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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정치꾼들에게 농락 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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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정치꾼들에게 농락 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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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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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뉴스 1

교회가 정치꾼들에게 농락 당하는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아니 농락 당한기보다는 권력과 짝짝궁이란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기도하면서 죄를 짓고 있다는 어느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죄를 짓는 기도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교분리의 약속은 잊었던가. 윤씨가 교회에 와서 두 손을 모으든 물구나무 서기를 하든 그건 그의 자유고 내가 왈부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목사가 선거철에 찾아오는 정치인을 만나주고 사진 찍는 것도 허락했다면 그건 성격이 다르다. 그 사진 한 장이 이미 목사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영훈 목사가 깨어있는 교회 리더라면 윤씨의 면담 요청이 와도 거절했어야 한다. "지금은 선거철입니다. 후보님을 만나는 것 자체가 목사로서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교인들에게 잘못된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우리 교회도 윤 후보님에게 항상 열려 있습니다. 선거가 끝난 다음에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순수하게 신앙 때문에 찾아오신다면 언제든지 기쁨으로 맞이하겠습니다." 이런 말로 거절했다면 그는 정말 깨어있는 한국교회의 리더였을 것이다.

쪽 팔리지도 않는가. 세계 최대 교회라고 자부하는 순복음교회의 담임이 선거철 표 한 장이 아쉬워서 자기 정치적인 이익 때문에 찾아오는 윤씨를 만나주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군의 명예를 더럽히는 자들이 정치군인인 것처럼 교회의 본질를 흐리는 자들이 바로 이런 정치목사가 아니던가. 하긴 장례식장에서도 윤씨에게 안수하던 자들이니 어쩌면 상부상조하려는 목적일 것이다.

윤씨는 대형교회 목사들과 붙어먹음으로써 보수 기독교인들의 표를 얻게 되고 목사들은 유력 대선 후보와 붙어먹음으로서 자신이 보통 목사들과는 다른, 대선 후보들도 자기를 찾아온다는 상류층 목사라는 이미지와 맞바꾸어 서로 원하는 것을 얻는 듯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이해가 안된다. 대형교회 목사들이 뭔 떡고물을 바라고 정치꾼들과 붙어먹냐 말이다.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스포트라이트 받는 정치인 말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이 아무런 제약없이 당회장실에 드나들 수 있어야 진짜 목회자인 것이다. 더이상 올라갈 곳도, 이룰 것도 없는 최대규모 교회의 목사가 정치인들과의 만남이 자연스러운 것 자체가 문제다. 오히려 정치인들이 목사의 메시지에 불편함을 느껴야 성경을 제대로 전하는 설교자인 것이다.

성경에서 예언자들의 메시지는 늘 왕이나 정치인들에게는 불편한 것이었음을 잊지 말라. 정치인들에게 목사들의 메시지가 달달하게 들린다면 그건 이미 성경의 메시지를 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나단 선지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다윗 궁정의 제사장이나 선지자들의 메시지는 다윗과 그 귀족 신하들에겐 늘 달달하게 들렸다. 그들의 예배는 일종의 현대판 국가조찬기도회였을 것이다.

목사들이여,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거든

어디로 가야할지 길이 보이지 않거든

목회자로서의 소명을 잃었거든

이유불문하고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라.

지극히 작은 자와 함께하는 것이

목사가 해야 할 일이고

목사가 가야 할 길이고

목사가 가져야 할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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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범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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