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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노니아
거룩은 세상으로부터의 분리가 아닌 자기로부터의 분리
 회원_155138
 2021-01-19 01:29:19  |   조회: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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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이라는 단어의 원어가 분리를 의미한다고 해서, 거룩이란 좋게 말해서 구별된 삶으로 이해해왔다. 무엇으로부터 분리되느냐가 중요한데, 그동안 분리의 대상은 세상이었다. 세상에서,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고 즐기는 삶이 거룩한 분리로 인식되었다. 술 담배를 금하고, 음담패설을 삼가며, 유흥을 멀리하고 주일 성수를 잘 하는 것이 거룩한 삶의 표본이었다. 물론 이런 것들도 건강한 삶의 일부가 될 수 있지만, 자칫 거룩이라는 단어가 금욕주의, 도덕주의, 심지어 율법주의와도 별 반 다를 바 없는 인상을 풍기게 한다.

프린스턴신학교에서 기독교교육과 목회상담을 가르쳤던 고 제임스 로더의 책 <종교체험과 삶의 변환>에서는 이 거룩함에 대해서 더욱 본질적이고 신선한 통찰을 던진다. 그는 구 소비에트 체제에서 고문을 당했던 드보조보르라는 여성이 가해자인 취조관에 대한 적개심과 자기연민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다가, 결국 하나님께 기도하는 가운데 자신의 상황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을 새롭게 발견했던 이야기를 인용한다.

"마침내 그녀는 취조관의 잔인성에 치를 떠는 모습으로부터,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던 모습으로부터 벗어나 점점 평형을 찾게 되었다. 평온감이라고 하는 것을 그녀는 피난처 반석이 되는 하느님에게서 찾았던 것이다. 이 반석은 그녀의 내면에 있는 하느님의 현존이다. 그 현존 위에 그녀의 인격의 핵이 깃들어 있으며, 그녀는 그 핵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내면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이 중심은 취조관이 그녀에게 잔인한 행동을 하면 할 수록 더욱 더 강해지고 더욱 더 밝게 빛을 발하게 된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다...왜냐하면 그녀의 내면 속에 깃들어 있는 하느님의 현존은 취조관을 가학적인 성향에서 해방시켜 주었으며, 자신에게 사로잡혀 있던 그녀를 해방시켜서 하느님을 그녀의 중심으로 삼을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147f)

로더는 여기서 히브리어로 분리를 의미하는 거룩은 (세상으로부터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분리라고 말한다. 자기에 대한 집착, 자기 연민, 자기를 중심으로 타인을 대상화시키는 것으로부터의 분리이다. 하나님의 현존으로 인한 거룩은 우리들의 내면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초월하여 초월하여 스스로를 드러낸다고 한다. 이러한 거룩성의 현존이 우리에게 삶의 허무를 넘어서 우리의 자아를 굳건하게 해주며, 삶을 변혁시키는 인식이 된다고 한다.

오늘의 한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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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9 01: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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