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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과 검찰, 질서의 전복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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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과 검찰, 질서의 전복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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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1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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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로 전국시대 7국을 정복하고 통일된 국가를 이룩한 시황제에 의해 등용된 환관으로 ‘조고’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당시의 질서이자 통치의 룰은, 진시황이 보여주듯, 주변 제후국을 무력으로 정복하는 용기를 보여준 사람이 왕위 또는 황위에 오르고, 원칙적으로는 장남이, 여의치 않을 경우 황제가 지정하는 혈육이 황위를 계승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형사법에 능하다는 이유로 시황제에 의해 관리로 임명된 조고는 전국 통일에 공훈이 있을 뿐만 아니라 환관들의 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장군 몽염과 태자 부소에게 진시황 명의의 가짜 편지를 보내 자살하도록 하거나 처형하였고, 승상 이사도 갖은 모함을 씌워 사형시키고, 어리석은 차남 호해를 새로운 황제로 옹립하는 공작을 펼쳐 즉위하도록 하는 등 질서를 전복하고, 자신의 지위 강화를 위해 황족과 선비 수만 명을 학살하며, ‘지록위마’라고 알려진 유명한 일화를 통해 자신의 권력이 황제의 권력 위에 있음을 만천하에 과시하다가 결국 황제 호해마저도 암살하고 맙니다.

물론, 이렇게 장악한 환관 조고의 권력은 민심의 응원을 받은 부소의 아들 자영공자에 의해 진압됩니다.

조고는 칼을 휘둘러 부소, 몽염, 이사, 황제 호해 등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암살하거나 처형하면 세상이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민심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면의 룰인, 권력은 질서에 의해 부여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잊지 않았고, 모함으로 처형당한 사람의 억울함을 잊지 않았습니다.

당시의 질서란, 스스로의 힘으로 다른 국가를 정복하고, 그러한 힘을 가진 사람이나 그 사람이 지정한 승계자가 관리를 임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란이나 음모나 공작에 의한 권력 장악은 응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그 당시에도 엄연한 사실이었습니다.

결국, 조고는 삼세 황제로 취임한 자영에게 살해당하였고, 조고로부터 단물을 뽑아먹던 환관 친구들 외에는 아무도 조고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길지 않은 대한민국의 헌정사를 돌이켜보면, 질서에 따라 선출된 권력이 검찰의 칼을 이용하여 반대파를 숙청한 불행한 과거를 무수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치 진시황이 조고를 이용하여 분서갱유 등 언론 탄압을 성공적으로 시도한 시기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고(헌법 제1조 제2항), 선거에 의해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대의기관이 승인한 법률에 의하여 룰을 결정하며(헌법 제40조, 52조), 공무원은 대의기관인 대통령이 임면(헌법 제78조)하는 질서에 의하여 통치됩니다.

즉, 검찰은 환관 조고와 마찬가지로 정책을 결정하거나 공무원을 임면할 권한이 없습니다. 단지, 결정된 정책을 해당 분야에 한하여 집행할 수만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아직 그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은 사례가 곳곳에서 확인됩니다.

증거도 없는 사건에서 ‘논두렁 시계 발언’ 등 출처와 근거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고의적으로 유통시켜, 검찰의 권한이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를 시행하려고 했던 최초의 대통령을, 마치 조고가 지혜로운 태자 부소로 하여금 자결하도록 했듯이 서거하도록 만든 바 있습니다.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검찰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취임한 법무부장관에 대하여 150만건 이상의 기사를 유통시키고, 4개월 이상 사택, 사무실, 가족 등 100회가 넘는 압수수색을 벌이는 방법으로 전력도 투입하고, 반칙도 거듭했지만, 원래 호언장담했던 주식 관련 부정축재 혐의는 확인하지 못한 채 표창장 한 장을 여러 번 기소하고, 외국 대학교 쪽지시험에서 도움을 주었다는 혐의 등 양형기준상으로도 벌금형으로 권고되는 별건 죄만 곁가지 식으로 기소하는 부실한 결과만을 보인 바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질서 아래에서는 그러한 옹졸한 수사 결과와, 그간 수사를 받은 분들의 인권침해에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마땅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처음에는 전 법무부장관이 주식 관련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가설을 세우고 전력을 다 해 수사를 해 보았지만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불기소결정을 하고, 그간 수사받느라 마음의 상처를 입은 장관과 그 가족들에게 사죄의 의사를 표시한다”고 표명함으로써 과오를 바로잡는 것이 법치국가의 공직자로서의 자세라고 할 것인데, 그러한 공개적 의사 표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초라한 결과에 대한 민심의 방향은 압도적 공수처 설치 찬성으로 나타났고, 결국 의결까지 이끌어 냈습니다.

마치 조고가 직접 황제로 취임하려고 했을 때 환관 친구들 외에는 아무도 호응하지 않았던 때를 연상시킵니다.

질서에 대한 권한 없는 전복은 민심을 얻을 수 없고, 그러한 시도는, 본래 질서에 의하여 권한이 부여된 주체에 의하여 정리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리당하는 객체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무거울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고 노회찬 의원님의 명언이 떠오릅니다.

“모기가 반대한다고 에프킬라 안 뿌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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