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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나서야 봄이였음을..
 회원_631525
 2022-05-24 09:36:41  |   조회: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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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무척 좋지 않았다. 여야, 보수 진보 할것 없이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나는 당시 한 진보정당 당원 이었다. 진보들과 진보언론들은 그에게 무척이나 비판적이었다. 이래도 되나 싶었으나 나를 포함 관성화된 도그마에 빠진 진보들에게 그는 좋은 먹이감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날밤을 새우며 술을 마셨던날 뉴스에서 속보가 나왔다. 그가 죽었다. 그날까지 단 한번도 그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그저 좋은 정치인중 한명 정도로 생각했었던것 같다. 술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그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그저 멍한채로 집으로 향했다. 그때까지 별 감정은 없었다. 집에서 모니터를 켜고 바로 그의 속보를 클릭했다. 속에서 강한 메스꺼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손이 떨리기 시작했고 결국 울음이 터졌다. 그후부터는 반쯤 정신이 나갔었다. 눈물이 멈추지가 않았다.

왜? 난 왜 우는가? 언제부터 그를 그토록 아꼈다고 나는 대체 왜 우는가? 머리는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내 몸은 자동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그것은 '시대의 절규'였다. 그 숨막히는 현기증을 비켜가기 어려웠다. 시대가 울었고 나는 진동했다.

운구차가 화면을 채울때쯤 회사에 말도 없이 나왔다. 서울시청 앞으로 곧장 걷기 시작했다. 노란 빛깔이 퍼지는 거리, 그를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곳에 나는 멍하니 서있었다. 나는 울었다. 또 울었다. 옆에 서있는 한 여성을 바라봤다. 그녀 눈에도 차디찬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의 눈이 내 마음을 대신했다.

"미안합니다"

얼마뒤 나는 내가 몸담고 있던 진보 정당을 탈퇴했다.

정치 전에 사람을, 정의 위의 연민을, 그렇게 살아있는 인간을 이해했던 유일한 '시대정신'

그가 '노무현' 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이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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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4 09: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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