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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피해’를 홍보하나요?
 회원_453662
 2020-07-30 07:13:12  |   조회: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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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피해’를 홍보하나요?

이런 표현을 쓰고 싶지 않지만, 성범죄에서 2차 피해라는 게 무엇입니까? 속된 말로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거잖아요. 나와 내 가족의 일이 아니라고 뒤에서 쑥덕거리고 키득대고 흉보는 것도 1차 피해 못지않게 큰 상처를 준다는 거잖아요. 그것이 2차 피해이고, 그것이 두려워 신고조차 못하는 피해자들도 있잖아요.

위안부 피해여성들이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돌아왔어도 가족에게조차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살아야만 했던 게 바로 그런 거잖아요. 그러니까 남의 일이라고 쑥덕거리지 말라, 알려고도 하지 말라, 그것이 바로 2차 피해를 막는 예방책이고 피해자를 돕는 거라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보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지만,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이 있으니 함부로 말해서도 안 되니까요. 머릿속은 혼란하고 어지럽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비난이든 비판이든 할 수 있으니 궁금하기도 하지만, 2차 피해를 유발할까 두려워 그런 궁금증에 자물쇠를 걸고 있습니다.

그런데, 2차 기자회견에 이어 퍼포먼스 하듯이 국가인권위에 직권조사 요청서를 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2차 피해를 방지한다는 건 널리 알리지 않는다는 것인데, 소송대리인 김재련씨가 하는 행위는 동네방네 소문내며 널리 알리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고발을 하든 진정을 하든 소문내지 말고 조용히 하세요. 그게 2차 피해를 막는 길입니다. 그리고 진상조사의 결과가 나오면, 그때 알려주세요. 그러면 잘못한 만큼 비판이든 비난이든 하고,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잘못한 만큼 책임 추궁을 하면 되니까요. 2차 피해도 막아야 하지만,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면서 사실로 단정하여 죄인시하고 과도하게 비난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느닷없이 세상과 이별하는 사람이 남긴 유서가 자꾸만 마음에 걸립니다. 너무나 짧아서 마음에 걸리고, 세상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일에 일언반구도 없어 마음에 걸립니다. 세상이 알고 있는 그는 잘못이 있다면 회피할 사람이 아닌데... 그 짧은 유서의 어딘가에 ‘환멸’이라는 글자가 있을 것 같은 억측이 뇌리를 파고들기도 합니다.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누군가 진상을 은폐하려 하는 것도 아니고, 호소해도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고발이든 고소든 진정이든 하세요. 그런데 떠들썩하게 홍보하듯이 하지는 마세요. 그럴 때마다 자꾸 이런 저런 의구심과 억측만 커집니다. 그건 2차 피해를 유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그건 그 여성을 지켜주는 게 아닙니다.

 

출처:https://www.facebook.com/songyoh/posts/3258002017593565

 

2020-07-30 07: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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