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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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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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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0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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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밥도 먹고 했으니 이번엔 이번에 검찰이 초대박을 친 '강남 빌딩' 썰을 비판해보자. (물론 여기서 초대박이란, 그 사실이 공개되자 마자 양식 가진 모든 분들로부터 엄청난 비웃음을 샀다는 걸 말한 거다)

이거 뭐, 검찰이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 되는 느낌인데, 내가 검찰과 함께 망가지는 걸 감수하고 진지하게 검찰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해보려 한다.

이 사안에 대해 그나마 좀 전후관계를 설명하며 깐, 연합뉴스 기사를 한번 인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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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자메시지 대화는 정 교수의 남편인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임명된 이후인 2017년 7월 7일 이뤄졌다"

"당시 조 전 장관의 5촌조카 조범동씨로부터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가 운용하는 블루코어 펀드에 관해 설명을 들은 정 교수는 동생에게 문자메시지로 이를 다시 설명해줬다"

"이 과정에서 정 교수는 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을 사는 것', '나 따라다녀 봐', '길게 보고 앞으로 10년 벌어서 애들 독립시키고 남은 세월 잘 살고 싶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를 공개하면서 "조범동씨에게 펀드 투자 설명을 들은 뒤 수백억대의 강남 건물을 사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인데, 이는 이해 충돌의 방지를 위한 백지 신탁 등 통상의 간접투자로는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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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다짜고짜 한번 물어보자. 1억 가진 사람이 2억짜리 집을 사려는 꿈을 꾸면 그게 법률을 어기며 범죄를 저지를 동기인 건가? 혹은, 여유자금이 5천밖에 없는 사람이 외제 스포츠카를 살 꿈을 꾸면 어떤가? 지금 검찰이 정경심 교수에게 씌우고 있는 '강남 빌딩' 프레임이 딱 그렇다.

청문회 당시인 2019년 8월 당시 조국 부부의 재산은 총 56억원이었다. 즉 상당한 자산가였다. (물론 그 대부분은 부인 정경심 교수의 것으로, 역시 재력가였던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부분이 상당히 크다고 한다)

그러면, 정경심 교수가 언급한 '강남 건물'이란 얼마인가. 검찰은 그 건물 가격을 특정했는가? 안했다. 과한 욕심을 부렸다는 주장을 그나마라도 의미있게 하려면, 당연히 '그게 얼마 짜리라서 얼마나 무리였다', 라는 수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검찰은 그런 비교 수치를 전혀 제시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무리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재판부를 이성적으로 설득하는 대신, 감정을 자극해 손쉽게 '득점'을 하려 했다는 강력한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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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충(!) 검색해봤다. 강남의 빌딩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당연한 거 아닌가? 차 한대 사는 게 꿈이다, 라고 말할 때 차 가격은 얼마인가? 그 말만 들어서는 절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일단 대충 검색해보면,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는 것을 바로 눈치챌 수 있다. 높게는 수천억원대에서 낮게는 백억원대, 그 이하도 있다.

정경심 교수가 얼마짜리 혹은 어느 규모, 어느 위치의 강남 건물인지 전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상식적인 추정은 상한치보단 하한치에 가까울 것이라는 것이다. '내 꿈은 아파트를 사는 것이다' 라고 했을 때, 통상적으로 그 아파트가 강남 무슨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일 리가 있는가? 해당 지역 아파트들중 아주 저렴한 가격대의 물건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개연성이 훨씬 높다.

이런 배경 아래, 우리는 간단히 이 추정치를 100억원대 건물, 이라고 간주해도 된다. 그런데 앞서 썼다시피, 정경심 교수의 재산이 대부분인 조국 전 장관 부부의 재산은 50억원이 넘는다. 재산이 5천만원인 사람에게 꿈이 1억원대라도 그리 과한 꿈일 리가 없듯이, 정교수의 입장에서 '강남 건물'은 그렇게 이루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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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이게 사모펀드인 블루펀드 투자 바로 근처의 일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검찰은 논리를 거꾸로 뒤집어, 사모펀드로는 그런 고수익을 노릴 수 없는데 비정상적인 투자를 미리 계획한 것이라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봐서 그게 비정상적인 고수익 희망일 수는 있다. 그런데, 당시 정경심 교수는 사모펀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조범동의 사기에 가까운 '영업'에 넘어간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야만 한다.

한국증권 PB직원인 김경록차장의 두차례 인터뷰 기록에서 자세히 설명했듯이, 원래 정교수와 김차장은 단순히 백지신탁을 위한 단순 수단의 목적으로 사모펀드라는 방식을 고려했었다. 평소의 하이리스크 투자 성향에서처럼, 기왕이면 수익률이 높기를 바란 것도 물론 있다. 그런데 애초엔 김차장이 소속사인 한국증권 등 제도권에서 방법을 찾아주려고 하는 동안, 정교수가 조범동의 영업에 홀딱 넘어가서 코링크에 무게를 실으면서 코링크를 알아봐달라고 한 것이다.

이 당시 김차장의 입장도 스스로 소상히 밝힌 바 있는데, '경쟁자'인 조범동이 자신과 달리 시댁 일가라는 상황에 스스로 한계를 느껴 만류하지 못했다고 했다. 코링크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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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 너무나 뻔하지 않은가. 딱 사기 투자 권유의 전형적인 공식이 떠오른다. 예를 들면 기획부동산 같은. 상식적으로 기대 수익이 그렇게 높을 수가 절대 없음에도, 특정 지역 부동산 시세와 개발계획에 전혀 문외한일 수밖에 없는 일반인의 상황을 악용해 쓰레기 땅을 갈갈이 찢어 자투리로 만들어 비싸게 팔아먹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정교수는, 사모펀드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김차장으로부터 매우 원론적인 설명 정도만 듣고 알아보다가, 사기꾼에 가까운 조범동에게 낚인 것이다. 조범동이 얼마나 감언이설을 늘어놓으며 영업을 했을지, 투자사기 상황에 직접이든 간접이든 처해본 사람이라면 아찔함부터 느낄 것이다. 그 상황에서 자신에게 경고음을 내줄 수 있었던 유일한 조언자, 김차장마저 '일가의 벽'에 부딛혀 스스로 물러서버리고 만류하지 않은 것이다. 파국은 그때부터 예정된 것이다.

상황 정리가 되시는가. 정교수는 무방비 상태로 사모펀드의 장밋빛 고수익 전망에 홀딱 넘어가 있었다. 조범동이 늘어놨을 수익 전망 모델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가깝다는 것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니 동생에게 그런 문자를 보낸 것이다. 10년 후에 강남 건물을 사고 싶다고. 당장 그 전후의 메시지 내용들이, 안타깝게도 투자사기에 홀딱 빠진 전형적인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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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당시 정교수가 코링크 펀드 투자로 대단한 고수익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전혀 정교수의 불법 수단 동원 의지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사실 조범동도 함께 수사한 검사들은, 당연히 이런 정황을 알 수밖에 없었다. 아마 정교수로부터 압수한 방대한 통신자료, 또 녹취록 등에는, 검찰이 일부러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이렇게 일방적으로 속아넘어간 것을 방증하는 여러 대목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검사들이 그걸 스스로 내놓을 리가 없는 것이다.

지금 궁금한 것은, 다음 공판에서 이 부분에 대해 반박을 내놓을 변호인단이, 검찰이 움켜쥐고 최대한 내놓지 않으려 하고 있는 방대한 수사 자료들 중에서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정황증거를 찾아냈을지 여부다. 바로 얼마전 공판준비기일에도, 검찰은 정교수의 과거 기억을 되돌리는 것을 도와줄 피씨 데이터들을 악을 쓰며 내놓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복사본이라도 좀 달라고 했는데도, 재판부의 강력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검토해보겠다고만 했었다.

사실 이 '강남 건물' 건만 해도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구체성 있는 의혹 제기조차도 아닌 막 던지기라는 것을 뻔히 알 수 있는 문제라서 그리 크리티컬 하진 않겠지만, 다른 문제들에 대한 항변 과정에서는 검찰이 가져간 자료가 꼭 필요한 경우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재판부는, 검찰의 이런 방어권 행사 방해 시도를 강력하게 제지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주시라. 간곡히 부탁드린다.

p.s.
자러가려던 참에, 어제 저녁 김칠준 변호사의 인터뷰 동영상을 봤다. 위에서 우려했는데, 다행히도 어제 공판에서, 컴퓨터 이미징 파일에 대한 열람 등사 신청을 법원에서 인용해주었다고 한다. 상식에 입각한 판단을 내려주고 있는 재판부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정교수 보석만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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