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내 뜻이 문재인의 뜻이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많지만..
상태바
“내 뜻이 문재인의 뜻이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많지만..
  • 딴지 USA
  • 승인 2021.05.11 0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뜻이 문재인의 뜻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누가 친문인지도 따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정작 문재인의 뜻이 무엇인지, 문재인의 메시지를 분석해 따져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검찰개혁”과 관련된 문재인의 뜻을, 오늘 있었던 문재인의 연설과 언론 질의응답을 중심으로 살펴볼까 합니다.

먼저 문재인의 연설 전문을 링크합니다.

-----

[文대통령 취임4주년 특별연설 전문] “올해 11년 만에 4% 이상 경제성장률 달성”

http://polinews.co.kr/news/article.html?no=488410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남은 임기 1년 국정수행과 관련해 ▲코로나 극복 ▲4% 경제성상률 달성 ▲부동산부패 척결 ▲K-뉴딜 통한 선도형 경제 전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추진 ▲탄소중립 로드맵 마련 등에 대해 헌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전문]

----

문재인의 연설 개요를 살펴보면, 문재인이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점적 추진사항이 다음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코로나 극복

▲4% 경제성장률 달성

▲부동산부패 척결

▲K-뉴딜 통한 선도형 경제 전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추진

▲탄소중립 로드맵 마련

잘 보시면, 검찰개혁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중요한 추진정책에 검찰개혁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럼 검찰개혁이 더 이상 필요없기 때문에 문재인이 이런 태도를 보인 걸까요? 문재인은 지금의 검찰개혁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이 부분은 질의응답에 등장합니다. 아래 인용합니다.

----

[일문일답]문재인 대통령 취임4주년 특별연설

http://www.inews24.com/view/1365612

-취임 이후 4년 동안 검찰 제도 개혁에 많은 역량을 쏟아오셨는데 성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제도 개혁 문제와는 별개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 대통령께서 현 정권에 관련된 수사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라든지, 월성원전 사건이라든지, 이런 사건들에 대해서 성역 없이 살아 있는 권력이라도 봐주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김오수 후보자에게 공개적으로 지시하실 의향은 없나.

▲ 문 대통령 : 검찰 개혁 부분은 우리 형사 사법체계가 만들어진 이후 수십 년 동안 추진되어 왔던 과제들에 대해서 우리 정부 하에서 드디어 아주 중대한 개혁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다 완결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가닥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 잡힌 방향을 안착시켜 나가면서 더 완전한 그런 개혁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법무부 차관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한다는 것은 저는 잘 납득이 안 간다. 법무부는 알다시피 대검 검사급들이 법무부 차관, 대검 차장, 각급 고등검사장, 이런 자리를 서로 순회하면서 맡고 있고, 어느 자리든 현 정부에서 임명된 자리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 가운데 법무부 차관으로 적합하다고 해서 임명되었을 뿐인데, 그렇다는 이유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은 과도한 생각이라 생각한다. 그 외에도 우리가 청와대에서 많은 공직자, 부처에서 많은 공직자들을 파견 받아서 비서관, 비서실을 운용하고 있다. 그분들도 모두 그 부처에서는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누가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냐라는 관점에서 발탁한 것이지, 인간적인 친소관계라든지 정치적 성향이라든지 이런 것을 전혀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 정부의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만 가지고 정부가 바뀌었을 때 그 부분의 정치적 성향을 의심한다든지 이렇게 한다는 것은 정말로 우리 인재에 대해서 크게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대통령도 그렇다. 대통령 지금 정당 소속이긴 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정당 소속이라는 것하고 선거를 엄정, 중립적으로 관리한다는 것하고는 전혀 차원이 다르지 않나.

아까 정치적 의혹 사건들에 대해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엄정하게 수사를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 점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아까 원전 수사 등 여러 가지 수사를 보더라도 이제 검찰은 별로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 것 같다.

-----

매우 중요한 부분이므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 언급에 따르면, 문재인의 검찰개혁에 대한 시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중대한 개혁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적어도 아주 중요한 가닥을 잡았다.

2. 다 완결된 것은 아니다.

3. 이미 잡힌 방향을 안착시켜 나가면서 더 완전한 개혁으로 나가야 한다.

4.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수사할 것이고, 검찰이 더 이상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다.

그러니까 문재인의 생각은 이런 겁니다.

첫째, 검찰개혁의 큰 틀은 이미 이루어졌습니다. 문재인은 이 정권하에서 검찰개혁이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둘째, 문재인이 생각하는 이후의 개혁 방향은 “이미 잡힌 방향을 안착“시키는 것입니다. 지금 완성된 검찰개혁의 틀을 유지하면서, 이를 안착시키는 것이 문재인이 생각하는 “완전한 개혁”입니다.

셋째, 문재인은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적어도 더 이상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걸 보면서, 역시 문재인은 검찰개혁의 방향을 흔들리지 않고 정확하게 방향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찰개혁의 목적은 검찰의 권한을 박탈하는 것이 아닙니다. 검찰을 포함하여 국가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견제하는 기관들의 구조를 만들고, 그들 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검찰에게 1차 수사권을 없애는 것은 검찰개혁의 목표가 아니라 수단에 불과합니다. 검찰은 다른 수사기관들의 수사권을 견제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에게 보충적 수사에 대해 주도권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수처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주는 겁니다. 공수처가 경찰 - 검찰 등을 견제하는 기관으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공수처를 그렇게 구성한 것입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무조건 분리하는 것이 절대 선이라는 시각에서는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도 검찰의 1차 수사권을 모두 삭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지금 검찰개혁의 방향은 그렇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제 저는 오히려 검찰의 2차적 수사권을 실질화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견제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진행되면 경찰이 너무 비대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정말 중요한 것은, 현재 만들어진 공수처 - 검찰 - 경찰의 구조, 그리고 경찰 내부에서도 국가수사본부 - 자치경찰 - 특별경찰의 각자 역할과 견제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미 잡힌 방향을 안착”시키는 것이 이제 최고의 과제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공수처와 검찰 사이에 수사 관할에 대한 충돌이 있는 것을 다들 아실 겁니다. 보도도 여러차례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누가 수사관할을 결정할지에 대한 규정이 필요합니다.

지금 실무에서는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 검찰이 수사하는 사건이 혼재되어 있고, 경찰이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하는 경우와 “송치하지 않는 경우”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변호사, 검사들도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이걸 빨리 정리해야 합니다. 이 상황에서 자치경찰제까지 시행되면 혼란은 훨씬 더 가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정리하고 만들어진 기관들의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도록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일은 더 이상 정치적인 이슈도 아닙니다. 실무 담당자들이 실무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규정과 관행을 만들고 다듬어야 합니다. 행정부의 영역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검찰개혁이 민생의 문제인 이유가 이것입니다. 검찰개혁은 “범털”들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한 겁니다. 검찰개혁의 큰 틀이 완성된 것은 문재인 정권의 중요한 공적이지만, 이 공적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그 틀이 안착되어야 합니다. 문재인은 이 부분을 정확히 짚었습니다.

사실 제가 알고 있기로 이것이 그동안 문재인의 확고한 의지였습니다. 문재인은 검찰개혁이 특정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검찰개혁 = 윤석열 개혁 취급 받는 상황을 타개하고 싶어했습니다. 또한 이것이 검찰개혁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89499...

검찰개혁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방향은 바로잡혀야 합니다. 검찰개혁에 대한 문재인의 의지가 무엇인지, 이번 연설과 인터뷰로 분명히 확인되었다고 봅니다.

더 이상 이 주제가 정치적으로 소비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가기

By Pilsung Kim 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