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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패색 짙어진 검사측 '시간끌기'.. 또 길어지는 조국 가족의 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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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패색 짙어진 검사측 '시간끌기'.. 또 길어지는 조국 가족의 고난
  • 딴지 USA
  • 승인 2022.01.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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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국 전 장관 및 정경심 교수 등의 공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공판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검사측이 현 마성영 재판부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기 때문입니다.

검사측은 재판부가 지난 공판에서 11월 18일 대법원 전합 판례(제3자 임의제출 건)를 적용하여 강사휴게실 PC, 김경록 임의제출 HDD들을 증거에서 배제하겠다 결정한 것을 문제삼았습니다. 이 기피신청에 대해 결정이 될 때까지, 재판은 정지됩니다.

사실 검사측의 이번 재판부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고 봅니다. 검사측이 반발 명분으로 들이댄 증거 불인정 결정은, 이 재판부의 독립적인 결정이 아니라 11월 18일 전합 판례에 의한 반강제적이고 자동적인 결정입니다. 이렇게 필연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판례를 적용했다고 반발하는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질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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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측으로선 이번 신청으로 실제 재판부를 바꿀 수 있다는 계산이 있어서 신청을 한 것이 아니라, '시간끌기'가 주목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면 그 결정에 필연적으로 2, 3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재판을 확실히 대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검사측 입장으로선 물론 재판부가 바뀌면 좋겠지만, 재판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최후의 수단으로 재판부 기피신청이라는 악수를 둔 것이라고 봐야 하겠고요. '재판부 기피신청'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바둑 두다가 불리해지니까 바둑판을 뒤엎어버리려 시도하는 셈입니다. 기피신청 사유가 전혀 불합리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지만 그래도 적어도 시간은 끌 수 있습니다.

이러니, 지난 12월 10일에 저와 함께 증인 출석 예정이었던 검사측 포렌식 분석관 이 모씨가 건강상 이유로 증인 출석을 미룬 이유도 더욱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불리한 것은 법 제도상의 기술을 총동원해서라도 무조건 미루겠다는 것이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이렇게 제 증인 출석이 미뤄진 상태에서 다시 기피신청으로 더 지연되니, 제가 증인 출석하는 시기는 더더욱 뒤로 밀리겠습니다. 어떤 변수가 생기더라도 끝까지 제 힘을 다하겠다는 결심과 의지에는 티끌만큼도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매우 화가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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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단은 정경심 교수의 1, 2심에 이어 현재의 상고심, 그리고 조국 전 장관의 1심이 오래 진행되는 동안, 재판부의 자세가 불리하거나 호의적이지 않은 경우에도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검사측은 해당 재판부의 결정이나 방향이 조금이라도 불리해진다 싶으면 어떤 식으로든 재판부를 밀어내왔습니다.

벌써 2년이나 전인 2020년 2월, 정경심 교수의 원래 재판부인 송인권 판사 재판부에 대해 검사측은 원하는 대로 공소장 변경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삼아 법정에서 다수 검사들이 고성을 지르는 등 집단난동 수준의 행위를 수차 일으켰고, 결국 재판부가 임정엽 판사의 대등재판부로 교체됐습니다. 그 교체된 임정엽 재판부가 이미 진행된 공판들을 모두 무시하고 전부 새로 판단했고, 1심 유죄를 선고했었죠.

조국 전 장관 재판에서도 결과적으로 비슷한 일이 있었죠. 원래 재판을 맡았던 김미리 판사도 검사측의 견제와 시간끌기 끝에, 통상 임기 3년을 넘어 4년이 되자 언론들이 일제히 문제삼았고, 결국 김 판사가 임기와 함께 개인 건강상태까지 겹쳐 인사이동이 되어 현재의 마성영 판사로 바뀐 것입니다.

조국 전 장관이 기소된 것이 2019년 12월 31일, 그해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기소 이후 4년째 1심만 뱅뱅 돌고 있습니다. 기가 막히다 막히다 현기증으로 쓰러질 지경입니다.

다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성영 판사의 경우 2021년 초에 서울중앙지법으로 인사이동한 상태라 이런 검사측 술수로 수개월이 더 지체되더라도 임기 문제로 이동할 가능성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재판부 교체는 없을 거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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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지요. 그 말에 바다보다 깊은 의미가 있지만, 지연된 정의라 해서 손놓고 포기하면 세상엔 그 어떤 정의도 남지 않게 됩니다. 힘있는 자들로선 지연시키기만 하면 정의를 짓밟을 수 있게 되는 세상이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만신창이가 된 정의라 해도 반드시 사수해야 합니다.

그렇게 형편없이 너덜너덜해진 정의조차도, 미래에 찬란하게 꽃필 진정한 정의의 소중한 기틀이 됩니다. 우리는 당장의 기소건만으로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정의로운 미래를 위해서도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연된 정의조차도 여전히 똑같이 소중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조국 전 장관과 가족의 고난은 또다시 더 길게 이어지게 됩니다. 여러 시민분들의 따뜻한 응원과 지속적인 관심이 그래서 더더욱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시간에 지쳐 고개를 돌리면 지는 싸움입니다. 조급하게 안절부절 하시기보다는, 넓은 보폭으로 여유를 가져가며 함께해주십시오. 반드시 이깁니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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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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