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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을 넘어 무관심.. '오징어게임' 통해서 본 교회를 향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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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을 넘어 무관심.. '오징어게임' 통해서 본 교회를 향한 시선
  • 딴지 USA
  • 승인 2021.10.06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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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다보니 기독교인들도 각종 비평을 내놓는다. 반기독교적이라는 사람도 있고 기독교를 잘 모르다보니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들도 있다. 기독교를 너무 노골적으로 폄하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설정하여 기독교인들은 보기 불편하다고 하는 여론이 대부분이라는 기사도 있다.

소 머시기 목사는 설교에서 이렇게 말한다. “왜 이렇게 기독교에 대해 혐오적인 이미지를 조장하고 부정적으로 묘사하는지 분하기도 하고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인간 내면에 잠재된 욕망과 탐심, 생존 본능을 들추어내고자하는 의도라면, 왜 굳이 기독교인만을 특정하여 부정적인 모습으로 묘사하였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 아무리 창작의 자유를 존중한다 하더라도, 이 드라마는 반인간적이고 패륜적인 모습을 지나치게 표출시키고 말았습니다.”

글쎄다. 영화나 드라마를 본 후의 소감이나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오징어 게임에 대하여 설교에서 언급하면서도 스스로 본인은 오징어게임을 다 보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볼 시간도 없었다. 비서실에서 다운 받아준 영상을 부분적으로 보고 총체적인 이야기는 몇몇 부교역자들과 아들이 정리해 준 자료와 크리스천투데이 기자가 쓴 기사로 읽었다고 말한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대형교회 목사들이 설교를 준비하는 현주소임을 다시금 자인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1차 자료도 있고 본인이 시간 내서 직접 보고 해석을 내놔야지 카더라 하는 2차, 3차 자료들을 가지고 본인의 설교문을 완성했다는 것밖에 안되지 않는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대통령의 의중을 묻고 작성하는 연설담당 비서관이 있는 것처럼 설마 비서실에서도 담임목사의 설교문을 작성해서 올린다는 일부의 소문이 사실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자신이 직접 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해석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신은 드라마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아래 사람들이 그렇다더라고 하는 것을 설교로 말하니 황당했다. 다 보지도 않고 부교역자들이 준비해 준 것을 설교로 사용한다고 스스로 자백했기에 오히려 솔직하다고 칭찬해줘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기독교인들이 세상에 대해서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세상이 교회에 대하여, 기독교에 대하여 우호적이어야 한다는 바람이 너무 강력해서 당연한 권리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처음부터 기독교에 대하여 우호적이지 않았다. 천국 비밀이, 성경의 메시지가 세상으로 하여금 교회를 우호적으로 보게 하는 말씀이 아니다.

오징어 게임에서 설정된 기독교인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과장됐거나 반기독교적으로 묘사됐다고 보지 않는다. 벼랑 끝에 선 인간에게 신앙이 마치 저절로 어떤 고귀한 영웅의 모습이나 자기희생의 모습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죽으면 죽으리라고 하는 극소수의 참된 신앙인에게는 나타날지 모르지만 말이다.

우리는 늘 우리 자신이 그래도 괜찮은 존재라고, 그래도 꽤 괜찮은 죄인이라고 믿으며 산다. 그래서 세상도 그만큼 우리를 그렇게 대해줄거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작금의 기독교의 모습을 세상 사람들이 볼 때는 오히려 매우 냉철하게 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오징어 게임이 기독교를 악질적으로 묘사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냥 우리의 삶을 너무 리얼하게 잔인하게 드러내서 몹시 불편할 뿐이다. 즐거웠던 게임을 잔인한 삶을 드러내는 도구로 쓰였으니까 말이다.

기독교를 악의적으로 묘사한다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고민할 시간에 오늘날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의 본질을 구현해내고 있는가를 먼저 성찰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자훈련 말고 정말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어 있는가, 예수께서 가신 길을 따르는 삶을 살고 있는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살았는데 세상이 우리를 왜곡하고 폄하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세상에서 우리가 그리스도 때문에 당하는 고난이 아니던가.

극중에서 기독교를 그 정도로 묘사했다는 것에 오히려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감독이 그나마 기독교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정신 차려라, 너희들 진짜 모습이 바로 이런 거야”라고 경종을 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게 자신들이 보는 기독교인의 모습이라고 말이다.

비판을 받는다는 것은 그래도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사실 요즘 세상은 아예 교회를 비판의 대상이 아닌 무관심으로 치부한다. 관심을 가질만한 상대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만 마치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고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므로 그냥 우리 자신을 뼈를 깎는다는 각오로 스스로 돌아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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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범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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