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올해의 입시 트렌드가 되어버린 세특
상태바
올해의 입시 트렌드가 되어버린 세특
  • 딴지 USA
  • 승인 2021.08.27 0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의 입시 트랜드는 세특이다. 어느 미친놈이 떠들었는지(정확히는 모대학의 입학처장이다) 학부모들이 온통 세특, 세특하면서 문의해온다. “아, 안해도 돼요. 내신을 뛰어넘는 세특은 없어요.”라고 해도 다들 세특, 세특이다. 훈령에 의하면 세특에는 개인이 자율적으로 탐구활동한 보고서도 적으면 안된다. 독서 감상문도 안된다. 심지어는 학생이 연구한 과정도 적으면 안된다.(과목 교사가 관찰할 수 없으므로) 세특에 기록될 수 있는 것은 과목 선생님이 직접 가르치고, 과제를 내 준 것 외에는 어떤 것도 적을 수 없다. 그러니 대부분의 학교에서 적은 세특 내용은 불법이다. 4년형은 족히 될만한 불법이다. 하지만 적법하게 적은 세특 내용을 보고 학부모들은 ‘밋밋하다. 성의가 없다’ 식으로 학교 선생님을 깔아뭉갠다. 생기부에 적을 내용이 확 줄어든 올해는 다른 걸로 상담할 꺼리가 없는 컨설턴트들도 가장 분량이 많은 세특이 가장 좋은 먹잇감이라, 세특이 부족하네 어쩌네 선동을 한다.

오늘도 ‘세특’ 상담을 하다가 진이 빠졌다. 훈령에 맞지 않는다고 빼라고 했더니 한 학부모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다 괜찮다는데, 왜 너만 안된다고 하냐는 식이다. 어쩌다 내가 사이비 입시전문가가 된 느낌이다.

그러다 이 새벽 문득, 부산대 의전원 기사를 보았다. 실력에 맞게 들어갔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요강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입학을 취소한다는 내용이다. 그 기사에 어떤 이는 진영논리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외친다...... 아, 이 사람들아. 실력에 맞게 들어갔으면 그냥 놔줘. 아님 처음부터 일일이 찾아내서 불합격을 때리든가. 이렇게 따지면 90%도 아니고 100% 전원 입학취소야. 장담컨대 100% 입학취소라구. 100% 입학취소 안 시키면 그게 진영논리야. 내가 올해는 한 500명 상담했는데 그 학생들이 다 입학취소야. 장담할 수 있어. 어떻게든 대학에 잘 보이겠다는 이 눈물겨운 노력들을 좀 봐줘. 누구처럼 자격이 안되는데도 면접보고, 허가도 없이 연구실 사용하고 그런 것도 아니잖아.

입시를 몰라서, 그래서 겁주니까 주섬주섬 표창장, 인턴활동 다 긁어모아서, 합격에 전혀 상관도 없는 것들을 눈물겹게 긁어보아서 제출한 아비어미의 심정을 좀 봐줘. 그거 제출 안했으면 오히려 더 떳떳하게 합격했을 것을, 눈먼 어미어미의 심정을 봐줘. 인턴활동 안한 것도 아니잖아. 봉사활동 안한 것도 아니잖아.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내려고 한걸 사문서 위조도 아니고 ‘업무방해’로 중형을 때리려고 작심하고 달려든 너희 검찰들아. 좀 봐줘라. 나도 이젠 너희들이 무섭다. 내 40년전 고등학교 시절 조퇴증이 어떻게 발급되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내가 니들 눈밖에 나면 내 대학 학력도 취소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잘못했어. 그러니 제발 내 40년전 조퇴증을 찾으러 가택수색하고 수십 곳을 압수수색하고 내 친구 협박하고 그러지 말아줘. 정말 무서워. 늙은 노모를 모시고 동종범죄의 이력도 없으니 정상참작하여 한 2년형 이하로만 때려줘. 니들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 이 나쁜 자식들아.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가기

By 김호창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