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마이크 하나로 미국을 정복했던 추악한 ‘러시 림바우'
상태바
마이크 하나로 미국을 정복했던 추악한 ‘러시 림바우'
  • 딴지 USA
  • 승인 2021.02.25 04: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읽을거리 34.

1.

‘러시 림바우(Rush Limbaugh)'가 죽었다. 그가 폐암이란 진단을 받은 것은 꼭 일 년 전이다. 그가 오래 살지 못한다는 사실에 가장 당황한 사람은 트럼프였다. 2016년 선거에서도 그랬지만 림바우의 방송청취자들의 숫자를 믿고서 재선을 확신하는 트럼프였다. 폐암이 말기라지만 일 년은 버틴다는 의견이 많았다. (2020년)2월4일 트럼프는 신년연설(State of the Union)을 하는 연방의사당으로 그를 초청해서 대통령 자유훈장을 수여했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도 림바우는 트럼프 선거를 위해서 일 년 내내 라디오방송의 마이크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선거에서 패했지만 트럼프는 공화당 역사상 최다득표의 기록을 세웠다. 지난 일 년 동안 2천 만 명 이상의 보수유권자들이 매일같이 3시간씩 ’러시 림바우‘로부터 트럼프지지 교육을 받았다. 트럼프가 선거결과에 불복한 것도, 지지자들을 워싱턴으로 집결시켜 의사당을 공격하도록 명령(개호루라기)을 한 것도, 그리고 지금 정치재개를 위해서 프로리다에 진지를 구축한 것도 림바우가 끝까지 마이크를 손에서 놓지 않은 덕분이다. 트럼프는 자신을 지지한 7천5백만 명은 그냥 7천5백만 명이 아니라고 여긴다. 그것은 보수 우익의 결집된 힘이라고 믿는다. 백악관을 떠나기 전 트럼프의 마지막 골프는 림바우에겐 세상에서의 마지막 골프였다. 그 골프장에서 림바우가 트럼프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2.

지난 2월17일 림바우가 폐암으로 사망하자 미국내 모든 언론이나 매체에서 그에 따른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입 하나를 갖고서 수백만의 사람들을 광분시켜서 거리로 뛰어 나오게 한 림바우의 세치 혀에 대한 이야기가 화려하다. 그는 결코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는 결론이 난다. 그로인해서 세상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가 방송을 시작할 때인 1990년대 초반은 그로인한 작고 큰 사회문제가 그냥 매우 흥미로운 수준이었다. 그의 말 같지 않은 발언은 곧잘 정치권에서 활용하기 일쑤였다. 클린턴 정부에 대항한 깅리치의 성공을 주도하면서 그의 입은 망치에서 해머로 컸다. 그로부터 10년 후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쟁을 결심하도록 대중적 기반을 만들었다. 그리고 10년, 흑인대통령에 대항하는 백인주의를 부추켜서 트럼프가 정치권에 뛰어 나오도록 판을 깔았다. 2016년 트럼프 당선이란 충격적인 뉴스에 당황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 림바우다. ‘조지 부시’가 이라크 전쟁으로 망했고 트럼프가 팬더믹 대응으로 망했다. 둘 다 림바우의 작품이지만 그가 만들어 내는 반지성주의적 정치판은 날로 날로 확대되었다.

이렇게 살아간 사람이 최고의 훈장을 받았고 떼돈을 벌었고 대통령 이상의 권력을 행세했으니 그 뒤를 따르겠다는 우익 메가 방송인들이 치고받고 경쟁이라고 NYT가 쓰고 있다. 림바우의 자리를 이어갈 후보자들의 명단이 나왔다. 폭스뉴스의 인기 앵커들이 모두 새끼 림바우(Little Limbaugh)다. 원래 미 공영방송에서는 논쟁적인 이슈는 반드시 찬반의견을 함께 다루어야 한다는 연방통신위원회의 ‘공정성원칙’이 법으로 규정되어있었다. 이 공정성원칙 법안이 1987년에 폐지되면서 림바우가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반대파를 분노하게 만들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일념을 고수했다. 냉소와 조롱과 경멸과 증오가 림바우의 언어다. 현대 역사상 가장 흉악한 여성혐오자이고 성차별자다. 지독한 인종주의자다. 네 번 결혼하고 자식을 두지 않았다. 년 수입이 1억 달러를 초과한다. 방송설비를 갖춘 5400만 달러의 복수의 자가용 제트기를 갖고 있다. 프로리다 팜비치의 호화로운 저택에서 죽었다. 2000년 초반에 청각장애인이 되었고(전자음향 감각을 제공하는 강력한 보청기에 의존했다) 그로부터 수년 후엔 약물중독자가 되기도 했다.

3.

라디오 방송의 마이크 하나로 미국을 정복한 사나이 ‘러시 림바우(Rush Limbaugh)'는 미 전역에 송출되는 600여개의 라디오 방송에서 하루 3시간씩 주 6일을 마이크를 잡는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였다. 그의 라디오토크쇼는 약 2천 만 명 이상이 청취를 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했으니 그가 미국의 여론을 좌지우지 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는 3시간의 토크쇼를 오직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를 다 했다. 방송 연출자나 작가나 심지어는 음악도 없다. 뉴스와 정보, 오락, 논평을 한데 섞어서 혼자서만 하는 독특한 코메디 맛을 내는 혼합형 토크쇼다. 이슈는 시사를 다루지만 스타일은 예능이다. 그는 방송일 시작부터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로 자처하면서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인 언론과 정치인들을 사정없이 공격하면서 청취자들을 보수 세력화 했고 그 세력을 확대 강화시켜왔다. 이민자들, 소수인종, 여성, 그리고 서민 빈곤층을 향한 그의 조롱과 비아냥거림은 어느새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평균 정서가 되어 버렸다. 지난 30여년 이상 그의 세치 혀에서 나오는 요설에 의해서 미국 보수주의는 끝이 없이 증오와 경멸과 음란과 추악함에 불타오르고 사악해 졌다. 트럼프 정치와 닮은 꼴이다.

4.

1980년대 국가 정치를 토크쇼의 주제로 다룬 최초의 방송인 중 한명으로 등장한 림바우는 TV에 밀려서 한 때 잠들어 있던 라디오의 영역을 끊임없는 좌익을 공격하기 위한 우익의 기계로 변모시키면서 집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이동의 공간에서까지 수백만의 청취자들을 확보해서 행동에 나서는 지점까지 이끌었다. 그는 자신의 견해를 공유하지 않는 미국인들에 대해서 불만과 불신과 심지어는 증오심까지 나타냈다. 그는 미국 언론, 매체에서 아주 독특한 단수가 되었다. 유투브, 트위터, 페이스북..등 각종 SNS가 허위 정보의 피난처가 되기 훨씬 전부터 그는 근거 없는 주장과 허위정보 그리고 유독한 소문을 퍼뜨렸다. 정치에서 그는 트럼프의 동맹자일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정치를 위해서 독자적 미디어의 명성, 우익공포전술, 과격한 쇼맨쉽을 결합하여 엄청난 정치적인 기반을 구축했다. 그는 진실과 사실에 대한 공격을 가하는 정치적 선구자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기반이 이렇게 만들어 진 것이다.

5.

정치영역에서 림바우의 추악한 공격을 가장 오랫동안 당한 사람을 들라면 단연 ‘힐러리 클린턴’이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자 림바우의 공격은 ‘빌 클린턴’을 향했다. 남성의 권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자유주의자인 ‘빌 클린턴’은 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 이상의 리더쉽과 영민함을 갖춘 ‘힐러리 클린턴’이 림바우의 표적이 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여성과 아동의 권리를 강조해서 옹호하는 영부인은, 결혼 후에도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지키는 페미니스트 영부인은 림바우를 비롯한 많은 공화당원들의 정서적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힐러리 클린턴을 가장 추악한 말로 공격하는 일이 림바우 라디오 토크쇼의 거의 전부였다. 그는 ‘힐러리 증오’라는 개념을 정치권내에 하나의 산업으로 일구었다. 림바우는 방송에서 “ 힐러리 여사는 ‘고환 자물쇠 상자(testicle lockbox)’를 갖고 있다 ”고 반복해서 조롱 했다. 이와 같은 거의 미치광이 수준의 공격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때에 더욱 더 기승을 부렸다. 남녀 구분 없이 미 대통령선거 역사에서 가장 똑똑하고 준비가 잘 된 대통령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결국에 대통령에 성공하지 못한 원인이다. 2016년 트럼프와의 대결에서는 더욱 그렇다. ‘힐러리의 비호감’은 순전히 림바우의 창조물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에 대한 거짓말도 여기서 시작되었고 영부인인 미셀 오바마를 ‘무셸(Moochelle) 오바마’라고 경멸적으로 조롱하면서 여성은 외모에 비례해서 가치가 있다고 한 발언도 이 방송에서다.

6.

림바우의 가장 패악적인 발언은 성 차별적 도발이다. 그는 입만 열면 여성을 혐오했고 페미니스트를 증오했다. 림바우는 ‘ 페미니즘은 매력적이지 않은 여성들이 사회의 주류에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확립되었다 ’고 주장했다. 1992년 조지타운 법대생인 ’샌드라 플르크(Sandra Fluke)'를 조롱하고 경멸한 발언은 최악이다. 오바마의 의료보험개혁 법안을 위해서 의회 청문회에서 ‘샌드라 플르크’는 여성의 질병인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란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 피임약 처방을 요구한 여성들에게 피임약이라고 보험적용이 거부된 례를 설명했다. 림바우는 플르크를 공격하기 위해서 자기 방송을 충분히 활용했다. 림바우는 “ 플르크라는 여성은 섹스를 더 많이 하기 위해서 정부에게 돈을 지불해 달라고 주장 합니다”라고 방송에서 말했다. 이에 관해서 림바우는 “그건 그녀를 창녀로 만들죠?” 라고...그리고 “ 그녀는 섹스를 하기 위해서 돈을 받고 싶어 합니다 ”, “ 섹스를 너무 많이 해서 피임을 감당할 수 없어요” “ 그녀는 당신과 나 그리고 납세자들이 그녀에게 성관계를 갖도록 지불하기를 원합니다”라고 했다. 이것이 림바우의 무지막지한 방송이다. 그는 낙태권을 주장하는 여성을 향해서 경멸적인 용어로 ‘페미나치(Feminazi)'라고 불렀다.

7.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나오고 림바우는 죽었다. 40여년 림바우의 방송 덕분에 트럼프 정치는 충분히 후일을 기약할 수 있게 보인다. 림바우의 뒤를 따르겠다는 ‘새끼 림바우(Little Limbaugh)'도 차고 넘쳐난다. 단순히 입 하나를 갖고서 국가로부터 자유의 메달도 받게 되고 년 1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이 보장되고 프로리다 비치에 해방구의 왕국을 만들고 자가용 제트기를 운용하는 림바우의 모습이 그들을 들춰내고 있다. 세계적인 뉴스채널인 폭스뉴스(FoxNews)의 인기앵커들은 거의 전부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빌 오렐리(Bill O'reilly)'가 가장 대표적이었고 신 해니티(Sean Hannity), 터커 컬슨(tucker carlson)', 글렌 백(Glen Beck)', 마크 레빈(Mark levin)', 로라 잉그리엄(lAURA iNGRAHAM)', 벤 샤피로(Ben Shapiro)', 알렉스 존스(Alex Jones)', 찰리 커크(Charlie Kirk)..등등 너무 많다. 이들은 이미 자신들의 SNS로 수백만 이상의 추종자들을 이끌고 있다. 반지성주의 분열주의자들이다. 림바우가 남긴 유산의 폐해에 대해서 미 지식인들의 한숨이 크게 탄식으로 들린다. 트럼프 근처에서 인종주의(백인우월주의)를 공통분모로 2022년 중간선거전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로부터 미국을 구할 묘안은 그냥 막막하기만 하다.

 

 

 

함께 만드는 언론, 시민들의 확성기 [딴지 USA]

출처가기

By Dongsuk Kim
By Dongsuk Ki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