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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노니아
'감염'된 사람이 없는 곳에서의 관조, '고춧가루 뿌리는 양심'
 회원_543487
 2021-04-27 03:13:34  |   조회: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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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대면하거나 관조하는 것은

부목사였던 나의 의무였다.

만나고 싶다는 사람은

나에게 해를 끼칠 줄 알면서

바빠도 만났고

가깝게 친하게 지나고 싶은 사람도

담임목사가 총애하는 경우는

“도의적으로(?)” 멀리했다.

기꺼이 만나 준 사람이 알고 보니 담임목사의 첩자(!)라

“둘만의 비밀이에요”라던 것이

다음 날 설교 강단에서 까발려지자

당황스럽고 붉어지는 내 얼굴을 보며

재미있어하던 담임목사의 웃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래서 외국 한인교회에서는

힘 없고 빽 없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집에 사는 신자들을

주로 가까이 했다.

그런 분들은 담임목사가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적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돌봐야지 하던 마음이 수그러지고

사람이 무서워지는 것은

부목사 생활을 오래 하다가 상처를 받은 사람이라면

느꼈던 마음이리라.

교단을 멀리하고 선후배 목사들을 멀리하니

“좋은 곳” 소개해 주는 사람은 줄었으나

마음은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좋은 곳”에서 딸랑이 흔들어 주다가

다른 “좋은 곳”에 청빙을 받아 가서

돈 많은 장로 권사 딸랑이 흔들어 주다가

늙어 살 곳과 전별금 두둑이 챙겨서 떠나도 될 텐데

나는 그걸 못하겠더라.

학벌도 좋고

설교도 짜릿(?)하고

찬송은 전문 성악가 뺨을 때리며

친화력도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정작 중요한 시점에는

내 안의 양심이란 게

그 양심이란 게

고춧가루를 뿌리는 통에

그래도 내가 “감염”되지 않고

자리를 떠나올 수 있었나 보다.

외롭지 않냐고?

아니 이것은

청결한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말이지.

- “감염”된 사람이 없는 곳에서의 관조, 송봉운의 목회 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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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7 03: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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