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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안들면 죽어야하는' 여론몰이 문화, 시민 사회는 성숙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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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안들면 죽어야하는' 여론몰이 문화, 시민 사회는 성숙해야
  • 딴지 USA
  • 승인 2020.07.11 05: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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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타의 정치인들처럼 날이 선 언변을 보인 적이 없었다.

TV에서도 발음이나 목소리 등이 약간은 느슨해 들리기도 했다. 귀에 박히는 자극적인 발언을 잘 내지도 않았다.

연일 신문지상을 시끄럽게 만들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의 정치인이었다. 그런 이도 성공한 커리어의 정치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어찌 보면 중요한 사실이기도 했고, 그래서 그의 존재는 특별하고 중요했다.

오늘 아침 출근길.

나이 지긋한 빌딩 주차 아저씨와 역시 나이드신 청소 아주머니가 열심히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아침에 신문 보고서야 알았어 아유 어째 그래...?"

"그러니깐 말야 그 왜 딸 나이밖에 안 되는 비서를 거 그렇게 해가지고.."

"그 권력을 갖고 그렇게 맘대로 한 거 아냐"

"글쎄 내 말이 참 나 권력을 갖고선..."

사건 직후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한국의 유력 정치인이 그 전직 비서가 경찰에 성추행으로 고소한 뒤 실종됐다"라고 보도했다.

우리가 아무리 "말을 조심합시다" "소설 쓰지 맙시다" "근거 없는 소리 하면 삭제할꺼야" 라고 해 봤자

이미 온 세상이 그렇게 말하고 떠들고 있는 중이다. 시간적 "선후관계"가 "인과관계"와 등치될 수 없는 것이지만, 사람들이 입을 가지고 떠드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경비 아저씨와 청소 아줌마를 불러서 내가 훈계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저 내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우리 여론의 모습과 문화이다.

정치인이라 해서 흠결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만약에, 국민에게 꼭 필요한 능력과 리더쉽을 갖춘 정치인에게 어떤 종류의 도덕적 흠결이 발견되었다 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그는 여론에 의해 묵사발이 되도록 뭇매를 맞다가, 그대로 쓰레기통에 쳐박혀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고민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

미국의 빌 클린턴 전대통령은 아칸소 주지사 시절부터 섹스 스캔들이 잠잘 날이 없었다.

혼외자 논란까지 있었다.

제일 유명한 건 물론 백악관 인턴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불륜이었다. 르윈스키는 그보다 27살 연하였다. 백악관의 주인이었던 대통령과 인턴 사원. 이런 관계에 주의해서 이 사건을 한번 보자. 한국의 성범죄 관련 "위력에 의한 간음"제도는 업무상 위력을 가진 자(갑)가 을의 위치에 있는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갑에게 가중 처벌을 하여 형량을 무겁게 한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당연히 갑이었다. 한국 법원이었으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라고 판정했을 것이다.

그리고 부인이 있는 남자였으니, 당연히 간통이었다. 시가를 좋아하는 클린턴이 르윈스키의 음문에 시가를 보관했다는 보도까지 나왔고 도덕적 이미지는 심한 타격을 입었다.

특별검사가 임명되고 수사가 진행되고, 맨날 TV에서 이 사건이 보도되고 클린턴은 하원에서 탄핵 소추를 받았다.

그러나 이 모든 난리의 끝에 결국 상원에서 탄핵이 부결되고 클린턴은 대통령 자리를 보전한다. 당시 미국인들 다수는, "대통령이 정치 잘 해서 우리가 잘 먹고 잘 살게 하면 됐지, 그 사생활에는 간섭하고 싶지 않다" 라고 생각했다. 그게 여론이었다. 단지, 비서가 오럴 섹스를 했던 것을 "섹스하지 않았다" 라고 말한 것을 법원에서 위증이라고 하여 벌금을 물고 이 사건은 끝나 버린다.

한국에서도 특히 정치인들의 도덕 관련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해 시민들이 깊은 고민을 해 보면 좋겠다. 2020년 서울 시장의 사망 사건은, 우리에게 매우 매우 중요한 화두를 던진 것이며 정치 여론의 전환점이 될 만한 것이라고 본다.

정치인이 빌 클린턴과 비슷하거나 다르거나, 여튼 어떤 종류의 (사실상 직접 업무와는 좀 다른) 도덕적인 스캔들에 휘말린 경우, 시민은 그 정치인의 도덕성과 업무 능력을 혼동해선 안 된다. 비판할 것은 도덕성이지 그의 직무 수행능력이 아니지 않을까?

좀 다른 예를 들어본다면, 내가 대검찰청 중수부 검사라 치자.

나랑 한 이불 덮고 지내는 동거녀가 있다.

그 동거녀와 동거녀의 어머니가 통장 잔고 증명서를 날조하여 다른 사람들 돈을 끌어다 이윤을 남기고 계약을 위반, 모든 돈을 꿀꺽 삼키는 걸 옆에서 보았다.

동거녀에게 사기 당한 피해자들이 고발을 하자 동거녀의 어머니가 이거 좀 처리해 달라고 애원을 한다.

그렇다면 내가 지위를 이용해, 이들의 고발을 무마시키고 불기소로 사건을 끝내버렸다면?

이런 건 도덕적으로도 문제지만 업무상으로도 큰 문제일 것이다. 이런 사람은 검사를 해서는 안 된다. 끌어내리는 게 맞다.

그런데 예를 들어 도지사가 인턴 사원이랑 (오럴)섹스를 했다. 거기서 끝났다. 뭐 인턴 사원한테 도의 사업권을 준다거나 넌 내 애인이니까 정규직화시켜줄께 뭐 이런 일 따위의 일은 없이.......

그렇다 해도 일단은 맹렬히 비난을 받을 만하다. 맨날 신문지상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 반대파 정치인, 정적들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래서 그를 탄핵시키고 직에서 끌어내려야 할까? 나아가 감옥에 가둬야 하는 걸까?

내가 월급 의사를 고용한 적이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수술 실력이 좋은 편이었으며, 과묵하고 말에 실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 의사가 술을 먹고 직원을 성추행했다. 뒤에서 껴안고 입맞춤을 하려고 시도했었다.

직원은 조용한 성격이라 일이 있고 나서 말을 하지 못했다. 그 다음날이나 돼서 가까운 자기 친구 직원들한테만 얘기했다. 그 친구 직원들이 나에게 그 일을 뒤늦게 보고했다.

나는 의사를 불렀다. 이러이런 일이 있었다는데, 인정하시느냐고 했다. 처음엔 "전혀 무슨 추행 그런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닌데 오해가 있는 것같다"라고 했었다. 나는 재차, "뒤에서 껴안고 키스를 시도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 의사는 한참을 말없이 있더니 이를 인정했다.

나는 "피해 직원에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비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금전적인 합의금도 지불하셔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서를 오가면서 일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의사는 며칠 사이에 조용히 이를 정리하고 사직서를 냈다. 나는 사직서를 수리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저 의사는 의사 면허를 뺏고 평생 의사를 못하게 해야 한다. "

"저런 의사는 아예 콩밥을 먹이고 전재산을 다 뺐고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있어야 한다" 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같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성추행은 피해자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피해자가 용서했느냐, 합리적인 보상이 주어졌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론의 도마 위에 섣불리 올려서 대중적인 공격성을 분출시키는 것은 경우에 따라 위험하다.

피해 직원은 나와 대화를 많이 했었다. 그는 이 일이 커지고 제3자들에 의해 자꾸 그 일이 기억나는 것이 가장 싫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미워하고 혐오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을 혐오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나는 그 의사가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자기 일을 하고 있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 시민 사회가 성숙하길 바란다. 정치인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찬양 혹은 극단적인 욕설로만 점철되기 일쑤인, 우리 여론몰이 문화야 말로 가장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이분은 이런 점은 좋은데 이점은 좀 안타깝다" 그런 식의 평가를 하는 것이 사실 상식이 아닌가.

내 마음에 안 들면 죽여야 하고 내 마음에 들면 떠받드는 건 종교지, 정치가 아니다. 누가 무결점의 인간이란 말인가?

 

출처:https://www.facebook.com/lee.joohyuck.9/posts/268264419517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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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Sic 2024-03-28 07: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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