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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검찰 하극상: 그러는 당신은 검사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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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검찰 하극상: 그러는 당신은 검사가 맞나?
  • 딴지 USA
  • 승인 2020.01.2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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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부터 ‘심재철’이라는 이름이 오르내리길래 서울역 회군의 주연 변절자이자 국회에서 야동을 보는 것으로 유명한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무슨 사고를 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심재철 반부패부장(검사장급) 관련한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니 사고를 치기는 쳤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불교계에 설 선물로 육포세트를 보냈다가 뒤늦게 회수하는 소동을 벌였다고 하니….

그 당은 늘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로는 웃기지만 웃음보다 더 강한 것은 씁쓸함이다.

2.
어째든 심재철 검사장이 오늘 뉴스의 주인공이 된 이유는 상가집에서 후배 검사 양석조에게 모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심재철이 후배에게 모욕을 당한 이유는 유재수 건 관련해서 ‘조국이 무혐의’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 간부급 회의에서는 각자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이고, 심재철의 의견은 그 위에 윤석열 총장에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사실 여기까지는 문제가 될 것 없는 일들이다. 의견을 내고 받아 들이지 않은 흔히 발생하는 모습이니까 말이다.

3.
그런데 직급도 후배, 기수도 후배, 나이도 후배인 양석조가 대놓고 선배 검사를 모욕을 하고 항명을 한 것은 현재 검찰조직의 총체적 난국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건 머, 당나라 검찰도 아니고…

우선 송경호 차장검사가 바람을 잡았다.

“당신이 정권에 기여한 부분이 있겠지만, 우리도 사심 없이 사선을 넘나들며 수사했다, 우리는 아무런 방향성 없이 수사했다”

그리고 윤석열이 화장실에 간다고 자리를 비우자 양석조가 본격적으로 터뜨렸다. 양석조의 정확한 워딩은 다음과 같았다.

“조국 전 장관이 왜 무죄인지 설명해보라, 그러고도 심재철, 네가 검사냐?”

참고로 이 사단을 일으킨 송경호나 양석조나 모두 윤석열 측근이다.

4.
과거에 상가집에서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하는 검사새끼나 그것을 뻔히 구경만 하고 있던 검사새끼들이 있었던 이유는 검찰 특유의 전통이자 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검사동일체의 원칙’과 이에 따른 ‘상명하복’의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선배는 성추행을 해도 되고, 그것을 바라만 보는 것이 법과 정의보다 우선한 그들만의 원칙이었다.

그런데 헌법보다 더 중요한 검찰의 기수문화와 상명하복의 원칙을 깨고 후배가 선배에게 대놓고 항명을 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더 놓은 기수의 누군가 그렇게 시켰으니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 하극상을 시킨 사람은 윤석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나는 추측한다. 왜 하필 윤석열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그런 사단이 났을까?

겁나게 유치한 시나리오 아닌가? '내가 자리를 뜨면 행동을 개시하라'도 아니고…

“저 놈은 배신자이니 기수 열외를 시켜라”라는 지시가 있었을 것이다. 이는 임은정 검사가 조직에서 지금까지 당해왔던 일이기도 하다.

5.
어쩌면 양석조는 곧 있을 인사에 낙마할 가능성이 높고 혹은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나가기 전에 한번 들이박고 조직의 영웅이 되는 아름다운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떻하나? 그렇게 하고 나가도 이제는 전관예우를 받기 힘들텐데….

혹은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지만) 그야말로 술주정일수도 있다. 하지만 액면그대로의 술주정일경우 귀싸대기를 맞아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또 검사들의 기수문화 아닌가?

6.
재미있는 것은 상가집에서 발생한 이 술주정을 빙자한 항명사태가 일요일 저녁과 월요일 아침의 핫뉴스가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기사의 의도는 추미애 장관 인사에 대한 검찰조직의 반발이 이 정도로 심하다는 것을 알리면서 검찰인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한 취지인데 국민들은 ‘검찰 공무원들은 이렇게 하극상을 해도 되나? 모두 징계 해야지’라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또한 기자들은 그 상가집에 직접 가서 우연히 현장을 목격하고 취재를 했을까? 그 심야에 우연히 해당 상가집에 가서 그런 상황을 목격해서 취재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7.
언급하기도 싫은 인간이지만 요즘 다크포스를 제대로 풍기면서 본인의 가야할 길을 비로소 찾아낸 진중권의 논평도 정말 웃기긴 하다. 공수처 수사 1호로 심재철 검사장을 수사해야 한다고 난리법석을 떨고있나 보다.

진중권은 공수처법안을 반대한 것으로 아는데 공수처 1호대상을 본인이 지목하는 것은 또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 여튼 관심주기 싫지만 재미있는 사람이다.

8.
심재철 검사의 대응은 썩 괜찮았다.

그는 빈소를 떠나면서 후배 검사들에게 “내가 도망치듯이 떠났다는 말 한 줄을 (언론에) 내려고 가라고 하는 것이냐? 내일 이 일이 기사가 난다면 이 일이 계획적으로 의도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 목격자가 전했다. 40여 명의 검사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적어도 심재철은 해당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실수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정확하게 남긴 것이다. (이 부분은 특이하게도 동아일보에서 뒷부분까지 보도해서 알려진 내용이다)

9.
법무부에서는 공식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다.

[대검 간부 상갓집 추태 관련 법무부 알림]

○ 대검의 핵심 간부들이 1월 18일 심야에 예의를 지켜야 할 엄숙한 장례식장에서, 일반인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하여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법무검찰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장관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 그동안 여러 차례 검사들이 장례식장에서 보여 왔던 각종 불미스러운 일들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더구나 여러 명의 검찰 간부들이 심야에 이런 일을 야기한 사실이 개탄스럽습니다.

○ 법무부는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의 잘못된 조직문화를 바꾸고 공직기강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0.
법무부의 사과메시지를 보면서 내가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한 마디로 검찰개혁에 저항하고 검찰을 사조직으로 생각하는 윤석열 총장 이하 그 잔당들은 아직도 국민적 열망과 본인들이 처해있는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고 인사권자들의 명분을 쌓아주는 일들을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진짜 바보들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명분이 쌓이면 그들은 (조국처럼) 검찰개혁의 불쏘시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불나방이 될 것이다. 스스로 정체성을 들어낸다면 인사권자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고위간부 아래의 검찰조직도를 잘 모르는 국민들 입장에서도 피아식별의 구분이 쉬워지니 당연히 고마운 일이다.

11.
강남일 문자, 김웅 헛소리, 송경호 바람잡이, 양석조 항명 등등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검찰조직과 너무 다른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결국 그들이 70년간 소중한 가치로 생각해왔다는 원칙도 자신들의 이익(개혁법안, 인사 등)앞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그들은 어떤 철학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사기업은 물론이고 일반 공무원들의 기강해이 측면에서 봐도 징계를 받아야 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검찰개혁이 한걸음씩 나아갈수록 우리는 그들의 본 모습을 여과없이 더 보게 될 것이다. 더 망가지기 전에 내부에서의 개혁의 목소리가 더 높아지기를 바란다. 그들이 진짜 자존심이 있다면 말이다.

마지막으로 양석조 검사에게 나도 한 마디 하고 싶다.

“유재수 건이 수사상으로는 별 볼일 없다는 것은 이제 국민들도 다 알게 되었는데 왜 유죄인지는 당신들이 재판과정에서 입증해야지 왜 선배 검사에게 술 마시고 하극상을 하고 술주정을 하는가? 그러는 당신은 검사가 맞나?”

 

출처:https://www.facebook.com/dooil.kim/posts/10216337748579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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