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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시사
신정아 사건과 조국 관련 검란
 회원_591858
 2020-01-26 03:06:28  |   조회: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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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사건에 나름 관여(뉴욕 단독 인터뷰)한 덕에 그 사건의 본질에 대해 조금 아는 편이다. 모든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게 되자 뉴욕으로 '피신'했던 신씨는 나를 만나자마자 그랬다. "왜들 저런대요?" 그건 내가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었다. 그러니까 신씨 사건은 일개 대학교수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그의 '범죄'를 가지고 벌인 언론권력의 대정부 싸움이었던 것. 투쟁 대상은 물론 노무현정부. 이번 검란을 지켜보면서도 신정아사건과 참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표창장 위조 논란 따위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싸움을 걸기 위한 소재에 불과하다는 것.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적어봄.

신정아사건과 조국 관련 검란의 닮은 점. 신씨사건은 보수언론이 자기들한테 고분고분하지도 않은 데다 언론개혁까지 하려 하는 노무현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해 일으킨 언란. 조국관련 검란은 검찰이 검찰개혁을 하려는 문재인정부와 조국장관에 타격(사퇴)을 주려고 일으킨 난. 자기들을 개혁하려는 정부에 맞선 언론과 검찰의 대정부 권력투쟁. 방법. 죄의 크기나 질로 따지자면 사문서위조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마치 대역무도한 죄나 되는 것처럼 몇개월 동안 나라를 뒤흔들어 버림. 죄목으로만 보면 졸업장이나 표창장 위조 자체는 별것도 아님. 신씨가 청와대 고위인사와 관계만 없었더라면 언론에 한 두번 나고 말 정도의 내용. 표창장 문제도 마찬가지.

신정아사건 때는 보수언론이 주역, 검찰이 조역. 이번 검란에서는 검찰이 주역, 언론은 거의 검찰과 한몸. 두 사건에서 이른바 진보언론은 보수언론과 검찰이 만든 프레임에 빠져 허우적.

결과. 신정아사건에서는 청와대 고위인사와의 불륜 스캔들을 활용해 청와대를 공격하려 했으나, 불륜은 불륜으로 그쳤고, 학력위조자가 교수/비엔날레 총감독이 되는 데 청와대 고위인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함. 그 와중에 애꿎은 연예인들만 작살남. 신씨는 나라를 뒤흔들던 학력위조가 아니라 성곡미술관을 뒤지는 과정에서 나온 공금횡령죄로 형을 살고 나옴.

검란. 따지고 보면 표창장이나 인턴 문제 따위가 나라를 흔들 만한 범죄는 아님. 더군다나 조국은 법무장관에서 사퇴. 태풍으로 십수명 사상자가 생겼는데도 신문 1면톱은 내용도 없는 신정아사건. 조국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신문기사로도 나오지 않았을 표창장 문제에 검찰은 6개월 동안 화력 집중. 조국이 법무장관이 아니거나 장관이 되었다 해도 검찰개혁 의지가 없었더라면 불거지지도 않았을 내용. 결국 범죄사실 자체에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학력위조, 표창장 및 인턴 문제를 만들고 내세워 언론과 검찰이 개혁 정부를 치려고 한 일.

표창장 위조가 나라를 팔아먹은 범죄라도 되는 양, 안했다는 명백한 증거도 못 내놓는 인턴(최강욱변호사 사무실에서 증언자를 내놓으라는 건 말도 안 됨. 문제를 제기한 측에서 증거를 가져와야 말이 되지)이 무슨 대역죄라도 되는 양 검찰과 언론이 합세해 몰아가는데, 그게 무슨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 양 부화뇌동하는 자들은 바보 맞다. 사모펀드가 그렇게도 큰 폭탄이라면 표창창이나 인턴 따위에 검찰이 왜 그리도 많은 에너지를 쓰는지 이해가 안 됨. 그 확실한 폭탄에 올인해 재빨리 터뜨리면 게임 끝나는데, 왜 그걸 안할까. 그 머리 좋고 일 잘하는 검사 수십명이 붙어서 6개월 노력했는데도 터지지 않는 폭탄이라면, 이게 진짜 폭탄이 맞기는 한가? 이게 합리적 의심 아님?

그렇다고 노무현정부든 문재인정부든 모든 걸 깨끗하게 잘 해나간다고 볼 수는 없겠고. 어쨌거나 사람이 하는 일이니. 다만 몇개월씩이나 나라가 들썩일 만큼 무슨 대단한 잘못이나 저지른 것처럼 호도되는 것은 뭔가 이상함. 권력형 비리 증거를 내놓고 언론이나 검찰이 두들겨 패면 수긍이라도 하겠다. 지지자 자극하고 선동해가며 자기 기득권 지키려고 말도 안 되는 소란을 일으키면서, 검찰과 언론은 개혁의 대상임을 스스로 드러냄. 결국 자연스럽게 개혁 당하거나 없던 신뢰마저 더 잃어버림.

2007년과 2019년의 가장 다른 점. 예전에는 언론이 가장 유력한 소통수단. 정부와 지지자들이 일방적으로 속절없이 당함. 지금은 개인 미디어들의 발달로 언론과 대등한 입장에서 싸우니 예전처럼 그냥 당하지 않음.

결론. 언론과 검찰 따위 권력들이 되도 않는 걸 내세워 벌이는 권력투쟁 같은 건 이제 좀 그만 하면 좋겠다. 이게 무슨 에너지 낭비임? 이런 분탕질이 벌어지는 와중에서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 9위 등극. 그러고 보면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진짜 결론. 나는 이 긴 걸 왜 쓰고 있나 모르겠다.

 

출처: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10219516290550904&id=1023346992

2020-01-26 03:06:28
98.149.115.245

회원_390555 2020-01-26 03:06:42
동감합니다

회원_245069 2020-01-26 03:06:46
생생한 글이라서 읽기에 좋습니다^^

회원_224739 2020-01-26 03:06:52
SNS가 있고 없고 차이로 기자들의 만행을 크로스체크 하니 죽을 맛이죠.

회원_563211 2020-01-26 03:06:57
샘의 긴 글덕분에 신정아사건을 다시 들여더 볼 수 있었네요. 저같은 사람을 위해 긴 글을 쓰신거죠! 감사히 잘 읽었슴다!

회원_309047 2020-01-26 03:07:04
뜻있는 국민들이라면 대강 알고 있거나 짐작하는 내용을 다시 한번 잘 정리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문제는 그 (준범죄집단화한) 검찰조직과 (무지, 저질, 타락의 상징으로 화한 소위) 언론을 철저히 환골탈태할 묘수를 찾는 게 아닌가 합니다.

회원_673796 2020-01-26 03:07:10
길게 쓰신글 단숨에 잘 읽었습니다~!

회원_397015 2020-01-26 03:07:15
첫 번째는 이야기한 것처럼 대안언론 때문에 여론을 주도 할 수 없었던 것이고 두 번째는 이미 기존언론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기 때문입니다.

회원_903166 2020-01-26 03:07:20
진지하게 읽다가 마지막에 빵 터지는 웃음.^^

회원_674160 2020-01-26 03:07:28
예전에 옷로비사건도 있었지요. 밝혀진은 앙드레김 본명이 김복남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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