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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박힌 모녀(여여)의 관계를 부숴라, 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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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박힌 모녀(여여)의 관계를 부숴라, 남남
  • 딴지 USA
  • 승인 2021.11.2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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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  때론 정말 남이고 싶지만 남일 수 없는 관계라는 뜻.

 

필자에게는, 운이 좋게도, 사랑을 끌어 모아 딸에게 듬뿍 쏟아 주는 꽤나 ‘이상적인’ 친모가 있다. 필자는 그녀가 비키니를 입은 것을 본 적도, 남편이외의 남자와 어떠한 친분을 쌓는 것도, 성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 딸이 엄마를 그저 한 사람으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실로 불가능한 일일 지도 모른다. 자식으로서, 엄마의 자위 현장을 목격하는 상황을 상상해본 적 있었던가? 없다. 없었다. 엄마는 그저 엄마일 뿐이었으니까. 정해진 엄마라는 역할, 여자라는 역할 놀이, 모녀 관계의 틀을 깨부수는(?) 웹툰이 있다. 현재 다음에서 연재중인,  ‘남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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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치킨을 먹으며 주고 받는, 모녀지간의 대화

이어, 단발의 여성은 숏컷의 여성에게 나이트 갈래? 제안을 하기도...

 

웹툰 '남남'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당연시되는 모녀지간의 역학관계를 뒤엎는다. 최근 흥행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경우처럼 전형적인  ‘모성애’ 따위를 그려내지 않는다. 때론 입이 거칠고, 서툴지만 한 아이를 낳고 길러온 대책 없는 여자 사람인 '모'와 쿨하고 시크한 여자 사람인 '딸'은 둘이서 동거하는 사이다. 둘은 동거인의 관계, 여자와 여자의 관계이자,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그려진다. 웹툰 제목이 여여가 아닌, ‘남남’인 것도 참 매력적이다. (물론 '남'이 남성을 뜻하는 男(남)이 아니다.) 터부시되는 여성의 性(성)과 중년의 성, 미성년자의 임신과 출산, 미혼모, 생리 등에 관해서 시크하고 쿨한 여자 주인공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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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진희가 하는 말.

 

그녀는 고등학생시절 반한 친구의 오빠와 관계를 맺고, 임신을 한다. 배에 붕대를 감고 교복을 입는 고등학생, 술 심부름을 시키며 폭언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고등학생이 아이를 임신하고 낳고, 키웠다. 엄마의 어린시절, 임신과 연애 이야기를  시크한 머리스타일과 눈매를 한 딸, 주인공 진희가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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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진희에게 하는 말.

 

자식들에게 엄마가 그저 엄마일 뿐인 것은 그들이 편하게 살기 위함일 수도, 엄마가 자식들을 편하게 해주기 위함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쪽이 불편한 관계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지금의 엄마와 딸, 엄마와 자식, 부모와 자식 나아가 가족이라는 관계를 조각내고, 새롭게 맞춰가야 하는 이유다.  한 쪽이 희생하는 불공정 관계가 기반이 된 세상이 공정할 수는 없으니까. 

 

웹툰 '남남', 다 읽고나면 개운한 만화를 그리는 것이라는, 작가의 목표를 이루게 한 작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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