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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쇠고기와 페미니즘, 그리고 인어공주
 회원_213879
 2023-05-11 14:18:10  |   조회: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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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했고, 전국에 촛불이 타올랐다. 젊은 엄마들이 대대적으로 시위에 참여했고, 시위 초기에 그들을 '한줌 반동세력'으로 폄하하던 이명박 정부는 수입검역을 강화하고 광화문 한복판에 컨테이너로 '명박산성'을 짓고서야 겨우 시위를 막아냈지만, 집권 1년차에 시작된 레임덕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천명하며 여성우대 정책을 강행했고, 반대여론은 빠르게 불타올랐다. 그전까지 당연히 민주당 지지세력이라 여겨지던 20대, 30대 남성들이 빠르고 단호하게 등을 돌렸고, 이를 '한줌 일베놈들'이라고 무시하던 민주당은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그리고 대선까지 20대 남성 빨간당 몰표로 인해 패배한다.

2023년, 디즈니는 흑인 인어공주를 출시 준비중이다. 아직 개봉 전이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스틸컷이나 포스터만으로 온세상이 혹평 중이다. 새로운 인어공주의 흥행성적은 아직 모르지만, 흑인 요정을 앞세운 디즈니 피노키오의 참패와 PC라고는 전혀 묻지 않은 마리오의 성공을 볼 때, 인어공주의 성적은 예상대로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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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와 민주당, 그리고 디즈니의 실패 원인은 간단하다. 싫은 걸 강요했다. 사양하고, 거절하고, 화내면서 거부하는데도, 너의 싫어함이 잘못된 거라며, 이걸 좋아하는 게 옳은 거라며 들이댔다. 애정표현을 빙자한 성추행과 참으로 닮았다.

2008년 촛불시위가 시작된 지점은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이지만, 그 촛불이 전국으로 퍼진 원인은 반대 여론을 무시한 정부의 태도였다. 보수언론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변했고, '유모차 부대'를 조롱했으며, 전경을 동원해 시위대를 때렸다. 얼굴이 찢어져 피흘리는 시위 참가자 사진을 보고 퇴근하는 직장인들과 학생들, 아이 손을 잡은 엄마아빠들도 시위에 참가했다.

문재인 정권 시기 '이대남'의 민심이반은 '인국공 사태'나 '조국 사태' 등으로 표출되었지만, 그 기저에는 여성우대정책에 반대하는 젊은 남성을 '한줌 일베새끼들'로 매도하는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대통령은 젠더갈등이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넘어갔고, 진보좌파 언론들은 80년대 여성인권이 얼마나 처참했는지를 강변했으며, 대선 직전 민주당 지지자들은 윤석열 지지자들을 모욕하고 조롱했다. 대선 직전 만들어진 '2찍남' 도표에 많은 젊은 남성들이 진짜 '2찍남'이 되었고,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었다.

디즈니의 인어공주도, 피노키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광우병 쇠고기의 발병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 원론적인 페미니즘이 틀리지 않다는 것처럼, 전 세계 모든 이들이 보는 영화에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에 극렬 반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다양성의 변화가 본능적인 거부감까지 다다랐을 때, 디즈니에 추억과 호감을 가진 소비자의 '싫어함'을 무시하고 강행하는 모습을 보일 때, 지지자들이 반대자들을 조롱하고 모욕할 때, 은은한 거부감은 행동이 된다. 디즈니가 인수한 마블 영화들은 추락했고, 피노키오는 훌륭한 영상미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혹평을 얻었으며, 인어공주 또한 많은 이들이 대폭망을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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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 2005년 7월 5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다. 정권도, 정당도, 선거도, 문화도 소비자를 거스를 수 없다. 이시대의 소비자는 개인과 집단으로서 스스로가 어느 정도의 힘을 행사할 수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고, 권리를 행사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2찍남'은 서울부산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스스로의 힘을 충분히 증명했고, 민주당은 대선에서 다시한번 그들을 조롱했으며, 다시한번 2030 남성 빨간당 몰표로 윤석열 당선에 이바지했다. 피노키오 말아먹고 인어공주 또 만드는 디즈니와 대체 뭐가 다를까. 집권 첫해에 두드려맞고 나머지 4년을 눈치보며 보낸 이명박보다 더 멍청한 짓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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