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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 세대, N의 말로..우리 사회의 수 많은 얽힌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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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 세대, N의 말로..우리 사회의 수 많은 얽힌 문제들
  • 딴지 USA
  • 승인 2020.03.2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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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의 말로

N세대라는 말 이후, 새로운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이렇다할 용어를 접해보지 못했다. 그 이후에는 ‘N포세대’라는, 포기해야할 것이 점점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즉 이전까지는 표준적인 인간의 활동이라 느껴졌던 모든 것에서 애초에 배제될 수 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상황을 묘사한 절망적인 말들만 젊은 세대를 규정했다.

X세대니, N세대니 하는 말들까지는 그래도 뭔가 새로운 문화적 특성, 삶의 양식 등을 추구하는 젊은이 특유의 가능성과 감성을 품었지만 그 이후 이처럼 새로운 가능성이나 문화를 지칭하는 용어는 자취를 감춘 것 같다.

그리고 오묘하게도 같은 n자가 들어가는, ‘n번방’ 관련 기사들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찾아서 읽어봤다. 또한 이 방의 회원들 중 상당수가 20-30대 남성이라는 것도. 운영자는 미성년자이거나, 갓 20대 초반이라는 말도 있고.

20대 남성 보수화론과 같은 정치권의 용어들은 얼마나 점잖은 표현이었나. 물론 이와 같은 전방위적인 범죄를 저지른 집단의 배후가 10대, 20대가 아닐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으나, 이처럼 즉각적이고 단발적인, 고통에 전혀 무감각하고, 말초적 자극 위주의 폭력을 공유하는 광범위한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은, 처벌과 아울러 이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한 일로 보인다.

이전에도 이처럼 끔찍한 고통을 공유하는 일에 관해서는 아주 많이 들어 알고 있었다. 성접대, 성매매가 이루어진다는 수많은 곳에서, 특히 이런 곳에서 자유롭게 돈을 풀어 쓸 수 있거나, 그런 돈을 대신 내주는 사람들을 부릴 수 있는 권력이 있는 남자들이 벌인 엽기적인 행각들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익히 들어 알고 있지 않은가.

김학의, 버닝썬과 같은 단어만 들어도 떠오르는 구역질나는 장면들이 있지 않나. 이런 일들을 이야기하며 분통 터뜨릴 때, 내 주변의 상당 수 남성들은 정말 이렇게 이야기했다. “돈 있고, 권력 있는 놈들이 뭐든 못하겠어?”

이 말에는 많은 의미가 들어 있다. 그놈의 ‘남자라면’ 돈과 권력을 쥐면 마음껏 여자를 바꿔가며 노리개삼아 놀수 있다, 혹은 저렇게 지저분하게 노는 놈들은 일부일 뿐이다, 혹은 나는 저만한 돈은 없어서 저럴 일도 없다(그러나 그런 돈과 권력이 있다면 한번쯤은 해보고 싶다?), 저렇게 여자들 끼고 노는 것은 남자의 본능인데 그걸 할 수 있는 남자들은 저렇게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고, 남자들은 그래서도 권력을 쥐려 한다는 등.

내가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수많은 영화와 저작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다루어지듯, 남자는 돈과 권력이 있으면 쉽게 여자를 사고, 그 여자를 물건으로 취급하여 착취한다. 돈과 권력 있는 남자가 룸쌀롱에서 여러 여자를 팔에 끼고 앉아 있는 모습과 같은 것은 아무런 문제될 것도 없이, 정상적인 모습으로 영상에 비추어진다. 무슨 끔찍한 장면이 아니더라도. (그러나 나는 이런 모든 장면마다 사실 끔찍하게 느껴지곤 했다. 저기, 팔에 끼워진 여성들에 감정이 이입되다보니)

예전에 무슨 검사출신 국회의원이 성인돌을 합법화하자며, 비서처럼 옷을 입힌 성인여성인형을 본인 옆에 앉혀 놓고 성인용품의 시장성에 대해 역설하는 모습을 보며 토나올 것 같았는데, 그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이들은 아마 그런 장면에서 아무런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할 만큼 무감했을 것이다. 아니면, 아주 의도적인 기획이었을 수도 있고. 그래도 그 장면이 국회에서 벌어졌다는 것 자체에 경악했었다.

많이 돌아왔지만, n번방 사태는 이 모두와 비슷한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다. 단지 다른 점은, 정말 잠입취재한 기자의 말처럼, 이 일을 즐긴 상당수의 젊은이들이 사회적으로 별다른 성취를 이루지 못한, 소위 ‘루저’에 해당한다는 것이고, 이들이 본인들보다 더 약하고 어린 여성들을 협박, 궁박한 상태에 몰아넣어, 이들을 착취했고, 그 착취의 방식과 유포는 정말 n세대의 특성을 따라 가상의 공간에서(그러나 적나라한 현실의 영역에서), 가상의 화폐를 이용하여, 익명성을 철저히 유지한 채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의식 없는 성착취, 여성피해자의 고통을 한낱 배설적 자극의 재료로 삼는것, 그런데도 경찰이나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 은밀한 범죄를 공유한다는 은밀한 스릴 등...

검경을 매수하여 아예 수사망을 무력화시키는 기존의 남성 권력자들의 행태나, 기술(?)적, 법적 사각지대를 이용하여 범행을 저지르고 이 범행이 수사망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그 ‘방’들의 엽기적인 반응은 아주 많이 닮았다.

‘어떻게 이정도까지 했는데 죽는 애가 한명도 없냐’ ‘경찰이 수사 못한다’와 같은(정확한 대화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류의 대화를 공유하고, 이를 즐기는 것. 이는 피해자의 영상을 공유하는 것 이상의 짜릿함을 주는 것 같았다. 그들에게는.

지극한 욕망에 따라 여자를 이렇게 망쳐도 법망과 수사망에 걸리지 않는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 그것도 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 같이 보였다. 이전에 정준영카톡방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지 않았나.

그러니까. ‘남성성’, ‘남성적’이라 용인되어 온, 존재의식과 자의식의 발현이다.

실제로, 성실히 자기 삶을 운용하는, 우정의 연차가 깊은 남자 동료들의 무용담에서도 비슷한 것을 많이 들었다. 대학생때 누가 여자랑 많이 잤는지, 누가 ‘첫 경험’이 없는 여자들을 더 많이 ‘먹었는지’, 그러면서 여자들은 꼬셔서 옷 벗기기 직전까지가 흥미롭지 막상 다 벗겨놓으면 흥미가 떨어진다는 등 별의 별 소리를 농담처럼 해대는 이들을 보면서 나조차도, 남자들의 농담이려니, 그 순간에는 미친 남자놈들, 이런 심경으로 들었던 것 같다. (지금 그런 소리 듣는다면 그자리에서 면박줄 테지만)

대학원에서도 어떤 교수가 대구에 학회인가 뭐 일로 가서 요정에 갔는데, 동료 교수의 학생 중 한 명이 나와 있더라는, 근데 아주 사근사근하게 잘 해줬더라는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대구 기생들이 제일 사근사근하다는.. 품평회를 해도 다른 남자교수들은 물론, 여학생들도 허허 웃고 넘기고, 마치 그런 요정 문화나 룸살롱문화에 정색을 하고 덤비면 인생의 깊은 의미나, 풍류를 모르는 융통성 없는 페미가 되는 것과 같은 이상한 분위기가 되는 것이 태반이었다.

미투운동 때도, 뭐 그런 걸로 ‘광광거리느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그때는 그냥 기분 나쁘고 말았다.

그런데 이 광범위하고 명백한 범죄를 놓고도, ‘남자놈들이 그런거 돌려볼 수도 있지’, 혹은 ‘니가 진짜 남자구나’이런 반응을 보이는 인간들, 만명이니, 이만오천이니, 이십육만이니 숫자에 치우쳐서 그렇게 많은 남성이 그럴리 없다며 본인 발빼는 것에만 혈안이 된 기괴한 논리들을 보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만명도 많은 거고, 이십육만이면 진짜 미친거다. 만명이면 별 일 아니고, 이십육만이면 별 일인가? 여자들에게는 주변에 그런 인간 한 명이라도 보이는 것, 뉴스에서 성착취, 범죄와 관련된 한 건의 뉴스라도 보는 것 자체가 생존을 위협하는 별일이다.

이건 정말 이땅에서의 여성 인권과 관련된 문제이며, 여성에 국한되지 않는 약자, 아니, 모든 인간의 삶의 권리에 관련된 문제다. 이렇게 인류애적으로 나갈 것도 없이, 이는 부모나 학교나 사회의 보호 어떤 것도 받을 수 없는, 너무나 약한 어린 여자아이들을 지키는 문제다. 취약계층 중에서도 자기 몸 조차 지킬 수 없는 유리알 같이 취약한 아이들.

영문도 모른채, 시커먼 가해자 남성들에 휩싸여, 극악의 고통을 당한 어린 피해자들, 그 아이들의 비명과 잔인한 체념을 떠올릴 수록 그 비명이 나의 것 같고, 또 그들을 지금 바로 구출 할 수 없다는 죄책감에 정말 너무 괴롭다.

왜 수 많은 여성들이 남성들의 그 잘난 본능이라는 성욕에, 존재감 과시에 자기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건지. 왜 여성에게는 목숨이 달린 생존의 문제, 전 인격과 몸을 파탄내는 일이 남성들에게는 무용담이 되고, 법원에서는 한때의 실수가 되고, 남성의 자연스러운 본성과 같은 급으로 형량되는 것인지.. 정말 분노한다.

또한 따뜻하고, 밝고, 물질적으로도 나를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는 가정과 사회의 울타리를 갖고 태어난 나, 그리고 어떤 남성도 함부로 짓밟을 생각을 못하고, 어느 정도의 존중을 받아온 나와 같은 세상 편한 여자들도 서른 몇 해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성추행과 모욕을 당했는지 상상도 못할 거다. 그나마 조직생활을 안하고 학문의 길을 가고 있고, 혼자 자영업하며 선생소리 듣고 있는 삶을 택했으니 그 빈도는 회사생활이나 아예 몸과 인격무시에 노출된 직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여성들에 비해서는 아주 낮을 것이다.

그래도 특히 내가 익명의 여성이 되어버리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조금만 방심하면 표적이될 수 있는, 그 상황을 남성들은 정말 이해못할 거다. 대 놓고 돈 줄테니 자기 애인 하자며 차에 태워 한적한 곳에 데려가는 중년 유부남부터, 버스 손잡이 잡고 있는데 그 손을 덮쳐 잡고 태연자약한 노인, 지하철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내 무릎에 자기 무릎을 대고 비비다가 내가 내리자 막 따라온 젊은 남성까지.. 그리 끔찍한(?)일은 아니라도 정말 당해보면 끔찍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그것들을 당해보고, 또 머리털 솟을 정도로 항상 주의하다보면 여성들이 남성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하다는.. 남성 일반에 대해 경계하는 것도 과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참한 마음이 들어 생각나는 대로 쓰다보니 글이 이리 새고, 저리 샜다. 그렇지만 도저히 어떤 기본적인 체계라도 갖춰서 쓰기 힘든 사안이다. 이렇게 쓴다는 것도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일단 분노하고, 제대로 처리가 안 되면 정말 행동해야겠다.

이대 나와서 페미라느니, 82년생 김지영 부류의 세상모르는 소비세대 여성의 광광거림이라느니, 하는 말들에 나를 단속할 필요조차 없어졌다.

그런데 이 사안이 이 나쁜 놈들 잡아 넣고, 처벌하자.. 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이기에 마음이 더 복잡하고 처참하다. 자기 비뚤어진 욕망이 정상적인 취급을 받는 사회, 또한 익명성을 활용할 방법과 기회를 귀신같이 알아서 그 익명성을 더 잔인하고 자극적인 자료의 유통에 이용하는 젊은 세대의 방식, 실제로는 충족되지 못할 그 욕구를 대리해주는 갓갓이니, 박사같은 존재가 그 방에서 영웅대접을 받고, 돈과 권력을 쥐는 방식, 그러나 실제로는약자를 착취하고 그 고통의 핏물에 빨대를 꽂아 길어올린 그 미친 돈과 권력의 도저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순환. 그리고 그 잔인함을 ‘남성성’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숭배하는 사회.

또한 너무 어린 시절부터 게임등 가상세계의 잔학성을 일상과 혼동하여 받아들이고, 고통에 대한 무감각을 일상으로 체득하는 방식에 익숙한 고통의 소비, 인간을 인간의 모습으로 인식할 겨를도 없이, 특히 여학생들은 오로지 외모와 몸과 성적 특성으로 평가되고, 재단되는 뿌리깊은 문화,

인격을 성숙할 여건도, 여지도, 어떠한 교육도 주어지지 않은 채 저소득층일 수록 부모에게서 방치되어, 혹은 고소득층의 자녀일지라도 비인간적인 학습 스케줄에 자기 자아를 끼워맞춰 살아왔기에 어떠한 도덕성이나 의식이라는 것이 싹틀 수 없는 꽉 막힌 구조... 이 모든 것들이 한데 뭉치고 비틀어 지고, 눌리고 터져서 전쟁중 잔혹한 성범죄를 방불케 하는 일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합당한 처벌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이런 수준에서, 이 수 많은 얽힌 문제들, 인간 자체를 길러내는 이 땅의 비뚤어진 풍토의 문제들까지 생각하다보면 더 끔찍하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groups/315267792606660/permalink/642393136560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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