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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7시간에 대하여
 회원_645883
 2022-01-16 14:57:50  |   조회: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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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 구경날 일이 생겼는데 놓쳐서 아쉽다. 국힘당 국회의원들이 김건희씨 7시간 녹취 방송하지 말라고 방송사에 몰려 왔었다는데. 법원에 가처분 신청 해 놨으면 그걸 기다리면 될 것을 왜 굳이 버스 타고 여의도에서 상암동까지 진격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더하여 이 '진격의 의원'들을 맞고자 MBC노조가 동원령(?)을 내렸으니 이 어찌 구경거리가 아니었겠는가. 금강산 유람도 동네 싸움 구경 다음인 것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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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진격의 국힘'이 되레 안타까운 이유는 그렇게 비장하면 비장할수록 그 의기를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사람들의 호기심은 커진다는 사실이다. 별 관심 없던 사람까지도 "뭐라고 한 건데?" 귀를 세우게 마련이고 검색 한 번을 더 해 보게 되는 게 당연하다. 방송도 방송이지만 방송이 금지되면 인터넷에 풀어 버리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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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7시간' 녹취에 대해 왈가왈부가 많다. '서울의 소리'가 이러이러한 곳이었는데 뻔하다! 는 얘기도 나온다. 나 역시 서울의 소리에 대해 호감보다는 비호감이 백 배 크다. 그러나 얘기를 듣다보면 귀를 씻으러 가고픈 가세연의 헛소리도 팩트가 있으면 수용해야 하듯이, 서울의 소리가 과거 어떤 행적을 보였든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취재한 내용의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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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녹취된 목소리의 주인공이 김건희씨면 일단 팩트의 시작이다. 그리고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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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윤리'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도 그리 공감이 크지 않다. 모든 취재가 공개적으로 정정당당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음습한 곳에 카메라를 대야 할 경우도 있고, 불가피하게 신분을 감추고 잠입해야 할 때도 있으며, 기사화를 무기로 상대방을 압박해야 할 상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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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것을 취재 윤리를 내세워 막거나 제제한다면 아마도 언론 자체가 왕년의 '벼룩시장'이 되거나 듣기 좋은 꽃노래만 나오는 아름다운(?) '좋은 생각' 같은 방송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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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언에 따르면 서울의 소리는 열린공감TV의 보도를 '오보'라 몰아부친 뒤, 그를 '떡밥'으로 기사에 호감을 품은 김건희씨에게 접근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임명 때 딴지를 걸었던 뉴스타파를 맹공격했던 게 서울의 소리이기도 했다. 그러니 나름의 신뢰 관계를 맺었고 그를 빌미로 7시간의 통화가 이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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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매우 괘씸하고 교활해 보이는 일이긴 하나 언론들이 비밀스런 취재나 고발프로그램 하면서 가장 즐겨 쓰는 '하얀 거짓말'이 "도와 드릴게요"다...... 언젠가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취재할 때는 위장 취업을 감행해 원장의 신임을 얻기도 했고, 의처증 남편 취재할 때는 함께 아내의 불륜(?)을 찾으러 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해도 용서가 되는 이유는 취재의 '공익성' 때문이다. 그게 인정받지 못하면 , 취재는 범죄가 되기 십상이다. 그럼 이번 사건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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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대화를 녹음했다고 하는데 사적인 대화 속에도 공적인 주제는 담긴다. 기자와 안부전화하다가 뉴스거리가 나올 때 사적인 전화를 이유로 그 취재를 포기하는 예의 바른 기자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도 나오지 않는다. 서울의 소리 기자는 신이 나서 자꾸 '안부 전화' 사적인 통화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찌르기만 하면 술술 다 얘기해주는 취재원을 마다할 기자 또한 동해물이 마를 때까지 단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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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안이 생기면 객관적으로 보려고, 특정한 입장이나 그 반대편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해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 믿거나 말거나) 서울의 소리 매체에 대한 감정과 평가도 매우 나쁘고 박한 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서울의 소리가 취재윤리를 뭘 위반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녹취 내용을 보면 달라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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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보도하면 되지 왜 MBC에 넘겼냐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지점에서 서울의 소리의 백은종 대표에게 놀란다. "어 이 양반 의외인데?" 자신들이 선제적으로 유튜브에 걸 수도 있고 조회수 수백만을 올려 돈을 벌 수 있는 찬스인데 이걸 MBC 에 미룬 것은 '서울의 소리'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감안하고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는 말을 들어서다. 나름의 전략적 포석을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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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MBC를 욕할 것도 없다. 이런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박을 마다할 언론사는 예수가 재림한 뒤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팩트 확인하고, 법적 문제 없고, 파급력 크면 책임을 감수하고 트는 것이다. 그게 국민의 알 권리다. 만약 사적인 대화로 일관한, 별 것도 없는 내용이 나온다면 오히려 서울의 소리와 그걸 굳이 방송한 MBC가 망했다고 복창하게 될 뿐이다. 아니라면 아닌 대로 국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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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재명 부부가 또 다른 사람에게 험악한 욕설과 폭언을 한 동영상이 나온다면 그것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 후보의 인성을 알 수 있는 자료라면 공익적 가치 충분하다. 방송상에는 심의 규정상 욕설을 삐 소리로 가려야 하겠으나 유튜브에서는 그런 제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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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7시간은 사실 별 것이 없었다. 근무일임에도 불구하고 속편하게 늘어자게 주무시고 계시는 동안 사람들이 죽어갔고 그 와중에 구조든 후속 작업이든 삽질의 연속이었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김건희씨의 7시간은 일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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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이 아무리 MBC에 가서 무슨 악을 쓰든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 뭐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기다려 보자. 막아 봐야 안된다. 공작정치 운운하지만 아니 그럼 김건희씨가 국정원 소속이란 말인가. 아니면 이 '문재앙' 정권이 심은 트로이의 목마란 말인가. 누가 무슨 공작을 했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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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별 것이 없다 싶기도 하다. 이를테면 이런 말. "우리 남편은 바보다. 내가 다 챙겨줘야지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지. 저 사람 완전 바보다." 세상 남편 가운데 마누라로부터 이런 말 안듣는 남편이 얼마나 되겠는가. 나는 오늘 집에 들어가는데 마누라가 공손히 나와 "어서 오세요 후보님" 할까봐 겁난다. (우리 마누라 입버릇은 "나 없으면 어떻게 사니"다)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 내용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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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6 14: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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