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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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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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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2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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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산업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자주 비교된다.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기 전인 2019년에 한국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은 1,750만2,756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었다.

한국은 2012년에 1,114만28명으로 처음으로 방한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연후 2017년 1,333만5,758명, 2018년 1,534만6,879명 등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국경이 닫히면서 2020년에는 방한 외래 관광객이 251만9,118명, 올해는 8월까지 60만279명으로 급감했다.

경제는 소비로 묶인 거대한 공동체이다. 2019년만 해도 서울인구 983만명의 거의 두 배가 넘는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해서 호텔에서 자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관광을 즐기고 각종 물건을 구입해주니 이같이 고마운 일이 없다. 관광객은 씀씀이도 한국 거주민보다 많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거대한 소비 집단인 관광객이 사라지니 한국의 숙박, 항공, 요식, 관광업계 등이 직격탄을 맞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은 18세 이상 성인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70%에 도달하는 등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를 준비 중이지만 아직은 방문하기에 제약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흔하게 본다.

구체적으로 애기하자면 격리면제 신청절차와 지난 9월부터 새로 도입된 전자여행허가(K-ETA) 제도다.

최근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한국을 방문해야 했던 한 지인은 격리면제 신청에 따른 구비서류만 6, 7가지에 달하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여기에는 면제 신청서 양식 외에도 한국에서 받아야하는 가족관계 증명 제적등본과 함께 서약서, 격리면제 동의서, 예방접종 증명서, 여권, 항공권 사본 등을 제출하고 출국 72시간 전 PCR 검사를 하고 음성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이 지인은 서류들을 힘겹게 모아 외교부 ‘영사민원24’를 통해 온라인 격리면제 신청을 접수시켰는데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탑승 전날까지도 면제서 발급 통보를 받지 못했다. 이 지인은 결국 LA 총영사관에 찾아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통사정을 해서 겨우 격리면제를 받았다고 한다.

통상 한국에 도착해서, 또 미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한국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손쉽게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 PCR 검사 비용은 15만원~20만원 선이다. 예전에는 없었던 PCR 비용도 솔직히 많은 미주한인들에게는 재정적 부담이다.

한국의 방역 상황을 이해하고 최대한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입국과 격리면제 절차를 시행해야 할까,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본다.

미국은 현재 코로나 음성 확인서만 제출하면 입국이 가능하고 오는 11월 8일부터 코로나 음성 확인서에 추가로 백신접종 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미국은 연방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백신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백신까지 인정해주기로 했다.

최소한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 한해서는 백신접종 증명서를 인정해주면 안될까. 한국정부는 백신접종 증명서가 위조될 수 있고 미 연방정부가 아닌 각 주별로 발급되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파키스탄이나 필리핀, 방글라데시 같은 제3국 빈민국도 아닌 미국을 전 세계 모든 국가와 같은 카테고리에 넣는 발상 자체가 의문시된다. 미국은 요즘 백신이 차고 넘쳐 맘만 먹으면 무료 백신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위조 백신증명서를 갖고 한국에 가는 미주한인이 몇 명이나 될까. 솔직히 A급 백신인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맞는 미주한인들이 아무도 원치 않는 C급 시노백신을 맞는 중국인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것조차 불쾌하다.

한국 정부가 지난 9월부터 시행하는 전자여행허가 제도도 1만원 수수료를 내고 예외없이 의무적으로 받아야한다는 점에서 미주한인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온다. 미국도 유사한 사전입국승인 패스트트랙 절차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옵션이고 의무적이지 않다.

상황이 이러니 한 한인 여행사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복잡한 한국방문 절차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어르신은 “뭔 서류가 이렇게 많고 복잡한지 자식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젠 한국도 못가겠다”며 “항공료만 구입하면 무비자로 입국했던 예전이 그립다”고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요즘 가장 우울한 한국 공무원은 한국관광공사 공무원이라고 한다. 코로나 전에는 방문하고 여행갈 곳은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비싼 항공료를 부담하고 한국을 방문해주는 것만 해도 너무 고마웠는데 요즘은 더 비싸진 항공료 외에도 요구하는 서류와 절차가 너무 복잡해졌으니 말이다.

조만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전 세계는 다시 치열한 관광객 유치 ‘전쟁’에 나서게 되는데 한국의 정책이 과연 친관광·친여행자 정책인지 의문스럽다.

한국이 매사에 꼼꼼하고 전자정부 부문에서는 세계 최상위급이라고 하지만 우리말에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좋은 목적의 정책이라도 정책이 미칠 영향을 시민 입장에서 분석해보고 과도한 부담 전가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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