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맥락에 대한 이해도 없는 한 줄 짜리 공약, '무식과 몰염치의 소산'
상태바
맥락에 대한 이해도 없는 한 줄 짜리 공약, '무식과 몰염치의 소산'
  • 딴지 USA
  • 승인 2022.01.13 1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사들 처우 문제]

1. 이재명 후보가 병사 월급을 200만원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하자, 이에 뒤질세라 윤멸치 후보도 병사 월급을 20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가볍게 떠벌였다.

2. 하지만 양자의 공약에는 차이가 있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2027년까지 스마트 강군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모병제를 도입하면서 200만원씩 주겠다는 것이고, 윤멸치 후보의 경우 집권하자마자 당장 모든 병사에게 20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3. 그러자 이번에는 안철수 후보가 "이재명, 윤멸치, 이준석은 군대에 가서 총을 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후보가 보기에 병사 월급을 200만원씩 주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인 것이다.

4. 다만, 이재명과 윤멸치, 이준석을 동일한 잣대로 군 면제자 카테고리로 묶은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이재명의 경우 소년공 생활을 하다가 심각한 산업재해를 입어 면제된 것이고, 윤멸치와 이준석의 경우는 모호한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군대에 가서 총을 안 쏴본 것과 병사 월급 200만원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도 아리송하다.

병역 면제자라고 해도 국가의 정책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일에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안철수 후보의 경우 군의관 출신인데 사실상 군의관들도 권총을 차고 다닐뿐 실제로 쏠 일은 없다.

5. 지금 군대에 가 있는 대한민국 청년들은 주로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극초반에 출생한 사람들이다.

이때 이미 대한민국은 심각한 저출생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2003년에 출범한 노무현 참여정부는 2020년 무렵이 되면 병력 자원이 모자라 60만 정규군을 편성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였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장기 국방 개혁안을 만들었는데 그 핵심 내용은 대한민국 국군을 '부사관(간부) 위주의 첨단기술 강군으로 변모시킨다'는 것이었고 전체 병력 숫자도 대폭 줄이는 것으로 계획했다.

만약 참여정부 시절 마련한 국방 개혁안이 차질없이 진행되었다면 지금쯤 대한민국 군대는 약 35-40만 명 내외의 직업 군인제가 정착되었을 것이고 최첨단 기술강군으로 거듭났을 것이다.

6.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계획은 실행되지 못하고 폐기처분된다.

이유는, 참여정부의 산물이라면 A4지 한장까지도 모조리 부정했던 이명박 정부가 국방 중장기 개혁안을 무산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기조는 박근혜 정부까지도 계속 이어졌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대다수 이대남들은 계속해서 징병 소집을 받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했으며 박근혜 정부까지만 해도 월급 역시 매우 인색했다(10만원선).

국가 안보라는 미명하에 정부가 청년들의 노동력을 거의 공짜로 착취한 것이었는데, 이 모든 것이 다 소위 보수(우파) 정권 때 일어난 일이었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여전히 징병제의 골자는 유지되었지만 그럼에도 병사들 월급을 꾸준히 인상해서 현재 50-60만원대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병역을 이행하는 병사들 입장에서는 이 액수도 몹시 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왜 국가가 우리를 강제로 잡아다 놓고 겨우 50만원을 주면서 한달간 빡세게 부려먹는가?)

7.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는 전면적인 국방 개혁과 구조 조정이 필수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먼저, 극심한 저출생 현실을 고려하여 첨단기술강군+ 직업군인제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둘째, 이에 맞춰 병사들의 월급을 단계적으로 최소한 최저임금선까지 인상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든 반드시 한 번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국가적 과제다.

이런 맥락에 대한 고려와 이해 없이, 윤멸치 후보처럼 오로지 이대남들의 표심을 자극할 목적으로 뜬금없이 200만원 월급 공약을 (한 줄 짜리로) 내거는 것은 무식과 몰염치의 소산일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국힘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자유한국당 정권을 거치면서 국방 개혁이 무산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이런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는 것은 총을 쏴봤냐 아니냐와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

안철수 후보가 여전히 초딩 소리를 듣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가기

By 김요한 목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