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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시사
실패한 천사와 성공한 악마
 회원_105136
 2022-05-10 12:19:28  |   조회: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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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우리는 집에 대한 관념이, 그게 과연 '차익' 목적으로 사는 것이냐, '거주' 목적으로 사는 것이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평범한 국민들의 '당연한' 소망을, '투기꾼들의 탐욕'과 같이 치부하는 것에 대해 시민들이 분노한다는 식의 언설들이 넘쳐났다. 그때문에 보궐선거의 향배가 결정되고 민심이 '뒤집어졌다'고들 했다.

돌이켜서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로, '깜빡' 속은 것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그들의 새빨간 거짓말에 대해 속아넘어갔을까. 이 정부가 부동산 폭등을 막지 못한 것은 정책의 실패 때문이 아니라 시장의 에너지가 너무 셌기 때문인데.... 이들 '전문가'들은, 그쯤 분명 알고 있었을텐데도 오로지 '이념적'으로 정부의 정책을 신랄히 비판한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시속 100킬로로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를 만들어놓고, 갑자기 그 한중간에 건널목을 설치해놓은 격이다. 그 건널목이 과연 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 제아무리 빨간불이 분명히 켜졌다 해도, 차들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신호위반이라도 하게 돼 있다.

아파트를 사는 모든 사람들이 시세 차익을 원한다. 아무리 '살기' 위해서 샀다고 말한다 하여도, 그래도 값이 올라서 차익이 생기길 원한다는 것이다. 단 한 명의 예외도 없다.

집값이 안 오른다면, 혹은 평균적인 물가 상승률과 동반하는 정도로만 아파트값이 오른다면 아무도 집을 시세 차익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극명하고 분명하다. 은마 아파트가 분양될 당시 가격은 5천만원 미만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낡은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26억5천만원이다. 그 누가 눈이 뒤집히지 않는단 말인가?

국민들 모두가 아파트를 사면서 은근히, 혹은 대놓고 시세차익을 생각한다는 사실은 부인할래야 부인할 수가 없는 사실이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어디에서나 동일하다. 그렇다면, 그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과정이 과연 정당하고 합리적인가? 모두가 알고 있듯, 절대로 그렇지 못하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분양가가 7~8억이었다. 준공이 나고 사람들이 입주할 때쯤, 즉 잔금을 치를 때에 이미 P가 7~8억이 넘게 붙어 있었다..

3년정도가 지난 지금 헬리오시티 84m2 아파트의 매매가가 23억이 되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분양 들어간 지방 소도시의 한 아파트 분양가는 4억. 현재 매매가는 4억6천이다.

이게 정당하고, 합리적인 현상일까? 이렇게 국민들간의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과연 그대로 용인하고 놔둬야 옳은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이런 현상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국민들 사이에 여기서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은 대단하다. 이게 국민 통합에 좋을 리가 없다.

이번 정부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어서 고민한 것임은 분명히 인정할 수 있다. 다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시장에서 탐욕이 넘쳐나고 미친듯이 에너지가 분출돼 나오는데 그걸 잡아내는 데 실패했다. 선비인척 고고하게 말하는 '학자님'들은 이번 정부가 "시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더러운 탐욕인양 생각해 징벌적으로 과세만 때리려 했다. 무식하고 나쁜 정부였다." 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고고하신 선비님들 조동아리를 몇 대 때리고 싶다.

그걸 탐욕이라고 정의하든 정당한 요구라고 하든 상관 없이, 그 어떤 방법을 썼다 하더라도 지난 2~3년간의 집값 폭등은 그 누구도 막지 못했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애초에 정책으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부동산의 이런 왜곡 현상, 양극화 현상을 고치려면 5년갖고는 텍도 없다. 굉장히 긴 호흡의 일관된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시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한다. 그리고 분양과 매매 과정에서의 구조를 고쳐나갔어야 했다. 시민들의 내집값 상승 욕구에 대해 선악을 구분하기보단, 구조적으로 투기로 흘러가는 물길을 막는다는 기조 하에 정책을 내놨으면 했다.

이제 드디어 새 정부의 첫 날이 된다. 우리 시민들은, 앞으로 5년간 자신들의 이러한 선택으로 말미암아 오롯이 그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선의의 정책이 안 좋은 결과로 귀결된 경우와, 아예 양아치 사기꾼들이 행정을 장악해서 국가 돈 해외로 빼돌리고 가짜 토목공사 벌이고, 자기들끼리 해먹다 끝나는 경우 중 어느 쪽이 더 치명적인지를 말이다. 악마가 하는 일이 성공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향후 5년에 그런 것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같아 마음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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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0 12: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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