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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정계진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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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정계진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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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2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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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은 “저는 지금 제 직무를 다 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고, 향후 거취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면서도 “다만 퇴임하고 나면, 소임을 다 마치고 나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에 많은 혜택을 받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천천히 퇴임하고 나서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그런 방법’에는 정치도 들어가냐”고 묻자 윤 총장은 “글쎄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부정하지 않았다."

윤석열이 언감생심 정치를 꿈꾸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변수도 아니고 상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윤석열이 과연 정치판에서 의미있는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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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그를 부추기는 수구언론들이 간과하고 있는 치명적인 한계가 윤석열에게 있는데, 그것은 윤석열의 이슈 주도력은 오직 대통령이 하사한 검찰청장이라는 '직책'에서만 나온다는 것이다. 검찰청장 직책을 뗀 윤석열이 정치판에 어떤 사소한 가치라도 있을까. 미통당 소속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일부 여론조사 회사들이 억지스럽게 집어넣은 '대선후보 윤석열'로서의 지지도조차도, 현직 검찰청장이라는 권력으로 문재인정부를 겨냥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 직책을 떼어버린 '정치인 윤석열'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 직책을 떼이는 순간부터 실전이다. 차가운 광야에 빈손으로 서는 윤석열이다.

게다가, 윤석열은 물러날 시기를 놓치고 계속 버팀으로써, 스스로 퇴임 후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검찰이라는 배후권력을 잘라내는 지극히 미련한 짓거리를 했다. 윤석열로서 최선은, 적어도 저번 1차 수사지휘권 행사 시점쯤에 '더러워서 못해먹겠다!' 라며 사표를 던지고 나가버리는 것이다.

윤석열이 그랬더라면 검찰 내에 자신의 수족도 꽤나 많이 남겨둘 수 있었고, 그들이 검찰 내부에서 '정치인 윤석열'을 비열한 공작까지 동원하며 도와줄 수 있었다. 사실 그 상황이 우리에겐 최악이었다.

그런데 윤석열에겐 그런 배포가 없었다. 자리를 떼이면 일가가 다 죽는다는 절박함만 남아, 비굴하게도 '형성권'을 운운하며 법무부장관의 법률적 권력 앞에 고개를 조아렸다. 그게 윤석열에게는 최악의 패착이었다.

왜냐하면, 그 시점부터 검찰 내부에서 윤석열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때 윤석열을 지지했던 검사들 상당수는 그 1차 수사지휘권 행사 당시 윤석열이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정권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랬다. 그래야 검찰조직에 칼이 들어오는 것을 최소화라도 할 수 있었고, 저항의 명분이 서기 때문이다.

요컨대 1차 수사지휘권 당시에 윤석열이 사표를 던지는 것이 명분과 실리 모두 최선이었다. 윤석열에게도, 윤석열 이후에 남아있는 검사들에도. 반대로 우리에겐 크나큰 리스크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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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윤석열이 어디까지 왔는지 보라. 1차 뿐만 아니라 2차 지휘권 행사에까지 납작 업드렸다. 그나마 지난번엔 여러날 눙치며 버티는 모양새라도 보여주던 것과도 달리, 불과 30여분만에 무슨 '앤서링머신'처럼 '넹~' 하고 수사지휘권 행사를 수용해버렸다. 휘하 검사들로서는 보고 싶지 않았던 비굴함의 극치다. 게다가, 이미 수차 굽신굽신 복종해놓고는 돌아서서 말로만 '난 부하 아니야!' 하는 저질스럽고 위선적인 포스라니.

이런 꼴을, 검찰개혁을 외치는 우리 국민들만 보고 있는 게 아니라 검찰개혁을 가급적 최대한 저지해야 하는 일선 검사들도 보고 있다. 현직에서 검찰청장으로서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리고, 아울러 검찰 전체의 '가오'도 자근자근 박살내는 청장을 검사들도 함께 보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직계의 몇몇 특수부 검사들을 제외하고, 대다수 검사들에게 이런 윤석열의 비굴하고 위선적인 '아가리워리어' 모습들이, 과연 기대하고 기다리던 모습일까? 실망이 이만저만도 아닐 것이 분명하다. 검찰청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청장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검찰 내부의 실망은, 윤석열 사퇴하라는 직격 반발로 이어질 수는 없다. 어쨌든 윤석열이 검찰개혁의 칼을 든 문재인정부와 여당의 앞길을 막아선 것은 사실이니까. 챙피해죽겠지만 당장 앞에 막아선 것은 윤석열이고, 청장이라는 최고 직책상 그 어느 검사도 윤석열보다 더 앞에 나설 수가 없다. 윤석열의 망발을 차단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윤석열에 대한 실망감과 굴욕감이 이만저만이 아나더라도 윤석열을 대놓고 뭐라할 수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나마 어제 사직서 던진 박순철이 꽤나 대단한 셈이다. 입장문에서 우회적이나마 명백하게 윤석열도 자신과 함께 사퇴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가. 하지만 결국 이런 검사들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왕좌왕 스탠스가, 검찰개혁 자체를 막아서지 못하는 족쇄가 된다. 검찰개혁에 대해 검사들이 할 수 있었던 집단반발을, 윤석열 때문에 못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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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편으로. 감찰 및 수사 결과에 따라 전직 청장으로서 치부가 드러나는 것과, 현직 청장 자리에서 버티면서 치부가 드러나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현직 기소는 대서특필되며 다시는 지울 수 없는 낙인이 된다. 물론 수구언론들은 방어 차원에서 그걸 훈장인양 포장하고 싶겠지만, 결코 쉽지 않다.

현직 검찰청장으로서 집무실에서 기소된다고 생각해보라. 바로 윤석열이 조국 전 장관에게 씌우려 했던 그 프레임이다. 그건 언론들이 아무리 실드를 쳐도 수습하기 힘든 치명적인 장면이 된다. 기소가 되더라도 '관성'에 따라 며칠 정도는 실드 시도를 하겠지만, 오래 못간다.

무엇보다 범죄 혐의에 의한 기소는 검찰청장 해임의 결정적인 명분이 된다. 기소되는 순간 해임을 안할 수가 없다. 검찰청장이라는 직함이 떼이는 것이다. 그 순간 언론들에게 윤석열의 효용가치는 사라진다. 정권을 공격하는 목적으로 간간히 '왕년의 OB'라는 식으로 언급은 할 수 있겠지만 윤석열 실드는 그것으로 끝이고, 사실상 손절에 들어가게 된다. 아니, 손절이라기보단 언제 실드쳤냐는 듯이 모르쇠 할 것이다. 수구언론들에게 의리 따위는 없다.

그러니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바로 윤석열이 감찰과 수사의 결과로 현직에서 끌려내려오는 것이다. 그래야만 후폭풍이 최소화된다. 검찰개혁 완성도 매우 쉬워진다.

윤석열이 수사지휘권 행사시에 스스로 내려갔더라면 그의 타격은 최소화되고 그나마 '정권의 희생양' 코스프레를 할 수 있었다. 기소되고 구속까지 되더라도 전직이라는 위치이면 그로 인한 가치 상실은 최소화되고 상대적으로 정치적 공격이라는 항변은 얼마라도 먹힐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윤석열은 사표를 던질 명분마저 스스로 폐기했다. 그야말로 '배수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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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배수진'이 대단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승산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의 배수진과 전혀 없을 때의 배수진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승산 없는 싸움에 배수진을 치면, 죽음밖에 남는 것이 없다.

윤석열이 기소되는 순간 정치인으로서의 가능성은 사라진다. 사안이 여럿이고 복잡해서 윤석열 재판은 매우 장기간, 지루하게 이어질 것이다. 그 장기간의 재판이 끝나고 나면 수감이 기다릴 것이고, 정말 만에 하나 윤석열이 수감조차 되지 않는다고해도, 그에게 남는 것이 없다. 그를 정치적으로 유의미하게 봐줄 사람 하나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럼 조국가족 재판도 비슷하지 않은가 할 지도 모르겠다. 아니,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열렬히 지지하는 지지층의 존재여부다. 언론들의 그 극심한 조작보도들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절반의 국민들이 많건 적건 조국 전 장관을 지지하고 있고, 그중 상당수인 우리 시민들은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에 대한 수구층의 환호는 단지 현 시점에서 칼을 문재인정부에게 겨누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 칼을 뺏기고 나면 언론들도 수구층도 윤석열을 주목할 이유가 없다. 아예 칼을 뺏긴 윤석열 대신, 더 작은 칼이라도, 초라한 막대기라도 손에 드는 다음 타자에게 열광하게 된다.

생각해보라. 박근혜를 끌어내린 도구인 윤석열인데, 문재인정부를 공격할 수단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도 저들이 열렬히 환호하고 지지할까? 가능성이 전혀 없다.

현재까지의 저들의 윤석열 지지는, 사기꾼이 자신을 잡아넣은 경찰관을 폭행하는 조폭을 보며 박수치는 것과 똑같다. 사기꾼이 조폭을 응원할 다른 이유가 있을까? 단지 경찰관을 폭행한다고 반가워하는 것이지, 그 조폭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공권력이 작동해서 조폭을 잡아 수감하는 순간, 그 조폭에 대한 사기꾼들의 환호도 아침 안개처럼 사라진다. '등신 제대로 치명타도 못때리고 벌써 잡혀들어왔느냐' 하는 눈치나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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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 없이 긴 글을 썼다 싶은데, 야권정치인으로서 윤석열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할 시민 동지분들도 꽤 있을 수 있다 싶어서 써봤다. 걱정 다 접어두시라고. 그런 가능성은 없다. 이렇게 길게 조목조목 설명한 내가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지워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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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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