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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후로 단 한 번이라도 '민생' 이 1번이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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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후로 단 한 번이라도 '민생' 이 1번이었습니까
  • 미주 부동산 신문
  • 승인 2022.06.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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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0년대에 어떤 정부가 있었습니다. 이 정부는 국민들의 식생활을 조사한 결과, 국민들이 너무나 비싼 식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 과정에서 음식의 조리과정에 지나치게 양질의 재료들만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이 정부는 결심합니다. 양질의 식재료를 구매하지 못하게 하면, 더 낮은 질의 식재료를 싸게 구매할 것이므로 음식 값이 내려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식생활의 질은 조금 낮아지더라도 전반적으로 부담스러운 식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정책을 추진합니다. 그래도 좀체 식비가 하향되지 않자 이 정부는 아예 정크푸드를 제외한 모든 음식을 금지시킵니다.

그렇게 4년이 지나고, 그 정부의 국민들은 모두 불량식품만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국민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나요?" 그 말을 들은 정부는 결심합니다. 아,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치러야겠구나, 그래서 갑자기 시장에서 불량식품이 모두 사라집니다.

국민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비싼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더니, 갑자기 국민 보건을 이유로 마지막 남은 불량식품마저 먹지 못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국민들은 분노 끝에 다른 정부를 선출합니다.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일까요?

이것은 바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2.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경제 정책 실책은 사실 부동산 하나로만 평가받는 경향이 크지만, 실제로는 부동산과 금융정책, 그리고 재정대응의 실기와 같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나타난 결과라고 보아야 적절합니다.

실제로 집권 초반 당정청은 소득주도성장을 출범시키며 대대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장려금 확대도입 등을 추진했습니다. 이것은 실패했을까요? 아닙니다. 놀랍게도 이것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실제로 소득불평등도는 지속적으로 낮아졌고,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하여 한겨레신문이 취재를 해보았더니, 2016년 소득 하위 20% 였던 가구를 추적한 결과 그 경상소득은 2020년까지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물론 2018년도의 언론은 1분위 근로소득의 악화를 두고 소주성의 실패라며 공격을 지속했지만, 이는 70세 이상 노령층 가구의 비중이 2017년도 대비 6%p 증가했으며, 이 때문에 무직가구 비중이 12.1%p 나 증가한 것을 간과한 납작한 비판이었습니다. 실제로 '근로를 하지만 가난한' 경제활동인구 중 1분위 가구의 소득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이 맞습니다.

당시 언론의 오류는 각 분위간 가구들의 이동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연도별로 분위를 비교했기 때문입니다. 2016년에 1분위에 실제로 속했던 가구만 골라내어 비교를 했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고령화가 지속되는 미래에도, 동일가구끼리 비교하지 않은 단순 1분위 간 소득지표 비교는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3.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소주성이 이러한 성과를 보이는 동안, 등 뒤에서는 조용히 부동산의 유령이 마수를 뻗치고 있었습니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의 대표적인 부작용이었던 풍선효과가 조금씩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를 집어삼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권 초창기, 시민사회수석으로 재 등판한 김수현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분의 전공은 기본적으로 '빈곤' 입니다. 90년대 한국도시연구소에서부터 소장학자로 빈곤 문제를 다루셨던 분이고, 청년 시절에는 철거민 투쟁에도 참여했었으며, 박원순 시장의 도시재생 사업에도 밀접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었습니다.

때문에 이 분의 주거에 대한 이념은 빈곤층의 주거불안 도그마에서 불행히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2010년대 후반을 맞이했습니다. 김수현 전 수석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 에서는, 집은 곧 인권이요 삶의 터전이다 라고 밝힙니다. 이 분의 청년 시절, 소장 학자 시절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자연스러운 도그마의 형성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분의 정책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수도권 주택보급률은 대략 96% 정도였습니다. 그 정도면 공급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신규 공급은 저소득층 대상 임대주택 정도로 마무리하고, 갑자기 대출을 통제하기 시작합니다. 아수라장의 시작이었습니다.

4.

자, 서울에서 주택의 보급률 말고, '자가점유율' 은 어느 정도 될까요? 놀랍게도 서울 주택의 자가점유율은 지난 1980년 이후 40% 대에서 크게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5년 기준 42.1% 였고, 지금은 조금 떨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가점유율 자체가 50% 를 밑돈 지는 벌써 40년째라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대규모 이촌향도 현상이 마무리되어가는 1980년대말 이후부터 서울의 주택은 이미 사회 초년생이 몇 년 돈을 모아 구매하기에는 어려운 자산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을 도운 것은 바로 전세제도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베이비붐과 초창기 X세대 이후의 세대는 일반적으로 전세로 시작하여 돈을 모았다가 구매로 사다리를 탑니다. 이 때 일반적인 중산층의 결혼에 대한 지원은 전세금 지원이었습니다.

정리해 보면, 민주화 이후 수도권 도시노동자들은 보통 양가 부모의 도움이 없건 작건 크건 대개 전월세로 시작하고, 여기에서 소득을 모아 은행 융자를 끼고 주택을 구매한 후, 그 이후에는 학군지를 따라 다른 전세를 얻어 이전하거나 소득 증대를 통해 평수를 넓히는 등의 경로로 각각 갈라집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택담보대출입니다.

그런데 8.2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통제됩니다. 그러면서 김수현 전 수석은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를 시행하며 임대사업자 세제혜택을 줍니다. 그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정책이었습니다. 그가 꿈꾸는 거주환경은 '내 집이 아니어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것이었고, 임대업의 자본화를 통해 이를 달성하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5.

하지만 사람들은 의도와 다르게 움직입니다. 주담대가 40% 선에서 막히자, 사람들은 전세대출과 신용대출로 몰려갑니다. 최고급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니 이제 중/저품질의 음식을 먹게 되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주임사 세제혜택이 겹쳐 갭투자가 활활 불타오릅니다. 집값이 계속 오릅니다. 그리고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나옵니다. 그리고 공포의 신DTI와 DSR이 예고됩니다.

아직도 궁금합니다. 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경제팀은 전세대출을 통한 갭투자가 주임사 세제혜택을 만나게 된다면 자기자본이 덜 들어가는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것을 왜 몰랐는지, 아니면 알고도 외면했는지, 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값을 잡을 수 있으리라 자신했던 것인지. 그리고 그 와중에 그 말도 나옵니다. "집 팔 기회 드리겠다." 라는 희대의 명언입니다.

이렇게 4년 동안 28번의 대책이 나옵니다. 하지만 집값은 하락하지 않습니다. 집 값이 하락하지 않으니, 당연히 사람들은 전세로 향하게 되고, 전세가가 오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두 번째 결정타가 나옵니다. 임대차 3법입니다.

6.

자, 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법이 1989년 통과가 됩니다. 이 때도 노태우 정권 말기인 1991년까지 전셋값 폭등 기조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 때에는 괜찮았습니다. 1991년부터 1기 신도시 공급물량이 풀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1기 신도시는 200만호라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공급이었고, 때문에 이 때의 전셋값 상승은 국민들에게 '견딜 만한 것' 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임대차 3법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루어진 임대차 3법은 견딜 만한 전셋값 상승이 아닌 전세의 월세 전환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다가왔습니다. 3기 신도시 발표는 2018년이었고, 3기 신도시 입주는 아직 가늠도 어려운 상황에서 '선의' 로 발표된 정책의 결말이었습니다.

28번의 대책과 임대차 3법 끝에 남은 결말은, 씨가 마른 전세 물량과 천정부지로 치솟은 매매가, 그리고 언제 몇 억이 더 오를지 모르는 전세가에 대한 공포뿐이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하게 되면서 혹독한 신규대출 통제가 시작됩니다. '과도한 가계부채' 가 원인이라는 겁니다.

7.

앞서 불량식품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수도권 도시노동자들은 지난 5년 간 주담대에서 전세대출로, 전세대출에서 신용대출로 점점 밀려났고 이는 모두 정부의 규제 하에서 어떻게든 자가 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욕구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당정청의 정책이 사람들을 점차 질이 좋지 않은 대출로 몰아붙인 것인데, 뜬금없이 갑자기 가계부채가 과도하다며 대출을 더 이상 내줄 수 없다고 은행들을 옥죕니다. 은행들이야 창구지도가 내려오면 말을 듣는 것 외에는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은행들은 방법이 있습니다. 대출의 총량이 줄어드니 신규 대출 건당 금리를 올리면 되기 때문입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여전히 국민들 뿐입니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 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그로부터 약 6개월 후 10년 만에 휘발유 가격이 2200원을 넘어서는 광경을 목도하게 됩니다.

8.

묻고 싶습니다. 이것이 민생을 위한다는 정부의 정책이었는지 말입니다. 아직도 혹자들은 이야기 합니다. 집 값이 오른게 문제라면 그것은 글로벌 유동성 증가 이외에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틀렸습니다. 집 값이 올라서 민심을 잃은 것이 아닙니다. 집을 '사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민심을 잃은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이 되고 소득이 충분한 사람은 주택을 구매할 수 있었어야 합니다. 주택 가격이 과도하다면 자연스레 그 흐름이 전세로 흐르게 되고, 전세가율이 또 다시 과도해진다면 그 때는 주택 가격이 충분히 하락해 있을 때입니다. 우리가 겪어 보지 못한 일도 아닙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간의 경험치가 있었습니다.

9.

우리 세력이 2018년 빈곤 해결을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의욕적으로 도입한 이래 민생은 단 한 번도 1번이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청와대와 내각은 정책을 잘못 입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국회는 그랬었으면 안 됐습니다.

하지만 볼 수 없었습니다. 전문성을 가지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음을 제대로, 깊이를 갖춰 비판한 민주당의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당시 우리 세력의 정치인들은 그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2019년부터 발생한 거대한 사법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음 편에서 이를 '정치의 실종' 현상으로 정의하고 말씀드려 보고자 합니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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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sung Bria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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