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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리뷰
어둠이 스러지는 꽃 - 낮과 밤, 삶과 죽음, 그 경계를 그리다
 회원_675786
 2020-08-14 01:40:11  |   조회: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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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뷰를 위해 웹툰을 많이 찾아보게 되었지만, 그 전에도 알고 있었던 작품들이 더러 있다. 입소문이랄까. 요즘 뭐 볼 거 없냐. 라는 질문에 종종 들려오던 ‘어둠이 스러지는 꽃’ 가볍고 편하게 읽기 좋은 웹툰이 있는가 하면, 이건 예술이다 싶을 정도로 무게감이 확실한 웹툰들이 있는데 지금 소개하려는 이야기는 후자에 포함된다. 거기에 내 취향인 철학이 버무려진 판타지라니, 이 지면은 조금 더 깊은 애정과 존경을 더해 적어 내려 보고자 한다.

 

 조선시대, 죽은 이들을 에스코트 하는 저승사자. 서늘한 눈매가 인상적인 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꽃네 할머니의 주변을 떠돈다. 알고 지낸지 하루 이틀이 아닌 것 같은 그들. 알고 보니 할머니는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다. 어느 날, 그들 곁에 사라졌던 아들 난길이 나타난다. 갓난아이를 품은 채로. 자기 때문에 아이의 엄마가 죽었다는 아들은, 커다란 칼을 차고 다시 어디론가 떠난다. ‘어둠’을 베기 위해서 말이다.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남기고 떠나는 아들에게 할머니는 쪼그라든 몸을 일으켜 약속 하나를 얻어낸다. 아이와 기다릴 테니 언젠가 꼭 돌아오라는 약속 말이다. 백발의 노모를 두고 뒤돌아서던 사내는 고개를 끄덕하는 것으로 약조를 대신한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지켜보며 할머니는 기어이 눈물을 쏟고야 만다.

 

 아. 여기서부터 나는 벌써 감탄을 했다. 아직 시작한 지 몇 부 되지도 않았는데 독자들의 감정을 울리게 만드는 물수제비가 튀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만도 한데, 회차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작가는 노련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이다. 결국 나는 새벽 네 시가 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처음 읽는 것도 아니고 다시 정주행 하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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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웃기는 재주 또한 그렇지만 울리는 재주 역시 타고난 감각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많이 보고, 듣고, 읽는다고 해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므앵갱 작가는 잔잔하게, 그리고 먹먹하게. 사람을 ‘속으로’ 울리는 재주를 타고난 것 같다. 대놓고 펑펑 울어대는 신파보다 뒤돌아 혼자 앉아 끅끅 눈물을 삼키는 아버지의 그림자가 더 목이 메는 것처럼 말이다.

 

 이 이야기에 굳이 별점을 주자면 밤하늘을 한 켠 내주고 싶은 정도인데, 그 이유는 이야기만 훌륭하기 때문이 아니다. 어둠이 스러지는 꽃은 그림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을 정도로 만화칸들을 아름답게 채우고 있다. 수묵화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검은 색의 표현법. 반대로 살아 있는 사람들의 따뜻하고 담백한 색감. 풍속화에서 본 듯한 그림 너머로 그네들의 따뜻함과 정, 슬픔과 눈물이 전해져 온다. 어린 시절 그림이 딸린 전래동화를 보며 괜시리 마음이 뭉클뭉클 했던 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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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광고 카피가 한창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만약 가장 한국적인 판타지를 찾는다면 바로 이 웹툰 ‘어둠이 스러지는 꽃’이 아닐까. 어느 나라에서도 통할 것 같은 우리만의 이야기가 바로 여기, 레진에 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웹툰에 관심을 가진다는 요즘, 어서 이 웹툰이 그 문을 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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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4 01: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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