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화
교회는 왜 가십니까?
예배하러 갑니다.
예배하는 건 교회에서만 합니까?
그건 아니지만, 교회에 가는 건 예배하러 가는 거지, 다른 목적이 없습니다.
교회를 떠나면 예배는 없나요?
직장 예배가 있고, 가정 예배가 있지요.
그럼 직장에도 교회가 있고, 가정에도 교회가 있는 거네요?
그런 셈이죠.
교회가 있기에 예배가 있는 겁니까? 아니면 예배함으로써 그곳이 교회가 되는 겁니까?
예배함으로써 교회가 되는 것이죠. 직장에서 예배하는 곳이 교회이고, 가정에서 예배하면 그곳이 교회이죠.
그렇다면 주일에 교회에 가는 건 뭐죠? 교회는 건물에 불과하고, 예배함으로써 비로소 교회가 되는 건가요?
그건 맞는 말이에요. 교회는 건물에 불과해요. 참 교회는 참 예배가 일어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교회에 가는 건 그곳이 참 교회를 위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함이군요. 그러니까, 예배 없는 혹은 참 예배가 없는 교회(건물)는 참 교회가 아니기에, 예배함으로써 그곳을 참 교회가 되게 하는 일이겠네요.
그런 셈이네요.
그렇다면 예배는 단지 교회(건물)에서 하는 예배에 국한하지 않는 거겠는데요, 교회 밖에서의 예배는 어떤 것인가요?
글쎄요. 일상 예배라고 흔히 말하지요.
그 예배는 어떤 건가요? 교회 예배와 어떻게 다르나요?
아까 말했듯이, 직장 예배, 가정 예배, 학교 예배 등등을 생각해볼 수 있지요. 장소와 예식만 다르지요. 사실 비슷한 것이죠.
그럼 의식이 없는 예배는 예배가 아닌가요? 직장에서 굳이 예배 시간을 가져 의식을 치러야 하나요?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도 꼭 그래야 예배인가요?
꼭 그건 아니지만, 다르게 말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네요.
그럼 이건 어때요? 그러니까요. 예배는 의식을 통한 예배가 있고, 삶을 통한 예배가 있다는 것 말이죠. 예전을 통해 예배하는 건 교회에서 하고, 삶을 통한 예배는 일상의 삶을 통해 하는 것이죠. 굳이 예배 의식이 없어도 선한 삶, 정직한 삶, 성실한 삶이 예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예배의 정의를 이렇게 바꾸면 어떨지 싶어요. "예배란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과 뜻과 행위에 전인적으로 반응하는 신앙 행위". 이렇게 정의하면요, 교회에선 예전을 통해 하나님께 반응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하나님께 반응하길 배우는 시간이고, 삶은 사람과 자연과의 만남에서 진지하게 반응할 때 그것이 곧 하나님께 반응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삶 자체가 예배라 볼 수 있는 거죠. 물론 양자는 구분은 되지만 분리해선 안 될 것이고요. 어느 하나에 편중해서도 안 되지요. 일상과 교회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데요, 예배로의 부름을 통해 세상에서 예배로 초대를 받은 성도는 축도를 통해 세상으로 파송받는 것이죠. 파송된 존재로서 성도는 일상의 삶을 빛으로 소금으로 살다가 다시금 하나님의 초대의 부르심을 듣고 교회로 가서 예배합니다. 이렇게 되면 교회에 가는 이유는 하나님을 예배하러 가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어야 해요. 그건 공동체를 세우기 위함이죠.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나누고 베풀고 돌보는 공동체를 세우기 위함입니다. 이 목적을 추가하면 교회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가 분명해질 것 같습니다. 행사 치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관심을 기울이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서로를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물론 교회를 떠나면 이제는 이웃과 세상을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죠. 교회에서 받은 은혜를 나누는 삶의 현장이 되는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가 변혁해야 할 곳이 아니라 그곳에서 예배가 이루어져야 할 곳이 되는 거죠. 이렇게 되면 교회는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곳은 세상과 구별된 곳이지만 그렇다고 세상과 차별된 곳은 아닙니다. 교회가 변혁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곳에서 예배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변화는요, 삶을 통한 예배가 참으로 일어나는 곳에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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