이 너무 많이 튀어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달에 한국에 달려와서 IPEF뿐 아니라 "가치의 동맹"을 자꾸 강조했다. 이게 까놓고 말해, "우리하고 너희는 이념적으로 동지쟎아, 그치? 중국하고는 이념적으로 적이쟎아. 그러니 너 우리편 맞지?" 이런 뜻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새 대통령은, 우리가 미국과 완전히 하나의 가치를 갖고 미국 편에 서는 국가라고 번죽을 맞추고 있었다.

미국은 중국에 뒤쳐질까 좌불안석이다. 어떻게든 중국을 떨어뜨리지 못해 아우성이고 다른 나라들을 자꾸 자기 앞에 세우려고 부추긴다.

이런 이념적인 가르마 타기에 한국이 번죽을 맞춰 날뛸 필요가 하나도 없다. 바이든의 미국은 자기들은 정작 탈이념화하고 있으면서, 동맹들보고 이념의 깃발을 들고 자기들보다 더 앞줄에 서라고 하고 있다. 바이든은 입만 열면 "동맹, 동맹"이렇게 떠들지만, 솔직한 마음은 자기들은 뒤로 빠져 동맹을 총알받이로 쓰겠다는 뜻이 아닌가.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기꺼이 한국 국민들을 그 총알받이로 쓰라고 OK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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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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