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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노니아
한국사회, 한국교회의 현실을 정직하게 대면해야
 회원_265559
 2022-04-22 09:13:47  |   조회: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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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갈아넣는다는 말이 진짜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중노동을 해서 돈을 벌었다.

1년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10년을 일했다.

그렇게 해서 번 돈을 전부 한국교회를 위해 쏟아부었다.

수많은 신학책들이 그렇게 만들어졌고, 코로나 사태 이전에 매주 수백 명씩 모여서 각종 세미나를 진행했던 경비를 뒷받침 했고, 바이블클래스를 만드는 데도 적잖은 비용이 들었다.

그 시절에는 고통스럽게 번 돈을 모두 한국교회를 위해 쏟아붓는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었고, 새물결플러스를 시작할 당시 서원드렸던 기도를 갚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바이블클래스만 해도 영상 제작에 최소 5명의 스탭이 참여했기 때문에 다른 비용은 차치하고 인건비만 해도 무시 못할 액수가 소요되었다.

그럼에도 단 한 순간도 그 돈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이블클래스를 시청하고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다양한 피드백을 접할 때마다 보람과 기쁨이 넘쳤다.

하지만 <바이블에센스>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고 나서는, 고민이 깊어졌다.

이제는 모든 비용을 나 혼자 전부 감당하기에는, 솔직히 너무 벅찼다.

책은 도통 안 팔리고, 직원들은 이직 혹은 퇴직할 마음이 없는 듯 하고(ㅋㅋ),월세는 계속 오르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내 자신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예전 같은 결기와 무모함에 가까운 도전 정신이 엷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득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가나안 신자가 된 분들 중에서 혹시 양질의 성경 강의 영상을 만드는 데 함께 힘을 모아주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시면 매달 작게라도 헌금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어렵게, 정말 수없이 망설이고 고민하다 말을 꺼냈다.

나야 몇 년 동안 소위 '재능기부'를 하면 된다고 쳐도, 처음 출발할 때 4명, 그리고 앞으로 추가로 2-3명 정도 더 촬영-편집 전문가를 영입해서 양질의 컨텐츠들을 만들려면 아무래도 책을 팔아서 그 뒷배를 감당하기에는 계산이 서지 않았다.

그게 어렵게 도와주시겠냐고 부탁의 말씀을 꺼낸 단초였다.

처음에는 기대 만큼 못 미친 부분도 있었고, 어느 때는 예상치 못한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알뜰살뜰 잘 준비해서 드디어 바이블에센스의 첫 영상을 찍을 수 있을 만큼 일이 진행이 되었다.

아직 시작도 안 했으면서도, 준비 과정에서 별의별 스트레스를 받아보니까, 내가 왜 이 짓을 한다고 했는가 하는 후회를 벌써부터 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 여기까지 준비해서 온 것이 기적 같기도 하고,

동역해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앞으로 몇 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바이블클래스의 경우 약 5-15만 명이 시청함) '신앙이 부유하는 시대'에 이 영상을 통해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깊이 뿌리를 내리는 분들이 나오길 소망하는 마음에 살짝 흥분이 되기도 한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이제 거의 모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후에 영상팀장이 편집에 사용할 맥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연식이 좀 오래되긴 했음-새로 구입해야 한다며 예상 액수를 제출한 것을 보고 뒤로 넘어갈 뻔 했다가도 금세 마음을 가다듬고 '하나 좋은 걸로 삽시다'라고 쿨하게 답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한 영혼이 천하보다 더 귀하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내 심장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즉 앞으로 바이블에센스를 통해서, 가나안 신자들과 청년들 중에 신앙을 새로 갖거나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온다면, 지금 쏟아붓는 비용이 절대로 아깝지 않은 까닭이다.

사실 요즘 내 모습을 보면 살짝 헛웃음이 나오긴 한다.

내가 봐도, 내가 좀 이상해 보이긴 한다.

교회를 떠났는데,

교회를 비판하고 조롱하는데,

그런데 나는 지금도 매일 8시간 이상 성경을 연구하고, 3시간은 신학책 교정에 바치고, 최소 2시간은 기도한다.

지난 55년 간 내 눈길이 제도권 교회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부터는 제도 교회에서 자의반 타의반 내쫓긴 사람들을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보며, 그분들이 어떻게든 기독교 신앙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눈길을 고정해볼 요량이다.

작금의 한국사회나 한국교회 현실을 정직하게 대면한다면,

편하고 우아하게 늙어가기는 글렀다.

그러니 심지를 굳게 하고, 광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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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2 09: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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