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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남자(2018), 돈이 구원이고 최고인 세상
 회원_695084
 2022-05-28 07:22:32  |   조회: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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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남자(2018)

중간부터 스포일러 있음

1. 이 영화는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서 돈이 없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 상황을 잘 보여줄 캐릭터로 개척교회 목사부부를 택한 것은 괜찮은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또 체감하는게 다르겠지만 내 때만 해도 20대는 이상, 30대는 이상에서 현실로 넘어가는 과도기고 40대는 완전 현실로 살아갔다. 그런데, 30대처럼 이상과 현실의 과도기를 40이 넘어도 넘어가지 못하는 직군이 개척교회 목사들이다.

2. 주인공 목사는 예장합동측의 개척교회 목사다. 합동이란게 중요한건지는 모르겠다. 모르는 사람은 그냥 생각 없이 내용만 들어올 것이지만 기독교인은, 신학생은, 교역자는 보이는 것들이 많은 영화다. 합동이라는 건 영화의 말미에 교단마크가 나와서 알게 되었다.

3. 주인공은 신학교 다닐 때부터 이상주의자였던 것 같다. 후배의 아버지인 대형교회 목사를 신랄하게 비판한데서 그런 성격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비판이 이상주의자여서라기보다 상식적인 비판이랄 수도 있지만, 영화의 구도는 이상과 현실에서 풀어보는게 쉽다 생각한다. 이제 옛날에 비판했던 대형교회 목사의 아들은 세습한 담임목사가 되어서 잘 나가고 있고, 주인공은 그 목사의 차를 대리운전하고 있다.

4. 성도는 다섯명이다. 힘이 되었던 젊은 부부가 이사가면서 교회를 옮긴다고 통보했다. 목사는 생계를 위해 대리를 뛰고, 사모도 편의점 알바를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교회를 빼달라는 독촉을 듣는다. 주인이 교회로 찾아오는게 겁나서 문을 잠근채 숨을 죽인다. 임지가 없이도 목회하는 방법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고민한다.

5. 장모님이 간암이 걸려 당장 5천만원이 필요하게 된다. 목사는 계속 기도하지만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지치게 된다. 그러다 목사에게, 사모에게 시험거리가 찾아온다. 5천을 마련할 정상적인 방법, 은혜로운 방법은 없다. 이제 그 외의 방법이 그들 앞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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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여기부터 스포일러다.

목사는 불륜을 일삼고 있는 후배목사를 협박하여 돈을 받아내려 한다. 하지만, 세상의 지혜로는 더 한 놈이었던 후배목사에게 역으로 당하게 된다.

아내는 하룻밤 자주면 돈을 빌려주겠다는 동창을 찾아간다. 처음의 제안에는 뺨을 날렸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길이 없었다. 선을 넘으려는 순간, 임신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받고 호텔을 나오게 된다.

7. 목사는 자신을 린치했던 사람이 자기가 알고 있는 외국인노동자였던 것을 알고 그에게 부탁하여 후배목사에게 똑같이 갚아준다. 그리고 그에 더하여 장모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악에 받친듯이 기도하다가 뛰쳐나가 노동자의 길을 막아서는 목사. 다시는 자신을 찾지 말라고 하고 돌려보낸다. 장모는 사위목사의 마수에서 살아나는 줄 알았지만 갑자기 자동차에 치여서 죽게 된다. 목사가 장모님께 가고, 장모는 사위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앰뷸런스를 부를 것 없다는 듯 손짓을 한다. 사위는 울면서 그 자리를 벗어난다.

8. 장례식장. 장모가 자신의 치료비를 아껴서 보험을 들었다는 게 밝혀진다. 자신이 죽으면서 딸 부부에게 선물로 줄 작정이었던 거다. 사위목사는 후회와 미안함에 눈물 흘린다.

9. 영화의 마무리. 멋있는 전원교회가 세워진다. 처음의 개척교회가 '그 은혜로 교회'였는데 이 교회의 이름은 '새서울교회'다. 번듯한 건물을 가진 담임목사가 되어 이전과 별 차이가 없는 설교를 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감당할 시험 외에는 허락하시지 않습니다" 사모도 젊고 괜찮은(?) 엄마들과 교제하고 상담해주며 우리가 익히 아는 사모의 모습을 회복한다.

10. 교회의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는 주인공 목사. 갑자기 구토를 하며 영화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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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처음과 끝을 보면 이 영화는 시험을 마침내 극복한 은혜로운 간증기라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중간이 무섭게 현실이다. 부르짖으라 크고 비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는 말씀, 시편의 탄식시편을 갖고 주인공은 기도한다. 그리고 점점 흑화한다.

마지막에 잘 되었다고 할렐루야가 아니다. 목사는 그가 꿈꿨던 목사의 일상을 살게 되었지만 이제 그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그는 참을 수 없는 역함으로 구토한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구원은 한 사람이 죽고 그 죽음의 대가로 나오는 보험금이었다. 사모의 동창의 경우가 그러했다. 가정을 꾸려 잘 살던 그도 처음엔 빠듯하게 살았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와 딸이 죽게 되고 그 보험금을 수령하여 사업을 시도하고 이전엔 안 되던 일들이 잘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뭘 해도 재미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동창들을 만나면서 잠자리나 하는 쓰레기가 되어버렸다. 쓰레기는 좀 그런가.. 구원을 바라는 옛순수함을 그리워하는 쓰레기.

목사와 사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목사는 자신이 생각지 못한 범죄를 계획하고 저지르게 된다. 하지만 그 범죄는 그의 삶을 회복할 수 없었고, 장모님의 희생을 통한 보험금이 그의 삶과 사역을 회복해주었다. 그리고 그도 앞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옛순수함을 그리워하는 쓰레기가 된다.

그리고 그 쓰레기장 위에 교회는 아름답게 건축된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어느 정도 살아가는 이들의 교제의 장으로.

돈이 구원이고 최고인 세상이다. 돈 버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한다. 젊은 강사들이, 빠르게 세상에 적응한 시니어들이 돈 버는 방식을 풀고 있다. 이 시대의 시대정신은 어떻게든 돈을 벌어서 조기은퇴를 하는 것이지, 사명의 삶을 사는게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명을 말하고 개척을 하는 올드보이들이 목사들이다. 그리고 많이들 시대의 거센 흐름 속에 떠내려가고 있다. 나 또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영화는 하나님의 은혜를 담지 않았고, 죄인의 회개를 다루지도 않았다. 철저히 외부인이 본 기독교, 개척교회 목사의 모습이기에 더 깔끔하게 다뤄졌다고 생각한다. 목사역의 박혁권은 무종교, 사모역의 류현경은 불교라고 한다. 영화 보며 실제로 만나면 위로해주고 싶었는데 퍼뜩 깨닫는게 여기 영화의 실제가 난데 나나 스스로 끌어안아줘야겠다. 누가 누구를 위로하냐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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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8 07: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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