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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운명과 촛불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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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운명과 촛불 십자가
  • 딴지 USA
  • 승인 2021.06.08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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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운명》

나는 정치인의 글은 읽지 않고, 이른바 ‘베스트셀러’는 그 소문이 지나갈 때를 기다린다. 그런데, 조국도 정치인 범주에 포함되는가, 되지 않는가, 모르겠는데, 『조국의 시간』 출간 예고와 함께 이미 베스트셀러로 ‘떴다’는 글을 보자, 곧, 읍내 서점으로 나가, 주문했다. 아직 책은 오지 않고 있고, 이 시골 서점에 언제 차례가 올까 알 수 없지만, 즐길 게 도무지 없던 판국에,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 무한 지연을 즐기고 있다.

이 시간까지 내가 읽은 것은 인터넷 서점에서 가능한 ‘미리보기’의 처음 30쪽 정도지만, 그 30쪽에 새겨져 있는 그의 금강(金剛) 언어를 읽어내는 것마저 내게는 버거웠다. 때로 목이 멨고, 때로 눈시울이 달아올랐다. 치가 떨리기도 했다.

(읽은 이들 말씀으로, 그 첫 부분을 지난 다음에는 읽기, 그다지 버겁지 않다, 하는데) 언젠가는 책이 내 손에 쥐어질 것이지만, 그때 나는 나의 독후 소감을 타인에게 전하려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페이스북에서 이미 읽은 독후 소감들보다 더 나은 소감을 표명할 능력이 나에게 없다 믿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강미숙최동석, 두 분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조국의 시간』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듯하여, 두 분의 이름에 파란 표시를 해두었다. 아직 읽지 않았다면, 한 차례 들려봐도 좋을 듯하다. 그 글은 이 시간 현재, 두 분의 담벼락 두번째와 첫번째에 있다.)

*

우리의 죄악에는 너와 나의 이분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 김용옥교수의 <양심선언( 1986-4-8) 한 대목이다. 가톨릭 신자인 내가 ‘냉담자’가 된 주요 이유 셋 가운데 하나는, 미사 때마다 되풀이되는 ‘통회의 기도’ 때문이었다. 한 주일 내내 양심에 켕기는 짓을 해놓고는 일요일마다 성당에 가서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하고 가슴을 두드리며 바치는 ‘통회’. 세상을 속이던 그 방법으로 신을 속이려 드는 듯했다. 나는 성당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일상의 모든 면모에서, 우리는 제도적으로, 관습적으로, 양심의 죄를 지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실존적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의로운 척하는 것은 여간 뻔뻔한 짓이 아닐 듯하다. 그런데 대개는 이른바 내로남불, 자신만은 마냥 정의로운 척하는 쪽이 된다. 나 빼놓고, 모조리 죽일 놈들! 그런 것. 그러기에 조국이 되풀이하고 있는 ‘무한 사과’, 고귀하게 아름답다. 걸치고 있는 옷 빛깔과 관계없이, 민중의 적들이 요구할 때마다, 사과, 사과, 사과, 되풀이하시라. 정치하지 않겠다, 또는 단지 가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 하는 금 긋기도 상관없다.

그러나 조국교수에게, 그리고 그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에게, 말씀 올리고 싶다. 서초동에 장엄한, 실로 세계사적인 것일, 그 촛불 십자가가 만들어졌을 때, 조국이라는 존재는 이미, 조국 개인의 것이 아니라, 대중의 의지에 귀속되었다. 자기가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후보의 유세장에마저 가지 않으려 할 만큼, 對정치 염결성을 고집하던 문재인이 마침내 열혈 정치인으로 변신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문재인의 운명이었다면, 대중의 목타는 부름을 거역할 수 없게 된 그것이, 조국의 운명이라 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만성 식곤증에 시달리고 있는, 저 거대한 NATO(No Action, Talk Only) 군단, 민주당의 집요하게 파렴치한 배임 덕분에, 우리는 어쩌면 문재인 이후, 적치(敵治)를 각오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게 될 경우,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누구나 짐작해볼 수는 있을 듯하다. 그야말로 엄혹한 현실, 이 그지없이 척박한 시대에, 희망의 한 톨 씨앗이 될 수 있다면, 어찌 그 역할을 마다할 수 있으랴! 오늘 따가운 햇살 아래 밭일하고 있는 동안, 내 마음에서 산만하게 오며 가며 정리된 소견으로는 그렇다. (내가 요즘 생각해보고 있는 것은, 문재인 이후, 배신에 대한 칙칙한 불안감 없이, 우리가 의지해도 엉뚱한 뒷탈이 없을, 시대적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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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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