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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 일기 32] 갈수록 부러운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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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0-16 03:30:45  |   조회: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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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곧 목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 한 분이 말했다. '뭣할라고 목사 할라고 하나요?'

2. 그 분이 이렇게 말한데에는 기독교에 대한 세상의 인심이 한몫 했을 것이다. 갈수록 기독교가 조롱받고 있고 목사가 의심의 눈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3. 목회자가 세상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4. 이런 상황은 세상만이 아니라 교회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5. 요즘 선배 목사님들로 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만큼 듣는 말이 있다. 바로 '나때는.....'이라는 말이다.

6. 선배 목사님들 때에는 십자가만 꽂으면 사람들이 몰려왔다고 했다. 세상에서의 인심도 그럭저럭 좋았고, 성도들도 목회자를 대접해주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신학교는 지원자들로 줄을 이었다. 황금기라 부를 수 있을만큼 모든 면에서 풍성했다.

7. 지금은 모든 면에서 쇠퇴기라고 말한다. 기독교인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교회는 재정난에 시달리고, 목회자의 임지도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성도들도 갈수록 목사를 푸대접한다고 말한다. 목사의 권위를 인정하기 보다는 평가하고 무시하려한다는 것이다. 신학교도 겨우 미달을 면치 못하거나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

8. 선배 목사님들의 전설 따라 무용담을 듣노라면 후배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느낄 수 있다.

9. 심지어 어떤 선배 목사님은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선배로 부터 물려 받은 밥 솥의 밥을 다 먹고, 바닥을 긁다못해 구멍까지 난 것을 물려줘서 미안하다'는 표현까지 하셨다.

10. 두렵다. 나도 은퇴할 때, 다음 세대에게 비슷한 말을 하게 될까 두렵다.

11. 선배 목사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맥락은 알겠으나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12. 나는 믿는다. 우리 세대의 목사가 이전 세대의 목사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13. 나는 말하고 싶다. 다음 세대 목회자에게 '안타깝다'는 표현보다 '진심으로 부럽다'라고 말하고 싶다.

14. 목사의 일차적인 영광이 세상 사람들에게 인심을 얻고, 교인들에게 대우 받는 것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15. 사도 바울은 세상 사람들에게 도살당할 양같이 여김을 받았다. 자신의 개척 교회에서 버림을 받았다. 심지어 사역을 감당하기에 버거운 병을 앓고 있었다.

16. 그러나 그는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한다고 외쳤다.

17. 그 이유는 약한 그 때에 강함되시는 그리스도께서 계시기 때문이었다. (고후12:9-10)

18. 목사의 일차적인 영광은 예수 그리스도와 더욱 가까이 살아가는데 있었던 것이다. 내가(상황) 약해져도 주님께 가까이 하는 길이라면 기쁨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19. 게임 용어 중에 '버프'라는 말이 있다. 게임 캐릭터의 능력을 일시적으로 증가시켜주는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자주 접한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을 '부모님 버프',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 것을 '친구 버프'라고도 한다.

20. '버프'의 반대말은 '너프'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이 '능력을 일시적으로 증가시켜주는 효과'에만 의존하면 기본기를 잃게 만드는 너프 효과를 가져다 준다.

21. 지난 한국교회의 황금기는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누렸다. 사회적으로 힘을 가지게 됐으며, 교인들은 놀랄 만큼 늘었다. 그러나 그 일시적인 빛이 현재 고스란히 그림자가 되었다.

22. 한완상 박사는 이 부정적인 현상의 본질을 명확하게 꼬집었다. "예수 없는 예수 교회"라고 말이다.

23.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기독교 버프가 가득했던 이전 세대의 목회자보다, 이젠 버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약한 때에 사역하는 목회자가 훨씬 더 영광스럽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목사의 기본기인 예수 그리스도를 더 가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 그래서 나는 선배 목사님들로부터 '안타깝다', '미안하다'라는 말보다 '부럽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리고 나의 후배들에게 '더 부럽다'라고 말하고 싶다.

25.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명작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온다.

26. 1871년 보불전쟁에서 프랑스가 패한다. 프로이센군에 점령당하게 되자 더 이상 프랑스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 배경에서 한 초등학교에서는 프랑스어로 된 마지막 수업을 하게 된다.

27. 아멜 선생님이 한 마지막 수업의 핵심은 '프랑스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였다. 그리고 '한 민족이 노예가 돼도 자신의 나라 말만 잘 지키고 있으면 죄수가 감옥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다음의 말로 수업을 마친다. '프랑스 만세!'

28. 암울한 상황보다 인생의 본질을 통찰한 아멜 선생님의 말은 학생들을 일깨웠다.

29. 나도 이렇게 외치고 싶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 세상 무엇보다 아름다우시다!' '예수 그리스도 만세!'

30. 아멘. 진실로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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