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박원순을 두 번 죽인 여가부, 이제는 없어져야
상태바
박원순을 두 번 죽인 여가부, 이제는 없어져야
  • 딴지 USA
  • 승인 2022.01.10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친들이 알다시피 나는 초기 단계에서 성추행으로 알려진 박원순 사건 취재 기록을 책으로 펴냈다.

성범죄에 관한 한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멀쩡한 사람이 매장당할 수 있다는 게 책의 결론이었다. 그 사건의 진짜 피해자가 우리나라 대표 페미니스트 박원순이라는 점에서 비극성은 배가된다.

그 동안의 언론보도에 없는 내용들을 많이 담았기에 적어도 책을 읽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한 인식의 변화는 완만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을 채집하는 입장에서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내가 만나본 몇몇 이대남들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거칠게 정리하면 이렇다.

"책 읽어보니 박원순의 억울한 사정이 이해 되네요. 그러나 자업자득 아닌가요?"

그들에게 박원순은 시장 임기 내내 페미니즘을 어설프게 가르치려고 한 '꼰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부인할 수 없다.

이런 반응을 예상한 터라 독자층을 박원순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냉랭한 사람들로 잡았다. 박원순이 페미니즘에 관한 한 세상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아재'일 수 있다는 면모를 담아야 그에 대한 측은지심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원순이 죽자마자 사체를 여론의 시장으로 질질 끌고다닌 여성단체들의 만행은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여성단체 제소가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의 입맛에 맞는 발표를 내놓은 국가인권위 얘기도 오늘은 접겠다.

작년 4월 14일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의 기자간담회 발언에 나는 경악했다.

정 장관은 내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다며 "피해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글이나 언행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관의 말을 전해듣고 여가부라는 정부 조직은 피해자 보호든 진실의 추구든 어느 쪽에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책이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는 '2차 가해'라면 그런 일에 맞서 싸우는 정부 조직은 당연히 여가부가 되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진실의 이면을 담았다면 인권위의 결론을 그대로 따르는 게 온당한 지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해야 했다.

골치아픈 일 터지면 "어찌됐든 우린 여성들 편입니다"라고 퉁치면 할 일 다한 것인가? 이런 걸 '관료주의 오진다'고 하더라.

여가부 장관은 이도 저도 아니고 몇몇 페미 언론들이 뇌까리는대로 '2차 가해' 드립을 쳤다.

그 순간 확실히 알았다.

"여가부는 세금이나 축내는 조직이구나."

김대중 대통령이 이 기구 만든 취지가 여자들 목소리만 대변하라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20년 동안 한 다스 넘는 장관들이 나왔는데 여가부가 그동안 한 일이 무엇인지 설명해보라.

통원치료하는 병원에 2030 간호사들이 수두룩한데 그들 중 일부도 "윤석열이 여가부 없애겠다고 했다"는 뉴스를 보고 "여가부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이대 나온 여성단체 간부들이 장관 자리 돌아가면서 꿰차고 '에헴'하는 동안 수혜자인 여성조차 존재 의미를 모르는 게 지금의 여가부다.

조직의 효능감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고 "우리는 존재만으로도 의미 있는 부서"라고 버티려고 한다. 여가부는 그래서 글러먹은 거다.

일각에서는 윤석열이 대통령 돼도 180석 민주당이 동의 안 해주면 여가부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통과는 불가능할 거라고 낙관한다.

민주당이 대선 뿐만 아니라 지선까지 말아먹을 소리다. 여가부 폐지하라고 밀어준 정부를 야당 국회가 발목 잡으면 "어이구, 맞습니다요"라고 민심이 순순히 물러날 것 같은가?

책을 낼 때 박원순 사건은 페미니즘을 관성적으로 수용해온 정치권에도 큰 숙제를 안겨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 동안 정치인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왔다. 이대남들이 아우성쳐도 "니들이 철 없다"고 일갈했다.

이런 꼰대스러움, 계몽주의가 "니들은 북한 김일성을 모른다"는 태극기부대 할배들과 다른 점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대남 바람이 불고 곧이어 이준석 현상으로 이어질 때도 민주당 리버럴들은 "이게 뭐지?" 불구경을 하더라.

나름 젠더 이슈에 대응한답시고 이재명이 부랴부랴 만든 '남혐여혐둘다싫어혐 위원회’는 한달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이제 폭탄이 터졌으니 다음주부터 어지러운 네이밍의 페미공대위가 뜨고 페미 언론에 릴레이 기고가 이어질 것이다.

미안하지만 잔치는 끝났다.

https://m.mk.co.kr/news/society/view/2021/04/359873/?fbclid=IwAR0gx10alzNKtnvoDu31lhYPPzX59w1MsKVaWaviKOVfiVJ29ZrdH0uQD4Y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가기

By 손병관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