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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벌금을 부과한다", '책임을 지는 판사' 라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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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벌금을 부과한다", '책임을 지는 판사' 라과디아
  • 딴지 USA
  • 승인 2020.10.1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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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쯤 이런 판사를 가질 수 있을까.

사건에 대해 ‘선과 악’의 접근법이 아닌, 당사자를 중심에 놓고 보는 이해관계 접근법을 평소에 실천하는 따뜻하고 소신 있는 판사 말이다. 게다가 사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데 대해 지도층으로서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이는 그런 판사 말이다. 이 판사는 사회 공동체 안에 판사도 방청객도 할머니도 모두가 주체로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함을 판결로 보여주고 있다.

아주 오래된 미담임에도 우리에겐 아직도 여전히 너무도 먼 이야기이다. 적어도 같은 사안에 대해 동일한 판결만 내려도 감지덕지할 판이니 뭔 얘기를 더하랴.

뉴욕에는 큰 공항이 2개 있다. 하나는 모두가 아는 JFK공항이다.

나머지 하나는 아래에 소개할 미담의 주인공 이름을 딴 라과디아 공항이다.

1935년 미국, 대공황이 휩쓴 어느 추운 겨울날 뉴욕 빈민가의 즉결법정에서 야간재판이 열렸다. 누더기 옷을 걸친 한 할머니가 빵을 훔쳤다는 죄목으로 판사 앞에 끌려왔다. 노파는 울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판사가 왜 빵을 훔쳤냐고 물으니 딸은 병들었고 사위는 가족을 버리고 도망을 쳤으며 손녀 둘이 한동안 굶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판사는 노파의 딱한 사정도, 방청객의 바람도 외면한 채 벌금 10달러를 선고했다. 당시의 물가로는 큰 부담이 될 액수였다.

하지만 판사는 이런 말을 덧붙인다.

“노인이 빵을 훔칠 수밖에 없는 비정한 사회 환경을 만든데 있어서 나도 일조한 책임이 있으니, 나에게도 벌금 10달러를 부과한다.” “내가 낸 벌금으로 할머니의 벌금을 대신하겠다.”

방청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비정한 사회를 만든데 일조한 책임’으로 50센트의 벌금을 부과하고 추가금은 자발적으로 내게 했다. 그리고는 모자를 벗어 자신의 벌금 10달러를 낸 후 모자를 방청석에 돌렸다. 방청석에서 추가로 모금한 액수는 47.5달러였다. 모금된 돈 중 50달러는 빵집 주인에게, 그리고 추가로 모금된 나머지 47.5달러는 할머니에게 건넸다.

판사의 이름은 피오렐로 라과디아(Fiorello La Guardia)이다.

이와 같은 감동적인 판결에 힘입어 라과디아는 뉴욕시장에 당선이 되고, 3연임을 하면서 마피아 소탕에 큰 공헌을 했다. 라과디아 시장이 재직 중에 안타깝게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자 뉴욕시민들은 그의 인품을 기억하려는 뜻에서 새로 건설한 공항을 ‘라과디아 공항’으로 명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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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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