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D.P., 병영문화 고발 넘어 '빨갱이 타령'의 폐해 지적해
상태바
D.P., 병영문화 고발 넘어 '빨갱이 타령'의 폐해 지적해
  • 딴지 USA
  • 승인 2021.09.07 0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력을 줄여야 합니다. 줄일 수 있습니다. 북한 하고만 싸우려면 지상전이니 떼가 많아야지요. 그러나 우리 안보를 전방위 안보로 생각한다면 떼로 안 됩니다. 사람 밥 먹이고 옷 입히고 막사짓고 하는데 들이는 것 보다 성능 좋은 무기 개발해야 합니다. 국방개혁이란 그런 것이지요.” - 노무현.

소련의 붕괴에 이은 냉전 종식 이후, 걸프전을 시작으로 세계 군사/안보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됐다. 특히 20세기 후반부터 인권이 강조되면서 더 이상 사람을 희생시켜가며 점령지에 깃발을 꽂는 방식의 전투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이 지론.

이후 벌어진 대다수의 전쟁, 전투는 제공권에 의해 결정됐다.

2000년대 초반, 노무현이 국방개혁2020을 부르짖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더이상 ‘떼거리’로 국방력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 실제로, 미국의 그린베레 팀 12명이 아프카니스탄의 테러군 5만명을 상대로 전투를 벌일 수 있었던 것도 각종 첨단 장비와 함께 공지합동작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병력이 얼마나 되는가는 과거 ‘적의 군사의 수가 5만이요 10만이요’ 하던 때에나 중요했지만 이제는 누가, 어떤 무기를 얼마나 갖고 있으며 이를 얼마나 잘 다룰줄 아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떼가 많다고 국방력이 높아지는 시대는, … 갔다.

“2003년 군번, 내가 쓰던 수통은 1943, US Army가 쓰던 거”

D.P. 가 방영된 후 각종 포털에 여러 의견들이 댓글로 오간다. 그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댓글. 04군번인 나 조차도 훈련받을 때 지급받았던 수통이 1954년도에 만들어진 거 였다. 아마도 2000년대까지 군생활 하던 사람들 대다수가 비슷한 상황이지 않았을까.

참고로, 군대에서 사용하는 수통은 내부 세척이 불가능한 구조다. 때문에 해마다 새것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수십년 동안 살아 숨시며 드글거리는 박테리아를 물을 마실 때마다 들이켜야 하는데, … (누구하나 이걸 문제삼지도,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D.P.를 통해 대중들에게 고발된, 우리 군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들의 주 원인에는, 소망도 꿈도 군과는 전혀 관련없는 사람들까지 모조리 모아다가, 막연한 애국심에 기대어 군생활을 하도록 강요한데에 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뜻도 생각도 없는 젊은이들을 군에 가둬둔다고 전투력이 상승하는 시대는, … 갔다.

지금도 여전히, 북한이라면 치를 떠는 분들이 계신 것으로 안다. 나의 아버지께서도 전쟁 중에 태어나셨고, 아버지를 잃어 평생 유복자의 삶을 사셨다. 과연 그 아픔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의식주 걱정없이 풍요롭게 살아왔던 우리들에겐 그세대의 고통을 이해하는 DNA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북한의 사정도, 남북의 관계도, 그리고 우리나라의 위상 또한 많이 달라졌다. 세계적인 상황, 추세도 변했다. D10에 이어 영미 공동체로 이뤄진 Five Eyes에서도 동북아 안보를 책임지는 국가로 한국이 지목되고 있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 되물을 수 있겠지만, 여전히 지구촌엔 헤게모니가 존재하고 이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다.

D.P. 는 단순히 우리네 병영문화에 대한 고발을 넘어, 공산당이 싫어요’를 필두로한 빨갱이 타령이 우리 군의 퇴화는 물론, 그동안 얼마나 많은 20대 젊은 청춘들의 삶을 갈아엎었는지 보여준 게 아닌가 생각했다. 이젠, … 생각도, 군을 운영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가기

By Jeahong Bryan Oh 특파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